“노부부도 노력만하면 신혼부부처럼”
“노부부도 노력만하면 신혼부부처럼”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5.13 16:06
  • 호수 1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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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입장 배려하고 취미·운동 공유해야
▲ 경기 의왕시노인복지관이 부부관계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일환으로 마사지 수업을 실시, 어르신들이 배우자에게 안마를 하고 있다.
노년기가 점차 길어짐에 따라 부부 관계 개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리나라 노부부의 경우 젊은 시절에는 유교적 관념은 물론 남성 중심의 경제 활동으로 인해 아내는 인내와 순종이 강조돼 왔고, 남편은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당연하게 인식했다. 이에 따라 과거 부부의 경우 남편과 아내가 매우 수직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남편이 퇴직 후 경제적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면서 부부관계는 수평적 내지 아내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더 이상 참고 살지 않겠다’며 이혼 도장을 찍는 부부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이혼 건수는 모두 5049건으로 10년 전 1114건에 비해 무려 3935건이나 늘었다.

행복한 가정연구소 김병훈 소장은 “노부부의 경우 결혼생활이 불만족스러웠지만 자녀들 때문에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자녀를 출가 시킨 이후에는 남은 생애라도 편안하게 살고 싶어 황혼이혼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르신들이 늦은 나이에 이혼을 선택하는 데는 이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에 비해 관대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노부부들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은 물론 함께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도록 본인이 갖고 있는 고집의 틀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함께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통해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부부 교육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것도 부부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노인복지관이 부부개선 프로그램을 마련, 노(老)부부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5월 12일 의왕시노인복지관 3층 배움터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남편이 어제 안마를 해줬는데 어찌나 부드럽고 좋던지 지금까지 따로 떨어져 잤는데 다시 ‘합방’해야 할 것 같아요.”

문봉순(71)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에선 “깔깔깔” 웃음이 터진다. 농반진반 아내의 고백을 듣고 있던 남편 유복영(73) 어르신의 얼굴은 금세 붉은 빛으로 변했다. 그래도 아내의 고백이 싫지만은 않은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문봉순씨와 유복영 부부는 매주 2차례 의왕시노인복지관이 진행하는 ‘노인, 노인을 말하다1-부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자아통합은 물론 부부 관계를 개선함으로서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자 마련됐다. 이 프로그램에는 이들 부부 외에도 8쌍이 더 참여하고 있다.

수업은 평소 하기 힘든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등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표현하고, 악수나 포옹, 마사지 등 서로의 신체적 접촉을 통해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은 5월 11일부터 6월말까지 매주 2차례, 3시간씩 소시오 드라마, 명상, 강좌, 마사지 등을 통해 자아통합은 물론 부부통합, 사회통합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내 윤종분(69)씨와 함께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는 김윤겸(70) 어르신은 “교육을 통해 평소 아내에게 따뜻한 말 대신 무뚝뚝하게 대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nnnews.c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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