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형 노인일자리 축소 철회하라”
“공익형 노인일자리 축소 철회하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9.26 09:12
  • 호수 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내년 공익형 6만1000개 감축 발표에 전국 노인들 거센 반발
윤석열 정부가 70대 저소득층의 주 수입원으로 자리잡은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예고도 없이 6만1000개를 축소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대한은퇴자협회가 공익형 노인일자리 축소에 반발해 지난 9월 1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70대 저소득층의 주 수입원으로 자리잡은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예고도 없이 6만1000개를 축소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대한은퇴자협회가 공익형 노인일자리 축소에 반발해 지난 9월 1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자리 준 만큼 노인 빈곤자 늘 것… 최소 현재 수준 유지해야”

대한노인회 중앙회는 건의문… 은퇴자협회 대통령실 앞 시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당장 27만원을 못 벌면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데다가 새로 일을 배워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에 참여할 기력도 없어 걱정이 많네요.”

공익형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김건영(가명‧78) 어르신은 내년에 공익형 노인일자리가 10% 가량 줄어든다는 소식을 듣고 근심에 빠졌다. 시장형‧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고령인 김 어르신은 참여할 엄두조차 못 내는 것이다. 김 어르신은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수당이 수입의 전부인데 대기자로 밀려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암담하다”라고 토로했다.

최근 정부가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축소한다고 밝히면서 노인회를 비롯해 노인단체에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복지부는 시장형‧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확대하고 고용부를 통한 고령자 고용장려금을 대폭 증액해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해명했지만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수당에 의존해 살아가는 70대 중후반 이상 고령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복지부는 9월 15일 전국 17개 시도에 ‘2023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예산’으로 2조 6369억원을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2조6756억원보다 소폭(1.5%) 줄어든 것이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매년 증가했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익형 일자리는 대폭 줄이고 신청자가 적은 민간형(시장형·취업알선형) 일자리 예산은 크게 늘렸다. 내년 공익형 예산은 1조7264억원(54만8074개)으로 올해 1조9189억원(60만9205개)보다 예산은 1925억원, 일자리는 6만1131개 감소했다. 

반면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6만5000개에서 8만개, 시장형은 3만8000개에서 4만5000개, 취업알선형은 1만5000개에서 2만개로 각각 증가했다. 이는 ‘질 낮은 일자리’라는 비판을 받아 온 ‘단순 노무형 일자리’를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예산안은 국회에 제출됐으며 상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사회서비스형은 그림의 떡”

문제는 원칙만 앞세운 정책 탓에 공익형 일자리에 의존해 살아가는 저학력 고령층 참여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표한 ‘2020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통계 동향’에 따르면 공익형 참여자의 90% 정도가 70대 이상이었다. 성별로는 여성(43만명)이 남성(18만명)보다 2배 이상 많았고, 학력으로는 초등학교 졸업이 대다수였다. 

실제 노인일자리 담당자들도 이러한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A지회 관계자는 “사회서비스형을 아무리 늘려봤자 공익형 참여자들이 옮겨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공익형 일자리가 줄어든 만큼 생계 위기를 겪는 노인들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회 관계자 역시 “공익형이 매년 증가하면서 그나마 빈곤 문제 해결에 기여했는데 축소 정책이 확정된다면 오는 12월에 어르신들이 겪을 혼란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익형 일자리의 효과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해 노인일자리 참여자와 대기자 1012명(참여자 804명, 대기자 2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노인 일자리사업 정책효과 분석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건강에 대한 주관적 인식은 참여자가 3.74점, 대기자가 3.37점으로 참여자가 약간 높게 나타났다. 

또 노인일자리 참여로 인해 우울 수준 0.32점 감소되는 등 심리·정서적인 요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노인단체들은 즉각 반발하며 축소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노인회 중앙회는 9월 16일 대통령실에 사회참여와 지역소통, 건강 및 생계유지 등 공익형 일자리의 장점을 강조하며 축소를 반대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대한은퇴자협회도 9월 15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만1000개 축소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단순 일자리 아니라 노인복지”

전국 노인회에서도 공익형 노인일자리가 저소득 고령층 어르신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정착한 만큼 ‘일자리’가 아닌 복지 차원에서 사업 축소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상혁 서울 은평구지회장은 “내년도 노인일자리 정책은 베이비부머 등 젊은 노인들에게는 큰 혜택이지만 빈곤에 시달리는 고령 어르신들에게는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축소는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전북 김제시지회장도 “김제시처럼 노인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역에서는 사회서비스형 확대가 무의미하다”면서 “전국에서 한 목소리로 축소를 우려하는 만큼 원래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두봉 전북연합회장은 “공익형 노인일자리는 어르신들이 빈곤 문제를 덜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등 실보다 득이 월등한 사업”이라면서 “다른 노인일자리를 늘렸다 하더라도 공익형을 줄이기보다 현재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