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34년만에 돌아오는 ‘수사반장’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34년만에 돌아오는 ‘수사반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9.26 11:01
  • 호수 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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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따다다다단 따다다다단.”

지난 200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초기 걸작 ‘살인의 추억’에서는 주인공 박두만 형사(송강호 분)가 자신이 체포한 용의자 백광호(박노식 분)에게 자백을 받으려고 각종 고문을 하다가 뜬금없이 함께 짜장면을 먹으며 TV를 시청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70~80년대 최고 인기였던 MBC 드라마 ‘수사반장’을 본 것이었는데 형사와 고문받던 용의자라는 본분을 잊은 채 유명한 오프닝 음악과 함께 TV에 몰두하는 장면은 아이러니한 웃음을 선사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수사반장의 인기가 대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반장’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18년간 총 880회 방송됐으며, 최고 시청률 70%를 넘는 등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전원일기’와 함께 최불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국내 수사물의 시초로도 꼽힌다. 동료형사를 연기했던 김상순, 조경환, 김호정, 남성훈 등도 이 작품을 통해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이런 수사반장이 돌아온다. MBC는 ‘수사반장’의 후속작인 ‘수사반장 1963’(가제)을 제작해 내년 하반기 방송할 예정이라고 9월 21일 밝혔다. ‘수사반장 1963’은 70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수사반장’보다 10년 앞선 1960년대를 배경으로, 최불암이 연기한 박영한이 반장이 되기 전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 ‘열혈사제’, ‘빈센조’를 집필한 박재범 작가와 신예 김영신 작가가 각본을, 영화 ‘공조’, ‘창궐’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기대감을 높이고 잇다.

‘수사반장 1963’이 주목되는 이유는 영미권에서는 보편화된 ‘전작의 전사(前事)를 다룬 후속작’ 즉, ‘프리퀄’로 제작된다는 점이다. 현재 극장가에서 화제를 모으는 공조2를 비롯해 대부분의 후속작은 전작의 다음 이야기를 그린다. 문제는 이 방식은 전작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떨어진다. 반면 후속작으로 앞의 이야기를 다루면 굳이 전작을 보지 않아도 되고 주인공의 숨겨진 사연 등 보다 풍부하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또 수사반장의 프리퀄 제작은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현시점에서 과거 제작된 국내 드라마와 영화의 재평가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수사반장뿐만 아니라 2000년대 이전 제작된 많은 한국 드라마들은 저평가받았다. ‘수사반장 1963’이 성공한다면 이러한 명작들 역시 프리퀄이나 리메이크 등으로 제작해볼 가치가 있다.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MZ세대까지 사로잡는다면 문화콘텐츠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비록 최불암이 연기한 박영한 반장은 볼 수 없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정의 실천에 나섰던 수사반장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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