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통령은 조선의 왕이 아니다”
[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통령은 조선의 왕이 아니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10.04 10:26
  • 호수 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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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우리나라 국민의 가장 잘못된 인식 중 하나가 대통령에 대한 것이다. 대통령을 조선시대 왕쯤으로 여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전직 대통령에게까지 절대적인 추앙과 지지를 보내고, 분에 넘치는 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런 인식과 행동은 전 근대적이고 미성숙한 사고로 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은 무엇인가. 국민이 나라의 운영을 일시적으로 맡긴 사람이다. 5000만 명의 국민이 대통령실에 다 같이 앉아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중 한 명을 대표로 뽑아 앉힌 것이다. 그러니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 바로 필부(匹夫)가 된다. 따라서 집권 시 주어진 온갖 특권은 퇴임과 함께 사라진다. 

그런데 일부에선 대통령을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태어날 때부터 귀족으로서 왕위에 오른 사람처럼 간주한다. 심각한 넌센스다. 대통령은 교사·경찰·군인처럼 대통령이란 직업을 가진 일반 근로자일 뿐이란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최근 국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얘기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을 불러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 등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응당 취해야할 조치다. 대통령의 조카 할아버지라도 의혹이 있다면 불러내 국민이 궁금한 부분을 물어 의혹을 풀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국방위 증인 채택을 제안하며 “군 통수권자가 대통령이었기에 국방위에서 부른 것”이라며 “국가 안보를 문재인 대통령이 잘 했다면 부르겠나”라고 했다. 신원식 의원도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안보실장 등은 지금 명백하게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 어민 북송, 기무사 문건  등으로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고 여러 의문이 제기됐다”며 “우리가 한발 앞서서 입장을 듣는 게 국민적 의혹 해소에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2017년 9월 이명박 대통령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한 국감을 제기했었다”며 “특정 지위에 성역은 없다고 생각하며, 안보 문란의 몸통으로 강력하게 의심 되는 문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 못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더불어 민주당 의원들은 펄쩍 뛴다. 그들은 “도를 넘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설훈 의원은 “어디 외부에서 문 전 대통령을 증인 신청하라고 해도 국방위에서 지나치다고 거부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이 바로 대통령을 왕처럼 섬긴다는 반증이다. 즉 “신성불가침의 존재인 왕을 증언대에 세우려하다니…미천한 백성으로서 감히 있을 법한 일인가, 무엄하도다”라는 후진적 발상인 것이다.

문 전 대통령만이 해명해야할 문제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게 탈원전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성까지 조작해 밀어붙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727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그걸 송두리째 국민이 물게 생겼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수명(30년)이 끝난 후 계속 운전을 위해 수천억 원을 들여 설비를 개선한 뒤 올해 11월까지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문 정부 당시인 2018년 경제성 조작 끝에 조기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주가조작 의혹’ 등의 이유로 특검을 주장한다. 범죄 단죄에 성역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주가조작 의혹은 추미애·박범계 전 법무부장관, 이성윤 전 서울지검장 등 문재인 측 사람들이 윤석열을 잡기 위해 인력을 총동원해 전 방위 수사를 벌였지만 끝내 혐의를 찾지 못했던 건이다. 이는 혐의가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자리에서 물러난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 위에 군림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특혜를 누린 만큼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대통령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그런 의미에서 김 여사 특검 등 맞불 놓기 식의 치졸한 행태를 중단하고, 문 전 대통령 국감 증인 채택에 순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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