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내몸의 병을 알자 39] 알려진 가장 극심한 통증 ‘삼차신경통’
[백세시대 / 내몸의 병을 알자 39] 알려진 가장 극심한 통증 ‘삼차신경통’
  • 박봉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 승인 2022.10.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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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박봉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삼차신경통의 통증은 사악하다. 전 세계 의료계에 따르면 삼차신경통은 인류에 알려진 가장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 표현에 따르면, 날카로운 송곳이나 칼로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강한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수 초 내에, 길어도 2분 내에 사라지며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심해지면 밤낮 구분없이 찾아오는 극심한 안면의 통증으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심지어 말을 하는 게 두려워진다. 

삼차신경통은 젊은이보다는 중년 이상, 남성보다 여성에 주로 발병한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질환이다 보니 어느 진료과로 가야 할지, 어떤 치료가 효과적인지 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순간적으로 한 번씩 찾아오는 안면 통증을 치통으로 생각해 치과를 찾거나 스트레스성 통증이겠거니 하며 몇 달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는 순간적인 안면 통증으로 치통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점차 주기가 짧아지고 통증의 정도가 심화된다. 계속 방치하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삼차신경통의 원인은 얼굴 부위 감각기능과 턱의 씹는 기능을 담당하는 제5번 뇌신경, 일명 삼차신경이 주변혈관에 의해 압박되어 발생한다. 삼차신경이 뻗어있는 이마, 뺨·코 주변, 아래턱과 입 주변에 통증이 발생한다. 

외상에 의해서도 발생하는데 외부 충격에 의해 두개골 기저부가 충격을 받게 되면 뇌신경 구조물이 손상되면서 문제가 된다. 이밖에도 대상포진, 중이염 등 감염질환에 의해 삼차신경통이 생기기도 한다.

뇌혈관의 퇴행성 변화로 신경에 압박을 가해 발병하는 질환은 삼차신경통 이외에도 반측 안면 경련증이 있다. 이 질환은 안면근육을 조절하는 제7번 신경(안면신경)과 관련이 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시로 얼굴 한쪽 근육이 떨리고, 일그러지는 증상은 환자를 움츠려들게 만들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또한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피로, 긴장 등 생활 스트레스를 발병원인으로 판단, 방치하기 때문이다.  

삼차신경통과 안면 경련증 치료법은 다양하다. 약물요법, 보톡스 치료, 신경 차단술, 알코올 주입술, 고주파 신경 치료, 수술 등을 시도해볼 수 있다. 약물요법은 수술적 치료에 비해 위험성이 적고, 간편하다. 

하지만 약의 내성이 생겨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 해소 효과는 줄어들고, 증량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일시적인 통증 해소일 뿐,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질환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안면신경장애 또한 마찬가지다. ‘미세혈관감압술’을 통해 압박하는 혈관과 해당 신경을 떼어내어 치료한다.

전신마취와 뇌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크다 보니 수술이 아닌 다른 치료법을 선호하는 환자도 많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로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완치’를 위해서는 미세혈관 감압술이 답이다. 

미세혈관감압술은 해당 부위의 혈관과 신경을 분리한 후, 그 사이에 테프론이라는 물질을 삽입하여 혈관의 박동이 신경에 전달되지 않도록 감압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신경을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다양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집도의의 풍부한 경험이 중요하다.

수술 후 치료 반응은 바로 나타난다. 다만, 한 달 정도는 뇌의 압력이 올라가는 행위, 예를 들면 코 풀기, 물구나무 서기 등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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