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 이혼 20년 만에 딸을 위해 의기투합한 커플 이야기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 이혼 20년 만에 딸을 위해 의기투합한 커플 이야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0.11 13:53
  • 호수 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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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보장된 인생을 포기하고 원주민 청년과 결혼해 발리에 눌러앉으려는 딸을 설득하기 위해 이혼 20년 만에 의기투합한 중년 커플의 이야기를 다른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이번 작품은 보장된 인생을 포기하고 원주민 청년과 결혼해 발리에 눌러앉으려는 딸을 설득하기 위해 이혼 20년 만에 의기투합한 중년 커플의 이야기를 다른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발리 배경 로맨틱 코미디…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5번째 호흡 

‘성공이 먼저냐 사랑이 먼저냐’ 세대 간 가치관 충돌… 낭만적 결말 감동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이젠 다시 보지 말자.” 

“꿈에 볼까 무섭다.”

이혼한 지 20년이 된 ‘데이빗’(조지 클루니 분)과 ‘조지아’(줄리아 로버츠 분)는 공항에서 사랑하는 딸 ‘릴리’를 배웅한 후 서로를 향한 모진 발언을 내뱉으며 두 번째 ‘이별 선언’을 한다. 두 사람의 유일한 공통분모였던 릴리가 여행에서 돌아와 대형 로펌에 입사해 사회인이 되면 다시는 볼 일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두 사람은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난다. 게다가 한가지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한팀이 되기까지도 한다. 

철천지원수처럼 지내다 딸의 결혼을 막기 위해 의기투합한 이혼한 중년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티켓 투 파라다이스’가 10월 12일 개봉한다. 

영화는 건축설계사와 큐레이터로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과거 결혼생활에 대해 달리 기억하는 데이빗과 조지아의 모습을 교대로 보여주며 시작된다. 영원하자는 약속과 달리 5년 만에 성격 차이로 헤어진 두 사람은 딸의 졸업식 좌석조차 가장 멀리 떼어놓아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에도 서로에 대한 분노는 여전했고 딸인 릴리는 이런 데이빗과 조지아가 한자리에서 만날 때마다 늘 노심초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릴리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해 대형로펌에 입사가 예정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던 중 친구 ‘렌’과 함께 발리로 졸업 기념 여행을 간 릴리에게서 뜻밖의 이메일을 받는다. 해초 양식을 하며 살아가는 원주민 청년 ‘그데’와 첫눈에 반해 단숨에 결혼까지 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특히 릴리가 성공이 보장된 로펌 입사도 포기하고 발리에 눌러앉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여 두 사람은 더 경악한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 발리행 비행기에 함께 탄 데이빗과 조지아는 껄끄러운 관계는 잠시 내려두고 딸의 파혼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결심한다. 겉으로는 축복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모종의 음모를 꾸며 파탄을 내려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은 지상낙원 발리의 풍경에 매료돼 서로를 향한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데이빗과 조지아, 릴리와 그데 커플의 갈등이 격해지고 결혼식의 결말도 알 수 없게 된다.

이번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삶의 의미에 대해 더 탐색한다. 데이빗과 조지아는 성공한 중산층이다. 각자 위치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을 상징하는 두 사람은 자신들의 딸인 릴리 역시 남들보다 앞선 출발선에서 시작해 보다 부유한 삶을 가지기를 원한다. 이런 두 사람에게 인생에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결혼(사랑)은 성공의 걸림돌일 뿐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압축되는 기성세대의 냉정한 관점으로 딸의 인생을 지레짐작해 결정하는 것이다. 

반면 부모님이 제시해준 ‘선택지’를 착실히 밟아온 릴리는 이러한 성공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사랑이 붕괴된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발리라는 풍경과 수백명이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원주민들의 안빈낙도와 유유자적한 삶에 매료됐고 결핍됐던 행복의 근원을 발견한다. 대도시의 호화로운 저택에서 경쟁하며 사는 인생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자연에 몸을 맡기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작품에서는 데이빗과 조지아가 권하는 삶과 릴리가 선택한 삶이 충돌하고 여러 사건을 거치며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데이빗과 조지아의 선택은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동화 같은 낭만’을 선사한다.

또한 ‘낙원 행 티켓’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초반부를 제외하곤 시종일관 발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어디를 찍어도 그림이 되는 배경 속에서 데이빗‧조지아 커플과 릴리‧그데 커플이 보여주는 로맨스는 더욱 달달하게 다가온다.

검증된 배우들의 호흡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오션스 일레븐’(2001), ‘오션스 트웰브’(2004), ‘컨페션’(2003), ‘머니 몬스터’(2016)에 이어 다섯 번째로 합을 맞추는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으면서도 서로를 신랄하게 미워하는 이혼 부부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한때 뭇남성과 여성들을 설레게 했던 두 배우가 깊어진 주름살만큼이나 완숙하게 선보이는 중년의 로맨스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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