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시니어캡 어르신들, 눈부신 활약
종로 시니어캡 어르신들, 눈부신 활약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5.20 12:09
  • 호수 1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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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종묘공원 사기․성매매 신고 및 응급처치 등

▲ 종로 일대에서 순찰을 하고 있는 ‘시니어 캡’ 어르신들이 5월 19일 탑골공원 안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5월 19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 오전 10시가 되자 회색빛 모자와 조끼를 갖춰 입은 어르신 10여명이 공원 안에 들어서자 선다. 강진명(71) 조장 손에 들린 무전기가 ‘삐리릭 삐리릭’ 신호음이 울리자 현재 상황을 보고 한다. 무전기는 본부와 다른 조들 간의 진행사항을 수시로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곧 이어 어르신들은 강 조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눈빛도 날카롭게 변했다. 어르신들은 공원 안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은 없는지 혹시 파손 된 문화재는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종로실버문화벨트지킴이 ‘시니어캡’ 어르신들이다. 60세 이상 100여명의 어르신들이 활동하고 있는 시니어캡은 4월 28일 발대식을 갖고 12~13명의 어르신들이 한조가 돼 하루 4시간씩 탑골~종묘공원 일대를 순찰한다.

시니어캡은 서울시가 서울노인복지센터와 함께 ‘9988 어르신 프로젝트’ 사업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버문화벨트’ 사업의 일부인 공익형 일자리다.

시니어캡 4조 어르신들이 순찰하는 날, 강진명 어르신을 비롯해 모두 12명이 활동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종묘공원 일대에서 순찰을 시작해 오후 10시 탑골공원 주변을 살핀다. 하루 종일 발품을 팔지만 힘든 기색은 없다.

시니어캡은 물건 강매, 사기사건, 성매매 등이 발생하면 경찰서에 신고하는 일은 물론 음주나 갑작스런 위험에 처한 위급사항이 생기면 발 빠르게 대처한다. 틈틈이 문화재 보호와 환경정화도 한다. 이들은 인공호흡와 같은 응급대처 능력은 물론 예절교육 등의 교육도 받았다.

이들은 한 달 20시간씩 1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일에 비해 적은 금액일 수도 있지만 어르신들은 돈 보다 보람이 더 크다.

강진명 조장은 시니어캡 활동을 하면서 일에 큰 보람을 얻게 됐다. 40여년 동안 패션업계 대표 등으로 활약하던 리더십을 발휘해 조를 이끌고 있다. 강 조장은 시니어캡 활동이 꿈만 같다. 1년 전 퇴직 후 일을 하고 싶어 패션업계에 원서를 넣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러던 중 서울시가 노인을 대상으로 순찰대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력서를 넣었다.

강 어르신은 “퇴직 후 일을 하고 싶어 경험이 있던 의류업계에 이력서를 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처음엔 단순히 일자리 하나로 시작했지만 일을 하면서 동년배들의 안전과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생각에 자부심과 사명감이 크다”고 말했다.

시니어캡 어르신 가운데는 외국어에 능통한 어르신도 있다. 강용환(89) 어르신은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해 88서울올림픽, 2002한일월드컵 등이 열릴 때 마다 일본어 통역 및 번역 자원봉사자로 참여 해왔을 정도로 일본어에 능통하다. 강 어르신은 고령의 나이에도 시니어캡 활동을 위해 배드민턴, 철봉 등 체력도 단련하고 있다.

이후순(66)씨는 “노인일자리 대부분이 단순노무직이 많아 지루하고 단편적인데 반해 순찰은 활동적이다 보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건강은 물론 용돈도 챙길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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