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유명세 치르는 K-콘텐츠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유명세 치르는 K-콘텐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0.17 10:49
  • 호수 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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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너 같은 사이코를 낳고 도대체 뭘 드셨냐. 똠양꿍?”

지난 8월 30일 방영된 ‘빅마우스’에서 주인공 박창호(이종석 분)가 한 사형수에게 시비를 걸며 내뱉은 대사다. 

똠양꿍은 태국의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로, 새우와 채소, 레몬즙, 향신료 따위를 넣고 끓인 국물 요리다. 상대를 조롱하기 위해 미역국 대신 선택한 음식이겠지만 뜬금없는 태국 음식이어서 다소 의아했다. 똠양꿍을 대신할 음식은 많다. 드라마에서 똠양꿍 이후 내뱉은 ‘선짓국’이나 ‘내장탕’, ‘번데기탕’ 등 호불호가 갈려 일부에게는 혐오감을 주는 우리나라 음식이 많은데 왜 굳이 똠양꿍을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이 작품을 시청한 태국인들은 분노했다. “똠양꿍은 태국의 상징인데, 태국에 나쁜놈들이 많다는 의미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들의 분노는 이해가 된다. 만약 범죄사건을 다룬 태국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범죄자를 응징하며 “너의 엄마는 너를 임신하고 김치만 먹었을 거야”라고 했다면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도 똑같이 화가 날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두 편의 한국드라마가 특정 국가를 비하했다는 이유로 해당 국가 차원에서 항의하고 나선 일이 벌어졌다. ‘수리남’은 실제로 남미국가 수리남에서 마약을 재배․ 유통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한국인 조모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수리남 정부가 이 드라마가 공개된 이후 “마약국가 오명을 씌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한국 대사관이 현지 교민들에게 “안전에 주의해 달라”는 당부까지 해야 했다.

또 최근 종영한 ‘작은 아씨들’에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극 중 인물을 ‘영웅’으로 표현하고, “제일 잘 싸운 전투에서는 한국군 1인당 베트콩 20명을 죽였다” 등의 대사를 내보내 베트남 정보통신부로부터 ‘역사 왜곡’이라는 항의를 받았다. 

결국 이 작품은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방영이 중단됐다.

두 작품의 사례는 ‘빅마우스’와 달리 억울한 측면이 있다. 수리남은 실제 사건이었고 베트남전에 한국군이 참여해 월맹군과 맞선 것도 사실이다. 표현의 과장이 있을 수는 있어도 ‘똠양꿍’처럼 쌩뚱맞게 등장한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외국작품(주로 영미권) 속 차별적 표현에 항의하는 위치였다.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K-영상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항의받는 사례가 더 많아지고 있다. 변두리 문화콘텐츠 생산국에서 주류 생산국으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표현 문제에 대해선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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