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선 손짓이 신호등”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선 손짓이 신호등”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0.31 09:19
  • 호수 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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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공단에서 진행하는 ‘어르신 교통사고 제로’ 캠페인이 참여한 어르신들이 피켓을 들고 보행자 보호를 홍보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진행하는 ‘어르신 교통사고 제로’ 캠페인이 참여한 어르신들이 피켓을 들고 보행자 보호를 홍보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차를 만나면 손을 드세요” 캠페인

차 향해 손들면 10대 중 9대 일시정지… 보행사고 줄어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무신호 횡단보도에서)차를 만나면 손을 드세요!”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는 지난 3월부터 ‘차·만·손’(차를 만나면 손을 드세요!) 보행문화 운동을 개발해 홍보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간단한 손짓만으로 일시정지를 주저하는 운전자 대부분을 멈춰 세우는 넛지 효과를 활용, 어르신 보행사고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나선 것이다. 안전공단 관계자는 “‘차‧만‧손’ 운동이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과 도로교통공단 등이 간단한 손짓으로 차를 멈추게 해 보행자를 보호하는 캠페인을 전개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는 고령자가 신체능력 저하로 인해 시야가 좁아져 도로 위 접근 차량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지고, 75세 이후는 정상 시야범위(180도~200도)의 40% 이상이 축소돼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점에 착안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경기도 보행자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217명) 중 고령보행 사망자(118명)가 54.3%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동작이 실제 효과가 크다는 것도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앞서 공단 조사결과, 시속 30km 도로의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을 경우 차량 양보율은 1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횡단의사를 표시하였을 경우에는 차량 양보율이 95%까지 높아져, 보행자의 적극적인 횡단의사 표시가 보행자 사고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효과는 도로교통공단의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교통공단이 지난 8월 말과 9월 초 서울역 부근의 한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번씩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량이 일시정지 하는지를 살폈다.

이때 보행자가 별다른 의사표시 없이 그냥 길을 건너려고 하자 50대 중 17대(34%)만 멈춰섰다. 33대는 보행자가 횡단보도 초입에 서 있는 걸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보행자가 길을 건너겠다는 의미로 손을 어깨높이 정도까지 들어 올리자 결과는 크게 달라졌다. 50대의 차량 중 90% 가까운 44대가 일시정지했다. 이를 무시하고 지나친 차량은 6대에 불과했다. 손을 들고 안 들고에 따라 자동차의 일시정지율이 50%p 넘게 차이가 난 것이다.

교통공단 안전교육부의 정의석 교수는 “보행자의 가벼운 손짓은 운전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게 하는 일종의 넛지(Nudge)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이러한 실험결과를 토대로 9월부터 ‘횡단보도 손짓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 운전자(차량)를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통행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비언어적 소통을 유도해 운전자의 일시정지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이와 함께 ‘어르신 교통사고 ZERO(제로)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고령인구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운전자들이 고령 운전자 및 보행자에게 보다 관심을 갖고 서로 배려·양보하는 교통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마련됐다.

공단은 10월 5일 경기도 의정부 제일전통시장에서 주변 운전자의 눈에 띄기 쉽도록 밝은 연두색으로 제작된 장바구니를 배부했다. 추후 전국 100여 개의 노인복지관을 통해 안전 장바구니 총 1만개를 배포할 계획이다. 또 고령운전자를 위해서는 공단이 운영하는 전국 27개 운전면허시험장을 통해 고령운전자 차량에 부착하는 스마일실버 스티커 총 2만7000개를 소진 시까지 배포한다. 공단의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는 고령운전자 중 만 70세 이상인 희망자는 강의를 통해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

교통공단 관계자는 “단속과 처벌만 강화해서는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교통선진국처럼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를 발견하면 반사적으로, 습관적으로 차를 멈추는 문화를 확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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