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달래줄 반쪽을 찾습니다”
“외로움 달래줄 반쪽을 찾습니다”
  • 관리자
  • 승인 2006.08.29 20:1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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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기러기 노인 황혼미팅 열기 후끈

정서적 안정 이성의 반려자 필요 ‘한마음’
초원문화교실·복지관 등 실버미팅 인기

 

젊은이들의 특권으로 인식돼 왔던 미팅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들어 복지단체나 민간기업 등에서 외로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황혼미팅’을 열고 있고, 이에 대한 노인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성과의 만남이 즐겁고 설레기는 노인들도 마찬가지. 오늘도 많은 외로운 노인들이 로맨스 그레이를 꿈꾼다.

 

매주 일요일 오후가 되면 서울 종로에 있는 초원문화교실에는 잘 차려입은 노인들로 붐빈다.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노래자랑을 하거나 게임을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드는 이성에 대한 탐색전을 펼치느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집안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로 불리며 점잔만 빼던 노인들이 이곳에서는 180도 변한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며 빼던 노인들도 어느새 마음을 열고 즐기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초원문화교실은 현재 운영자인 안성숙 실장이 노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위한 건전한 모임의 장을 만든다는 취지로 2003년 3월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상록문화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지난 2004년 초원문화교실로 이름을 바꾸고 보다 많은 노인들이 찾을 수 있도록 교통이 편리한 현재 위치(종각역 12번 출구 부근, 3143-7097)로 이전했다. 

 

이곳은 회비 만원만 내면 식사와 노래 그리고 미팅에 참가할 수 있어 노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초원문화교실은 전문적인 중매알선기관이 아니라서 참가자들의 신뢰도도 크다.

 

초원문화교실을 알게 된 후 자주 찾는다는 김모(65세)할머니는 “집에 있을때는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었는데, 이곳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나 함께 어울리니 너무 좋다”고 했다.

 

황모(69)할아버지는 “경로당에는 가기 싫어. 가봐야 술 마시고 화투나 치고… 거기 가면 더 늙는 것 같아. 근데 이곳에 오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다시 젊어지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현재 초원문화교실의 회원은 300여명 정도로 일요일 미팅에 보통 70~80명, 많게는 100여명이 넘는 노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아직 결혼에 골인한 황혼커플은 없지만 교제중인 커플은 제법 많다고 안 실장이 귀띔한다.

 

“요즘 노인들은 예전 같지 않아요. 훨씬 활동적이고 적극적이죠.” 예전 노인들은 배우자가 먼저 떠나면 남은 여생을 자식들에게 기대려고 했지만, 요즘은 혼자가 된 실버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반려자를 찾는다는 것이다.

 

안 실장은 “노인들이 이성을 만날 기회는 제한 돼 있어요. 복지관이나 노인교실 등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더라도 주위의 눈치 때문에 이성교제가 어렵고… 초원문화교실을 운영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초원문화교실에 나오는 노인 가운데는 이곳에서 노래하고 또래 노인들과 어울리면서 우울증을 치료한 경우도 있다”면서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인 안정이고 자식보다 이성의 반려자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초원문화교실 같은 사설 모임 외에 노인복지센터에서도 노인들을 위해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매년 어버이날 즈음이 되면 각 지역의 노인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크고 작은 실버미팅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의 경우 지난 2002년 실버미팅을 개최했는데, 남녀 50명씩 총 100명이 참석해 19쌍이 연결되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서울 광진구 군자동 광진 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어버이날 효사랑 나누기’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실버미팅에 할머니, 할아버지 40여명의 미팅 인원보다 훨씬 많은 신청자들이 몰리며 대성황을 이뤘었다.

 

민간 기업업체로는 결혼정보업체 (주)선우가 지난 97년부터 2004년까지 8년간 매년 ‘효도미팅’을 개최했었다. 선우 이웅진 대표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효도미팅’은 환갑 이상 독신노인들을 대상으로 매년 무료로 미팅을 주선해 노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은 여러 가지 내부 문제로 효도미팅 이벤트가 중단된 상태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그에 따른 부대비용의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것.

 

선우에서 효도미팅을 담당했던 김경화 씨는 “지난 97년 처음 효도미팅을 선보인 후 어르신들의 반응이 폭발적 이었고, 특히 이성을 향한 열정만큼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라고 해서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효도미팅 이벤트가 중단되었는데도 아직도 ‘언제 또 하느냐’고 문의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며 “회사 내부의 문제로 인해 계속 진행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많다”고 전했다.

 

중년의 독신자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사회적 배려나 관심이 많지만, 나이 지긋해 배우자까지 잃은 외기러기 노인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 위 사례와 같이 미팅에 참가한 대부분의 노인들이 자녀나 주위사람들이 아닌 본인이 직접 미팅 참가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아직도 자녀들이 노부모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듯싶다.

 

혼자된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남은 인생을 함께 할 배우자다. 이제는 노인복지에서도 이런 시대적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건전한 만남의 장을 제공한다면 노인들이 보다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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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이 있어 든든하고 행복해”
미팅에서 만나 제2의 신혼 즐기는 황혼커플

 

“심성 곱고 예쁜데다 애교까지 많아서 한눈에 반했어”라고 말하며, 이경수(71세) 할머니를 바라보는 장운석(76세) 할아버지의 눈에 이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지난 2002년 초 초원문화교실에서 만나 4년째 함께 살고 있다는 장 할아버지, 이 할머니 커플은 각각 혼자된 지 15년, 30년 만에 현재의 반쪽을 만나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며 살고 있다.

 

벌써 4년이나 함께 산 부부인데도 아직도 갓 결혼한 신혼부부 같이 깨소금이 쏟아진다. 또 곱게 화장한 이 할머니와 멋들어진 중절모를 쓴 장 할아버지는 70세가 넘은 고령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고 건강했다.

 

젊었을 때는 생활에 바빠 외로울 틈도 없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두 사람. 말벗이라도 만들어볼까 하고 나가 본 모임에서 남은 인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만나 너무나 행복하단다.

 

이 할머니는 “남편을 만난 이후로 화장도 더 하고 옷도 신경써서 예쁘게 입게 된다”며 “항상 사랑해 주고 위해주는 남편 덕분에 너무 행복하고 제2의 신혼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장 할아버지와 이 할머니 커플은 보통의 황혼커플이 그렇듯 결혼식이나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그냥 함께 살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3남매씩을 두고 있는데, 자녀 중 한명이 아직 두 사람의 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미뤄두고 있다.

 

반대하는 자녀에게 서운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장 할아버지는 “우리를 조금 더 이해해 주면 좋겠지만… 이렇게 함께 있다는게 중요하고, 지금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집사람을 만나고서 마음이 젊어지고 더 건강해졌다. 나이가 들수록 배우자가 꼭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 할머니는 “많은 노인들이 집안에만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말동무도 만들고 할 수 있으면 황혼재혼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틈만나면 서로를 바라보며 애정의 눈길을 보내는 장 할아버지, 이 할머니 커플. 행복해 하는 이들 부부를 보면서 홀로된 부모에게 가장 큰 효도는 바로 함께 할 배우자를 찾아주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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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5 05:51:39
독거노인은(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막론하고) 이래서 서럽습니다

혼자 밖에 나가면 홀애비(홀 할아버지)는 반드시 괄시를 받습니다

식당의 홀 써빙 아줌마 까지도 꼭 "혼자 오셨습니까?"라고 묻습니다

혼자 영화관에 가면 매표원이 꼭 "한장만이요?"하고 색다르게 봅니다

심지어 미국의딸 마저도 홀(할)아버지는 또 오시라고 하지를 않습니다

즈 엄마 있을때는 내외분이 속히 들어오시라고 매년마다 재촉하더니요

파출부 아줌마보다 훨씬 더 부려먹고 애들 매끼기가 아주 좋았으니깐요

덕분에 별 쓸모없고 돈만 쓰는 할아버지도 따라가서 호강은 하였지만요

이래서 獨居노인은 더욱더 서러웁고 죽은 할멈이 점점 더 그리워 집니다

유명한 X X 칼국수집 주인은 저를 "화려한 독신"으로 봐줘서 고맙지만요

이땐 객석의 커풀 손님들(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이상하게 봅니다

딱한"독거노인"이라고 무시하는것 같기도하고 동정하는것 같기도 합니다

서럽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붓잡고"여보 우리 같이 점심먹읍시다"하다가는

"외양 멀끔한데 벌써 XX가 왔구나"라고 질시와동정 함께 받게 될것 같아서

날이면 날마다 이렇게 짝궁(님)찾아 헤메고 있습니다. 아 !!어디에 계십니까?

날이면 날마다 여왕으로 섬기고 받들어드릴, (사랑하는)우리"여보"야 ㅎㅎㅎ.


2007-08-22 14:23:42
상유층 말고 중하류층이 즐길수 있는 전국 실버타운을 소게 하여 주십시요 안녕

2007-08-22 14:17:02
저는 78세의 젊은 늙은이 입니다. 그런데 자식들이 있다고 하여도 저의들 살기 바빠서 우리 두 늙은이만 달랑 남어서 고독을 씹고 있는데 요지음 유상 실버타운이 있어 노 부부살기가 무척 편하다고 하므로 호남 부근에 이런 좋은 곳이 있으면 알여 주십시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