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정치권의 책임지는 문화를 기대하며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정치권의 책임지는 문화를 기대하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1.07 10:38
  • 호수 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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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최근 엘리자베스 2세 시대 마지막 총리이자 찰스 3세 시대 첫 총리였던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자신의 부자 감세 정책으로 촉발된 영국의 경제 혼란을 책임지고 물러났다. 의회의 지속적 압박에 물러난 모양새지만 영국 역사상 최단기 재임 총리라는 불명예를 떠안는 책임감은 보였다. 무능했지만 무책임하지는 않았다. 

취임 첫 해부터 지난해까지 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킨 김태형 감독도 올해 부진한 성적을 책임지고 물러났다.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3번이나 우승을 시킨 그였다. 유능한데다 책임감까지 강했다.

마약, 음주운전, 학교 폭력 등 구설수에 휘말린 수많은 연예인 대부분이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하차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 부도덕하지만 최소한의 책임지는 양심은 있었다.

지난 11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복판에서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가 벌어진다. 그런데 사고 발생 직후부터 아무도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기괴한 현상이 황당했는지 외신들은 일제히 “왜 한국 정치계에서는 아무도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으려 하냐”고 질책했다. 그제야 사과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여전히 그 누구도 내 탓이라 하지 않았다.

아직 대참사의 원인 규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윤희근 경찰청장이 당일 통제를 요청한 79건에 119 신고에 무대응했다고 인정한 것을 비롯한 여러 정황상 지자체와 국가가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해 벌어진 인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알고도 하지 않았다면 무책임하며 부도덕한 것이고, 아예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어느 쪽이어도 더 이상 국민 안전과 행복을 위해 중책을 맡을 수는 없다. 즉, 이태원이 위치한 용산구, 서울시를 비롯해 질서유지와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경찰청, 행정안전부, 더 나아가 총리실까지 대참사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태원 축제는 축제가 아닌 현상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누구보다 먼저 청장실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야만 정치인으로서 차후를 도모할 수 있다. 실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거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둘러싼 혼란을 책임지고 멋지게 용퇴했고, 많은 시민들이 이 모습의 진정성을 느껴 재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용단 있는 오 시장의 책임지는 자세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참사를 두고 실언을 남발한 이상민 행정부 장관과 농담까지 자행한 한덕수 총리도 과도할 정도로 도덕적이고 책임감이 강하다고 믿는다. 그들의 용기 있는 퇴진 역시 너무나 기대한다. 끝으로 리즈 트러스 전 총리보다 먼저 사임했던 수엘라 브레버먼 전 내무장관의 사퇴의 변을 소개한다.

“우리는 실수하지 않은 척했다. 나는 실수했고, 책임을 받아들인다. 나는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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