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고!’ 군포문화원 어르신들 메가폰 잡다
‘레디 고!’ 군포문화원 어르신들 메가폰 잡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5.27 11:11
  • 호수 1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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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설화 ‘감투봉 명당 싸움’ 영화로 탄생
▲ 어르신들이 군포문화원 한 켠에 마련된 공간에서 영화 ‘감투봉 명당 싸움’ 연기 연습에 한창이다.


채복순(73) 감독이 ‘레디 고!’를 외치자 카메라가 배우들을 잡는다. 마 여사 역을 맡은 임명재(67)씨는 귀신을 보고 놀라 넋을 잃고 병실 침대에 누워 있다. 이주사 역을 맡은 이진목(45)씨가 마 여사를 바라보며 핀잔을 한다.

“아니, 뭐가 그리 급하셔서 제가 잠시 좀 멈추시라고 해도 복도로 계단으로, 왜 그러신 거예요?” 

……

한 5분쯤 지났을까. 한 장면이 끝나자 채복순 감독이 ‘컷’을 외친다.

채 감독이 “중간 부분에 대사가 매끄럽지 않네요, 대사만 다시 한 번 맞춰볼게요”라며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자 곧바로 연습이 시작된다. 그렇게 반복하기를 수차례. 오늘 촬영일정은 끝났지만 어르신들은 대본을 손에 놓지 못했다.

5월 25일 경기 군포문화원에서 지켜본 영화제작 풍경이다. 이날 한 켠에서 어르신들은 영화 ‘감투봉 명당 싸움’ 연기 연습에 한창이었다. ‘감투봉 명당 싸움’은 군포시에 내려오는 설화 가운데 하나다. ‘감투봉’에 얽힌 전설을 믿는 마 여사가 마을 사람들을 이용해 명당자리를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 설화와 관련된 이야기는 어르신들을 통해 15~20분 짜리 영화로 탄생된다.

영화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모두 30여명. 전직 병원장을 비롯해 회사 CEO, 교사, 공무원 등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주축이 돼 배우는 물론 직접 촬영과 편집도 한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윤진호·이종신씨 등 전문 감독들을 강사를 초빙해 매주 월수요일 2시간씩 발성, 대본읽기, 연기, 시나리오 제작, 카메라 촬영기법 등을 교육받았다.

이번 영화는 군포지역 문화유적지, 설화발생장소, 군포8경 등 지역의 유명장소는 물론 지역 유명인사들이 직접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게 특징. 원광대 산본병원 이건목 원장은 이미 캐스팅이 된 상태다.

유명인사 외에도 영화에는 아마추어 어르신들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영화배우 이진목씨를 영입했다.
이번 영화는 군포문화원이 ‘땡땡땡 어르신문화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세 번째로 군포설화를 다룬다. 제1기는 지난 2007년 군포설화를 그림으로 그려 영상에 담은 뒤 실제 목소리로 구연, 영상물을 제작한 ‘실루엣구연설화’를 선봬 지역 내 5000여명의 학생들이 관람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활동한 2기는 ‘감투봉 명당 싸움’을 주제로 한 설화마당극에 이어 올해 영화에 도전한다. 올해는 처음으로 군포시에서 1500만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영화는 오는 7월까지 마무리 작업을 거쳐 8월 군포문화원이 주최하는 ‘우리는 문화마을에서 산다’ 행사 중 상영할 예정이다. 또 초중등학생들에게 군포설화를 알리는 교재로도 사용할 계획이다.

마 여사 역을 맡은 임명재씨는 “영화배우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연기를 처음하다보니 인물에 대한 감정몰입이 쉽지 않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종신 연출감독은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어르신들이라 서툰 부분도 있지만 열정 만큼은 전문 연기자 못지않다”고 말했다.

윤진호 촬영감독은 “어르신들이 직접 제작하는 이번 영화가 ‘제2의 워낭소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제작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영화제에도 출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포문화원 어르신들은 2007년 ‘금우물과 금낭 아가씨’ ‘아구랑과 의좋은 형제’ ‘감투봉 명당 싸움’ 등 군포설화를 토대로 직접 그림과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도 제작한 바 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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