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어느 노인의 편지
[백세시대 / 기고] 어느 노인의 편지
  • 신원재 경기 가평군
  • 승인 2022.11.14 11:26
  • 호수 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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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재 경기 가평군
신원재 경기 가평군

얼마 전 어느 요양시설에서 한 할머니가 한 많은 세상을 뒤로하고 생을 마감했다. 요양보호사들은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편지 봉투 한 개를 발견했다. 요양보호사 중 한 명이 이를 복사해서 돌렸고 뉴스를 통해 전파되기도 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현명하지도 않고 변덕스럽고. 초점 없는 눈으로 투정이나 하는 쓸모없는 늙은이로 보였나요? 음식을 먹을 때 흘리고 대답을 빨리 빨리 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나무랄 때 나는 당신들이 조금만 더 노력해 줄 것을 바랐습니다. 요양보호사님. 당신들에게는 내가 걸핏하면 물건이나 잃어버리는 노인네로 밖에 안 보였나요? 저항하든 안 하든 목욕 시킬 때는 설거지통의 그릇만도 못한 취급에 눈물도 많았지만 흐르는 물에 희석돼서 당신들은 보지 못했지요. 음식을 먹여주는 당신의 눈에는 내가 가축보다 못한 노인으로 비췄나요. 댁들은 제가 그렇게 밖에 안 보이나요? 제발 나를 그런 식으로 보지 마세요. 온몸이 멍들어도 아픔을 식혀야만 했든 저도 당신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입니다.”이 편지를 읽고 가슴 한켠이 아려오며 비슷한 경험을 했던 지난 날이 떠올랐다. 필자도 남들처럼 20대 초반에 국방의무를 마치고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과 꿈같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80대에 접어든 어느 날 어둠이 찾아왔다. 늘 곁을 지켜주던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그리고 각종 병으로 몸을 가누지 못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필자 역시 편지 속 할머니처럼 모진 생활을 견뎌야 했다.

편지에 거론된 요양보호사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현재 법에 처벌도 받고 있다. 이 글로 인해 요양시설에 대한 나쁜 편견은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위해 항상 고생 하시는 요양보호사님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부디 투정이나 부리는 늙은이로 보지 말고 좀더 자세히 봐주시길. 당신들의 부모는 아니지만 어쩌면 부모일 수도 있습니다. 식사 때는 가축에게 먹이주듯 하지 마시길. 당신들이 돌보는 환자 한 분 한 분이 가슴에 멍을 안고 떠나게 하지 마시길. 당신들의 손길로 인해 생의 마지막 순간이 그나마 편안했다고 회고할 수 있게 돌봐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요즘 자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병 들고 늙은 부모가 귀찮다고 요양시설부터 찾고 당당하게 ‘모셨다’고 말한다. 그런 자식들에게도 한 번 더 고민해보라고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는 건강이 제일이니 절대로 아프지 마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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