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대상 악덕상술 여전히 기승…대책 마련 시급
노인 대상 악덕상술 여전히 기승…대책 마련 시급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5.28 15:44
  • 호수 1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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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교육 및 노인 소비자를 위한 법 제정 서둘러야

윤모(강원 평창‧76)어르신은 지난달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한다는 정모(40‧서울)씨로부터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윤 어르신은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이라는 정씨의 말만 믿고 45만원을 주고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얼마 후 구입한 제품 가격이 5만원짜리라는 사실을 알게 돼 정씨를 찾아갔지만 이미 서울로 떠난 뒤였다. 윤 어르신은 자식들에게 말도 못하고 며칠 째 속만 끙끙 앓고 있다.

이처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악덕상술 및 전화금융사기 등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노인 대상 불법‧부당 판매행위 관련 이용 및 피해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인 49.4%가 불법‧부당 판매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접수된 60세 이상 소비자 불만 상담사례는 모두 570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악덕상술로 인한 소비자 불만 상담사례는 모두 85건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연맹 도영숙 부회장은 “악덕상술로 인한 피해로 상담을 요청하는 어르신들의 상담이 매일 1~2건씩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악덕상술 못지않게 전화금융사기 일명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 기승을 부리면서 노인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한해 110콜센터에 접수된 보이스 피싱 신고건수가 7만7177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액은 21억9115만원(월평균 1억8000만원)에 달했다.

범죄 유형도 갈수록 다양하고 지능화되고 있다. 특히, 무료공연, 관광, 유흥, 사은품 등을 제공하고 나서 건강식품이나 건강보조기구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악덕상술은 날이 갈수록 그 방법이 교묘해지면서 회원가입 기념품 혹은 샘플이라며 써 볼 것을 권유한 뒤 대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또한 검찰ㆍ국세청 등 권력 기관은 물론 우체국 직원 등을 사칭해 세금이나 보험료 등을 환급해 주겠다고 접근해 거액을 빼가는 수법은 이미 일반화돼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어르신들이 피해를 당했을 경우 당황하지 말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 대외홍보기획단 선주만 부장은 “악덕상술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방문판매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4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며 “피해사실을 안 직후 물건을 사용하지 말고 반품을 요청하거나 소비자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보이스피싱 또한 은행 현금지급기 등을 통해 상대방 계좌로 송금한 경우라면 즉시 은행 직원이나 콜센터에 지급 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 소비자를 위한 관련 법률이 있지만 대부분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고, 방문판매의 경우만 금지행위 및 법칙을 규정하고 있어 법적 규제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및 ‘소비자기본법’ 등 법률 또한 노인복지증진 시책 및 노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우선적 보호시책 강구, 위해예방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다.

또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허위광고 및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거나 청약철회 및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벌칙을 가하고 있지만 3개월 이상 영업을 할 경우 이 같은 법이 적용되지 못한다.

이 같은 실정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도 지난해 10월 사기와 강매 등 노인 대상 불법‧부당판매업자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고 노인들의 피해구제장치 확충, 불법‧부당판매업자에 대한 관리기능 강화 등을 담은 ‘노인 소비자 권익보호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계획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연맹 도영숙 부회장은 “어르신들의 경우 피해를 당하고도 자녀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을까봐 쉬쉬하는 경우가 많아 청약철회 기간을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최대한 빨리 가족들에게 알리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한 민법 조항처럼 어르신들도 이 같은 법률이 적용돼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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