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떨어져 생기는 ‘대상포진’… 고령자 많이 발병
면역력 떨어져 생기는 ‘대상포진’… 고령자 많이 발병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1.21 14:44
  • 호수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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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의 증상과 치료

만성질환자, 폐경기 여성 고위험군… 단순 피부병과 달리 극심한 통증
치료 후에도 신경통 남는 경우 많아… 예방접종 하면 합병증 위험 적어

대상포진은 신경을 따라 통증이 띠를 두른 듯 발생하다가 그 자리에 수포가 올라오는 증상이 나타난다. 사진은 대상포진이 생긴 환자의 등 모습. 	사진=인천성모병원
대상포진은 신경을 따라 통증이 띠를 두른 듯 발생하다가 그 자리에 수포가 올라오는 증상이 나타난다. 사진은 대상포진이 생긴 환자의 등 모습. 사진=인천성모병원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주부 이성미(61)씨는 얼마 전부터 옆구리 아래쪽 피부가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며칠 뒤 환부에 동글동글한 물집이 생겨, 비슷한 증상에 ‘대상포진’ 진단을 받고 고생했다는 지인들의 얘기가 생각나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염려한 대로 대상포진이었고 현재 약물치료 중에 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절 내 잠복해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활성화돼 신경통과 피부 병변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나, 면역 기능이 떨어진 환자나 과로·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 치료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기도 하는데 이때 가장 무서운 것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합병증이다. 대상포진 치료 이후 발생하는 만성 통증으로, 피부에 발진이 발생한 지 1개월이 지난 후에도 통증이 남아있는 경우를 말한다. 고령일수록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장기간 지속되면 신경치료를 받거나 신경 절단을 고려하기도 한다.

박정현 인천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60세 이상 대상포진 환자 중 20~50%는 6개월 이후, 70세 이상의 경우 50% 이상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경험한다”며 “특히 당뇨병 환자, 면역 저하 환자, 여성에게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의 원인과 증상

대상포진은 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일수록 발생빈도가 증가한다. 또한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은데 폐경기 여성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호르몬 영향으로 추측되고 있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영양실조에 걸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등도 위험군이다. 장기이식환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식 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이다. 위암, 폐암, 혈액암 등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우리 몸의 신경망을 타고 퍼진다. 우리 몸의 신경은 척추에서 오른쪽과 왼쪽, 양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있는 형태로 돼 있다.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양쪽 신경망 중 한쪽에만 집중적으로 통증과 피부발진이 생긴다. 

통증을 느낀 지 1~5일이 지나면 그 부위에 물집이 잡히는데 며칠 뒤 물집이 터지고 피가 맺히면서 고름이 찬 농포로 변한 후 딱지가 앉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몸의 한쪽에 심한 통증과 감각 이상이 발생한다. △한쪽 머리가 아픈 경우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로 가슴이 아픈 경우 △한쪽 배가 아픈 경우 △팔다리가 저린 근육통 증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곳은 흉추(가슴 부위의 척추뼈) 부근이다.

신경에 감염을 일으켜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발생 위치에 따라 증세도 달라질 수 있다. 귀를 침범한 경우에는 안면 마비 증상이, 방광 부위를 침범할 경우에는 소변을 못 보는 증상이 생긴다. 

대상포진 증상이 얼굴에 나타나는 경우는 10~25% 정도인데, 이 경우에는 각막염·결막염에 걸리기 쉽고 뇌졸중 위험이 4배 이상 높아지므로 유의해야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도 주의해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 치료를 받고 수포가 다 사라졌음에도 통증을 계속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피부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30일에서 6개월 후까지 통증이 지속하는 식이다. 

이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불면증, 식욕부진, 만성피로처럼 신체적 문제는 물론 우울증, 집중력 저하 등의 정신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박정현 교수는 “대상포진의 발병률은 인구 1000명당 2~10명 정도이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경우는 이들 환자의 10~30%”라며 “경미한 증상까지 포함한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환자의 비율은 좀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나이(고령)다. 이외에 △눈을 침범한 안(眼) 대상포진 △피부병변 이전에 통증이 오래 지속된 경우 △여성 △통증·피부 발진·흉터·감각 소실 등 급성 대상포진의 증상이 심할 경우 등이 있다.

◇대상포진의 치료

대상포진 치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항바이러스제를 빨리 투여해 수두 바이러스의 활성화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활성화된 바이러스가 이미 신경을 손상시켰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약물치료에는 항경련제, 항우울제, 진통제, 국소마취제가 도포된 패치 등을 사용하며, 시술적 치료에는 손상된 신경을 치료하는 ‘신경 차단술’과 치료의 효과를 길게 유지하기 위해 보조적 수단으로 ‘박동성 고주파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선 미리 백신 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대상포진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100% 예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방접종을 받은 환자는 대상포진이 비교적 약하게 지나가고 합병증의 발생도 적게 나타나서다. 

박 교수는 “여러 연구에 따르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는 경우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환될 확률을 줄인다는 보고가 있다”며 “단, 예방접종 후 5년 정도 지나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므로 고위험군이라면 재접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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