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사랑, 손주 자랑’ 1등 수상작 소개] 수기부문 '할매 똥강아지', 사진부문 '손자의 코로나 검사법'
[‘손주 사랑, 손주 자랑’ 1등 수상작 소개] 수기부문 '할매 똥강아지', 사진부문 '손자의 코로나 검사법'
  • 백세시대
  • 승인 2022.11.21 15:11
  • 호수 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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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부문 1등]

할매 똥강아지

손정숙경북 포항시
손정숙 경북 포항시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사랑이지만 줘도 줘도 끝이 없는 사랑은 손자‧손녀들에게 주는 내리사랑이다. 나는 불행하게도 고추가 달린 아들을 얻지 못한 여자였다. 반면 나의 딸은 정말 예쁜 고추가 달린 아들을 얻었다. 이런 딸에게 ‘위대한 엄마’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가끔씩 부르며 놀리곤 한다.

여자아이만 키우다 손자를 보니 참으로 신기했다. 목욕부터 서툰 게 많았다. 딸이 손자를 목욕 시킬 때에도 거들기만 하고 단 한번도 아기 고추를 씻겨 본 적이 없었다. 한번은 ‘작은 고추가 이불에 눌리면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이불 귀퉁이를 살짝 들어 안을 들여다 봤다. 이때 딸이 “엄마 뭐하려고”라고 물어 깜짝 놀라고 말았다. 딸은 내 이야기를 듣고 방이 떠나가라 하하호호 웃었고 그래도 난 손주가 깰까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내가 낳은 자식보다 더 애지중지 키워 초등학교에 보냈다. 딸은 직장일로 바빴고 육아는 나의 담당이었다. 녹색어머니회 교통정리도 대신 도맡았는데 이를 잘 모르는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은 “늦둥이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라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손주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반장이 돼 우리를 즐겁게 해줬다. “우리 집에 드디어 장(長)이 탄생했다”며 그날 저녁 파티를 하기도 했다. 또 봄에는 보라색 제비꽃, 노오란 민들레 등을 한 움큼 꺾어 오리궁둥이 뒤에 감추고 “할매 뭐 게. 맞히면 주지용”이라며 재롱을 부리기도 했다. 

중학생이 돼서는 봉사활동에도 나섰다. 노인복지관에서 배식을 하기도 했는데 이때는 복지관을 이용하던 어르신들이 나의 늦둥이인줄 알았다. 고등학생 때는 밴드부를 결성해 공연을 하며 예술적인 감각도 뽐냈다.

그러다 어느덧 수험생이 되고 밤 11시가 돼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손주가 비를 맞을까 걱정돼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오매불망 기다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손주는 “이까짓 비 정도는 맞아도 괜찮으니 다음에는 나오지 마세요”라며 되레 할매를 걱정해줬다. 

물론 실망한 적도 있었다. 밤에 공부하는 손주를 위해 야식을 챙겨 손주방 문 앞에 섰을 때 게임 소리를 들었다. 내 자식이었으면 당장 컴퓨터를 박살내고 머리도 쥐어박았겠지만 꾹 참고 야식만 건넸다. 대학에 못가면 내 책임이라 느껴져 고민이 커졌다. 해결책이 보이지않아 딸에게 털어놨는데 의외에 답이 돌아왔다. “좋은 대학 못가도 괜찮아요.”

딸이랑 사위는 전문대여도 괜찮으니 적성에 맞는 학과를 물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방 4년제 대학에 당당히 합격했다. “우리집에 박사가 탄생했다”며 손자에게 큰절을 했다. 

대학 2학년 때 군대에 갔다. 입영날 온 가족이 함께 훈련소로 향했다. 부대 입구에는 꽃아치가 세워져 있었는데 “키워주신 어머니를 업고 들어오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손자는 “할매, 업자”하며 내 앞으로 와 허리를 굽혀 어린 시절 할매 줄 꽃을 숨겨뒀던 오리궁둥이를 내밀었다. 이 모습에 사위는 “저 놈 봐라. 지 엄마 두고”라며 웃으며 시샘하기도 했다.

집에 오자마자 손자에게 편지를 썼다. “할머니의 손편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군 생활 마칠 때까지 할매 말 명심하겠다”는 답장이 날아왔다. 6주 후 훈련소 퇴소하는 날 다시 한 번 온 식구가 모였다. 똥강아지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비록 폔션에서 하루밤을 지내고 아쉬운 작별을 해야만 했지만 꼭 안아주며 건강히 군생활을 마치길 기원했다. 손자는 강원 원주1군사령부로 이송됐다.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와 인성 덕분에 의장대 기수로 뽑혔다. 

손자는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며 현재는 4학년 졸업반이 됐다. 지난 추석에는 “할매 이제 용돈 그만 받고 우리가 드릴게요”라며 ‘할매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봉투에는 신사임당 두 장과 배춧잎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왜 하필 11만원일까 궁금해 딸에게 물어보니 자신의 누나보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이 더 많아 누나 몰래 1만원을 더 넣었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또 희소식을 들었다. 직전 학기 우수한 성적으로 전액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 귀여운 똥강아지 덕분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


[사진부문 1등]

손자의 코로나 검사법 | 염광국 경기 성남시

지난해 8월 가족 일부의 확진으로 온 가족이 격리돼 이틀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당시 검사원이 박스에서 손만 내밀어 코를 찔러 검사했고 손자는 이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잠시 후 검사원이 돌아가자 손자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러고는 “할아부지 이리 와바” 하더니 검사원 흉내를 내듯 갑자기 손가락을 내밀어 코를 찔렀다. 당시 격리된 생활로 심신이 지쳐있었는데 손주의 재롱 덕분에 온가족이 한바탕 웃을 수 있고 힘든 시기도 잘 극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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