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한국대표팀의 반란을 기대하며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한국대표팀의 반란을 기대하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1.28 09:45
  • 호수 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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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언더독’(Under dog)이란 말이 있다. 이는 ‘궁지의 몰린 개’라는 의미로 사회적 약자를 지칭하기도 한다. 또 스포츠로 한정할 경우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컬는다. 이와 반대로 강력한 우승후보는 ‘탑독’(Top dog)이라 부른다. 

언더독으로 분류되는 팀이나 선수가 탑독을 꺾어 ‘이변’ 혹은 ‘언더독의 반란’을 연출하면서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기도 한다. 

지난 11월 20일 말 많고 탈 많았던 2022 카타르월드컵이 개막했다. 첫 경기는 주최국 자격으로 1번 시드를 받긴 했지만 단 한 번도 자력으로 월드컵에 진출한 적 없어 ‘언더독’으로 분류됐던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였다. ‘2019 아시안컵’에서 이변을 연출하며 우승했던 카타르의 선전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월드컵 92년 역사상 주최국의 개막전 첫 패배라는 불명예도 떠안았다.

21일에는 또다른 언더독 이란이 탑독 잉글랜드와 맞붙었다. 우리나라의 숙적이기도 한 이란은 최근 반정부 시위로 인해 사회‧정치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날 이란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고 선수 전원이 침묵을 지키며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경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부상으로 주전 골키퍼가 교체됐고 이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6대 2로 참패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축구팀들은 월드컵 무대에서 늘 언더독으로 분류됐다. 국가 수 대비 현저히 적은 출전티켓이 이를 증명한다. ‘승점자판기’라고 부를 정도인데 일각에서는 아시아 출전 티켓을 더 줄이고 유럽이나 남미에 더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다고 했던가. 21일 치러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사우디 대표팀이 36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온 아르헨티나를 2대 1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한다. 국내 한 포털에서 진행한 승부예측에서 97%에 달하는 사람들이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예측한 반면 사우디가 이긴다고 내다본 이들은 0%였을 정도 정도로 기적적인 승리다. 사우디는 이를 기념해 경기 다음날을 공휴일로 선포했다.

우리나라 대표팀도 24일 첫 경기를 시작으로 조별예선 여정에 나선다. 한국축구 역대 최고의 선수인 손흥민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현재로선 16강 진출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혼’, ‘투지’로 대표되는 ‘붉은 악마’의 선전을 기대한다. 승패와 상관 없이 후회없는 경기를 펼쳐 국민들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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