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20년 젊게 사는 방법”
[백세시대 / 세상읽기] “20년 젊게 사는 방법”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11.28 11:25
  • 호수 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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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기자는 며칠 전 ‘해방의 쾌락’을 맛봤다. 해방의 기쁨이 아니고 쾌락이라고 말한 것은 그만큼 기쁨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얘기다. 여기서 ‘해방’은 기존의 노인에 대한 틀에 박힌 인식으로부터 가볍게 벗어난 일을 말한다. 그것은 흥미롭고 꽤 유익한 실험 결과 덕분이다.

엘렌 랭어라는 하버드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는 노인 대상의 실험을 하다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교수는 1970년에 동료 교수와 함께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더 많이 결정하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집단의 노인들에게 방문객을 맞이할 장소라든지, 요양원에서 보여주는 영화를 볼 것인지, 본다면 언제 볼 것인지, 각자 돌볼 화분을 선택해 화분에 물을 언제, 얼마나 줄 것인지 등을 직접 결정하도록 했다. 또 다른 집단의 노인들에게는 기존처럼 행동하도록 놔두는 것이었다(요양원 직원에 따르는 것).

결과는 놀라웠다. 첫 번째 집단이 더 쾌활하고 활동적이며 민첩해졌음을 확인한 것이다.

엘렌 랭어 교수는 “나는 선택하는 과정이 의식의 집중을 초래하며, 몸과 마음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개념에 불과할 뿐 둘을 분리하지 않는 시각이 더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엉뚱한 상상을 했다. “20년 더 젊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첫 번째 실험을 바탕으로 20년 더 젊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것은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라고 불리는 실험이었다. 70대 후반부터 80대 초반의 노인들이 일주일간 조용한 시골집에서 함께 지내며 20년 전 1959년으로 돌아가 당시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연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심리적인 시계를 되돌렸을 때 인간의 생리 상태에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신문광고를 통해 응모자를 모아 인터뷰를 하고 개별로 지능검사, 시각적 기억력 등 여러 가지 측정을 하고 얼굴 사진도 찍었다. 이는 실험이 끝난 후 심신의 개선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노인들이 일주일간 조용히 지낼 곳을 찾아 여러 도시를 돌아다닌 결과 현대적인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세월의 흐름과 무관한 듯한 장소, 뉴햄프셔주의 피터버러에 있는 옛 수도원을 발견했다.

이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과거로의 회귀를 부탁하면서 “수도원에서 지금이 1959년인 것처럼 지내되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선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며 “잡지나 신문, 책, 가족사진도 1959년 이후의 것은 절대 가져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 집단은 일주일 뒤에 별도로 은둔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도 똑같은 환경에서 지내며 1959년에 일어난 일에 관한 활동과 토론을 즐기지만 지금은 1959년이 아니라는 사실에 집중했다. 그에 반해 첫 번째 집단은 과거의 일을 현재형으로 말하도록 했다. 

첫 번째 집단은 IBM컴퓨터가 방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고, 팬티스타킹이 미국 여성들에게 막 알려진 ‘50년대’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익스플로러 1호 발사, 피델 카스트로의 아바나 진격 등과 같은 당시의 현안을 논의했다. 흑백 TV로 ‘애드 설리번 쇼’를 봤고, 영화 ‘벤허’, ‘뜨거운 것이 좋아’ 라는 영화를 보고, 페리 코모와 냇킹 콜의 노래를 들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일주일이 지나가기도 전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 이틀째에 노인들은 음식을 나르고 식사 후 치우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인터뷰 당시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던 노인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이 교수는 “은둔 생활을 끝낸 뒤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다시 검사한 결과 육체를 지배하는 마음의 힘이 정말로 엄청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청력과 기억력이 향상됐고, 좋은 의미에서 체중도 평균 1.5kg 늘었고, 손가락 길이(관절염이 줄어 손가락을 더 쭉 펼 수 있었다), 손놀림이 월등히 나아졌고, 걸음걸이, 자세도 좋아졌고, 사진 상으로도 ‘더 젊어 보인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엘렌 랭어 교수의 실험은 20년의 세월을 앞당기는데 불과했지만 이를 30년, 40년으로 얼마든지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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