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마구 뒤틀리고 떨리는 ‘근긴장이상증’의 증상과 치료
근육이 마구 뒤틀리고 떨리는 ‘근긴장이상증’의 증상과 치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1.28 14:34
  • 호수 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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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근육의 경련으로 머리가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앞뒤 또는 어깨 쪽으로 기울어지면 ‘근긴장이상증’을 의심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목 근육의 경련으로 머리가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앞뒤 또는 어깨 쪽으로 기울어지면 ‘근긴장이상증’을 의심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뇌 신경 기능 이상으로 발생… 머리 한쪽으로 돌아가는 ‘사경증’ 많아 

뇌심부자극술로 이상 운동 치료… 제때 진단·치료하면 완치도 가능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지난 2009년 은퇴 이후 방송 활동에 집중하던 전 마라토너 이봉주씨는 2020년 1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원인 불명의 통증에 시달리다 제대로 서지도, 뛰지도 못하고 목발에 의지하는 생활을 지속했다. 현재까지도 투병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이씨의 병명은 ‘근긴장이상증’이다.

우리가 앉거나 서서 생활을 하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의지대로 움직여 주는 근육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치 않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이 감기거나 목이 마구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 대부분은 안과나 재활의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거나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그대로 지켜보거나 방치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우리 신경계의 문제로 발생하는 ‘근긴장이상증’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허륭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근긴장이상증은 근육의 수축과 긴장의 정도를 조율하는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근육이 과도하게 강직되면서 몸이 뒤틀리고 돌아가는 운동장애 질환”이라며 “운동 근육의 세밀한 기능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뇌 기저핵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긴장이상증의 원인과 증상

근긴장이상증은 말 그대로 근육의 긴장도에 이상이 오는 병이다. 몸을 움직이게 하고 자세를 잡아주는 근육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이상 운동이나 이상 자세가 나타나는 병을 말한다.

국내 근긴장이상증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2만8138명이던 근긴장이상증 환자는 2019년 3만9731명으로 9년간 41.2% 늘었다.

근긴장이상증의 발병원인은 아직 추정할 뿐 정확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뇌 신경계의 이상으로 인해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근긴장이상증은 우리 몸에 있는 모든 근육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근긴장이상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목 근육 부위이다. 이처럼 목 부위에 나타나는 근긴장이상증을 ‘사경’이라고 한다. 머리의 비틀림, 경련, 머리 떨림, 목 통증 등이 주요 증상이다.

목 근육의 경련으로 머리가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앞뒤 또는 어깨 쪽으로 기울어지면 머리를 바로 유지할 수 없다. 이에 턱과 혀에 힘이 들어가면서 안면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은 처음엔 간헐적으로 경미하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 뒤틀린 자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소화(장애)질환과 척추측만증 등 여러 합병증도 유발될 수 있다.

이외에도 △눈 주위의 근육경련 수축으로 눈이 자꾸 감기는 ‘안검연축’ △안면부 전체에 발생하는 ‘메이그 증후군’ △성대 근육의 수축으로 말을 할 때 숨이 막히거나 목이 조이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경련성 발성 장애’ 등이 있다. 또한 글씨를 쓰거나 악기 연주 등을 할 때 손의 움직임에 이상이 생기는 ‘작업성 근긴장이상증’이 나타날 수 있다.

허륭 교수는 “근긴장이상증은 환자는 물론 의사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질환 자체가 워낙 생소하고 뇌졸중이나 뇌성마비 등 자칫 다른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근긴장이상증의 치료

이처럼 근긴장이상증은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리는 질환이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치료 효과가 높은 편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보톡스 주사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치료 효과는 약 30%로 알려져 있다. 보톡스 주사는 근육 신경을 차단해 증상을 완화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지속하긴 하지만 항체가 생기면 지속 기간이나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수술적 치료법으로는 ‘뇌심부 자극술’이 있다. 뇌심부 자극술은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 부분(담창구 내핵)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신경을 잘라내거나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로 모든 근긴장이상증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기능이 항진된 뇌의 특정 부위에 전극을 이식한 후 목표 부위에 적절한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치료법으로, 이상 신경회로를 안정화시킴으로써 여러 이상운동질환의 증상을 호전시킨다. 

뇌의 특정한 회로에 생긴 비정상적인 신호를 조절하기도 하고, 비정상적인 세포나 화학물질의 기능을 조절할 수도 있다.

허륭 교수는 “근긴장이상증을 잘 몰라 스스로 장애로 단정 짓고 일상에서 고통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환자들이 있는데 절대 그럴 필요 없다”며 “근긴장이상증은 치료하면 완치까지도 가능한 질환으로 두려움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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