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사랑, 손주 자랑’ 2등 수상작 소개] 수기부문 '탄생의 기쁨', 사진부문 '눈사람은 막둥이'
[‘손주 사랑, 손주 자랑’ 2등 수상작 소개] 수기부문 '탄생의 기쁨', 사진부문 '눈사람은 막둥이'
  • 백세시대
  • 승인 2022.11.28 14:38
  • 호수 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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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부문 2등]

탄생의 기쁨

장병선전북 전주시
장병선 전북 전주시

추석을 며칠 앞두고 보름달 같은 소식이 떴다. 쟁반같이 둥근 며늘아기의 뱃속에서 사내 녀석이 세상 구경하려 얼굴은 내미니, 온 집안 식구들이 싱글벙글했다. 갓난아기는 부드러운 천으로 감싸고 다시 하늘색 보자기로 예쁘게 단장해 네모난 바구니에 누워 간호사의 따스한 손길을 받고 있었다. 신생아실 창 너머 아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표정은 모두 해맑았다. 아기는 가끔 실눈을 뜨고 몸을 흔들어 보며, 허공을 향해 발길질을 하고 포근히 잠을 자다가 울음을 터뜨려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자식을 결혼시키면 부모의 의무는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결혼 후 4년이 지나니 은근히 손주가 기다려졌다. 결혼한 자녀가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면 부모도 걱정이 많다. 내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 것처럼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 아내가 돼지꿈을 꿨고 얼마 뒤 며느리가 임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얼마 뒤 뱃속 태아의 성별이 궁금했다. 회사를 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킨 모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이 세상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식을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녀의 성별 결정’이라고 했다. 

임신 5개월이 넘어도 며느리는 성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마 여아이기 때문에 함구하는 것이라 추측했다. 사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고 손녀가 태어나면 사랑을 듬뿍 줘 멋쟁이로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7개월이 되자 며느리는 싱글벙글하며 뱃속의 아이가 아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간 초음파로 촬영해 보아도 태아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하복부를 가리고 있어 판단이 어려웠던 것이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으나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아! 나도 이제야 5대 장손의 계보를 이어 가겠구나’하고 말이다. 며느리가 대를 잇는 손자를 낳아줘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앞으로 손자와 같이 생활할 기회가 많을 텐데 마냥 즐거울 것 같다. 얼마 전 친구들과 모임에서 바둑을 두던 일이 생각났다. 바둑판의 승패가 아슬아슬할 무렵 상대 친구가 갑자기 “난 집에 가서 손자하고 놀아야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하였다. 얼마나 손자가 좋으면 그럴까 하고서 그 당시에는 비아냥거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앞으로 내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추석이 지나면 여러 친구들을 만난다. 나도 친손자를 보았다고 지인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아마 친구들은 한턱을 내라고 할지도 모른다.

손자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 그런데 요즘 어린이들은 유치원시절부터 바쁘게 학원을 다닐 정도로 몹시 힘들어한다. 손자가 젓가락질을 배울 유년시절에는 어린이답게 스스로 기를 펴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여름방학이 되면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 묻혀 곤충과 식물채집을 하고 물놀이를 해도 학교 성적을 걱정하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중‧고등학생 때는 축구나 테니스 등 구기 종목이 적성에 맞으면 운동을 해도 대학입시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성인이 돼서는 사회에 보탬이 되며 건강한 청년이 돼 결혼도 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면 한다. 

그때쯤 되면 나는 지금보다 더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겠지. 그래도 청년이 된 손자가 내 어깨를 주물러주며 건강을 챙겨 줄 것 같다. 가끔 목욕탕에 함께 가서 등도 밀어주는 다정한 손자가 돼 줄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용돈을 절약해 내가 좋아하는 팝송 CD를 사줘야겠다. 또 사회 구성원으로 평범한 직장생활을 멋지게 하며 온 가족에 웃음을 주는 청량제가 되길 바란다. 

<2009년 9월 작성된 수기>


[사진 부문 2등]

눈사람은 막둥이 | 박세구 대한노인회 서울 금천구지회장

2010년 겨울 함박눈이 내린 날, 마침 집에 놀러온 외손주 셋과 함께 옥상에 올라 눈사람을 만들었다. 마치 외손주들은 막내동생을 만들듯 눈을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후 눈‧코‧입을 붙였다. 이후 가족사진을 찍듯 기념촬영을 했고 이날의 추억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제는 외손주들이 어엿한 중‧고등학생으로 성장했지만 지금도 일요일마다 할아버지‧할머니를 만나러 찾아올 정도로 그때처럼 가깝게 지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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