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중국 전역으로 번지는 ‘백지시위’ … 검열·통제에 저항, 시진핑 규탄 구호도 등장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중국 전역으로 번지는 ‘백지시위’ … 검열·통제에 저항, 시진핑 규탄 구호도 등장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2.05 10:08
  • 호수 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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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발이 심상찮다. 일상을 완전히 박탈하는 일방적 봉쇄와 격리 중심의 방역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우한, 청두 등 중국 대도시 전역에서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는 지난 11월 24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수도인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숨지는 사고로 인해 촉발됐다. 아파트를 둘러싼 철제 울타리와 쇠사슬 등 고강도 방역 조치 탓에 화재 진압이 늦어져 참사로 이어졌다는 공감대가 확산됨에 따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이에 지난 11월 25~27일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우한 등 16개 지역과 베이징대, 칭화대 등 50개 대학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들은 하얀 A4용지를 들어 보이는 ‘백지시위’를 벌였고 온라인 공간에서도 SNS 프로필 사진과 배경을 흰색으로 바꾸고 ‘백색혁명’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백지시위’는 검열과 통제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아무런 구호를 적지 않은 것이다.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시민도 개인 SNS 프로필 사진이나 배경을 흰색으로 바꾸며 묵시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 늘고 있다. 그 저변에는 중국 정부, 특히 시진핑 정권에 대한 강한 반발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진핑 주석 집권 후 이처럼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시위 양상도 이례적이었다. 통상 최고 권력자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던 이전 시위와 다르게, 이번 시위 현장에선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등 절대 권력자에 대한 항의 구호까지 등장해 당국을 긴장시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국의 이례적인 반정부 운동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이를 지지하는 동조 시위를 낳았고, 홍콩과 대만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백악관을 비롯한 각국 정부도 평화집회 보장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중국과 서구의 갈등에 새로운 불씨로 떠오른 상태다.

우려스러운 점은 시위를 대하는 중국 정부의 반인권적·반민주적 태도다. 시위대에 대한 폭행과 구금은 물론 시위 현장을 촬영한 시민들까지 마구 연행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이번 사태를 취재한 영국 BBC 기자를 폭행하고 연행하기까지 했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절제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28일 “중국 당국이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역시 “평화적인 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중국 당국의 강제 진압 차단에 나섰다.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톈안먼(천안문) 사태와 같은 비극으로 이어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가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톈안먼 사태는 지난 1989년 6월 중국의 베이징시의 중앙에 있는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한 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해 유혈사태를 일으킨 정치적 참극을 말한다.

다만, 제2의 톈안먼 사태로 번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시위대가 아직 조직화되지 않은데다, 중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시위가 계속 이어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조금만 완화돼도 시위대는 이를 받아들이고 잠잠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법이다. 시진핑 정권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무력과 폭력으로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면 유혈사태, 체제 붕괴와 같은 큰 화를 자초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위기에 몰린 시진핑 정부가 시위 강경진압에 나설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평화시위를 보장하라는 서방 국가들의 우려를 내정간섭으로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중국 당국이 시민의 인권을 존중하며 지혜로운 해법을 모색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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