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북한에도 ‘아미(BTS 팬클럽)’가 있을까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북한에도 ‘아미(BTS 팬클럽)’가 있을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12.05 10:40
  • 호수 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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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북조선에도 ‘아미’가 있다.”

지난 6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대사다. 역시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동명의 스페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극중 북한 군인 출신인 ‘도쿄’가 자신을 ‘아미’라 소개하며 내뱉은 말이다. BTS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워낙 많으니까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이 드는 대사였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를 시청하다 걸리면 목숨까지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북한은 2020년 12월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내용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한류 접촉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공개돼 화제다. 11월 30일 북한인권단체 국민통일방송(UMG)과 데일리NK가 올해 북한 주민 50명을 전화로 인터뷰해 발표한 ‘북한 주민의 외부정보 이용과 미디어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외국 콘텐츠를 시청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명을 뺀 49명(98%)이 ‘예’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주민들이 외부의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북한 주민보다는 외부 접촉에 적극적인 성향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점을 고려해도 높은 수치다.

특히 ‘어떤 종류의 외국 영상을 보느냐’는 질문(복수 응답)에 96%가 한국 드라마‧영화라고 답했다. 북한에서 영상을 보는 사람 대다수는 남한 영상을 즐겨본다는 의미다. 또한 68%가 한국 공연을 본다고 응답했다. 즉, BTS의 공연을 보고 ‘아미’가 됐을 확률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무적인 부분은 ‘한국이나 다른 해외 영상 콘텐츠를 본 뒤 달라진 점’(복수응답)에 대한 답이다. 79.2%가 ‘한국 사회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답했다. ‘한국식 화법을 배우기 시작했다’(56.3%)거나 ‘한국 옷 스타일을 따라 했다’(39.6%)는 반응도 많았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이 최근 올해에만 북한에 한국 드라마 등이 담긴 2000개의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체가 2016년부터 북한에 총 13만개의 플래시 드라이브와 SD카드를 보냈다며 지금까지 북한 주민 130만명이 외부 영상을 시청하거나 정보를 접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에 버금가는 문화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이 기세가 북한에까지 스며들어 남북관계의 긍정적 변화까지 이끌어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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