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22] 삼국시대서 조선까지 청색은 낮은 직품의 공복 색
[한국의전통色이야기 22] 삼국시대서 조선까지 청색은 낮은 직품의 공복 색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2.12.05 11:03
  • 호수 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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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행주(靑衣行酒)

청색은 밝은 색(天靑=천청), 짙은 색(深靑=심청) 검은 청색(鴉靑=아청) 등 여러 가지 청색이 한국사에 기록되어 있으나 전통색의 표준 청색은 어떤 색인지 알기 어렵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청색은 낮은 직품의 공복 색이었다. 삼국시대에는 자(紫)-비(緋)-청(靑)의 순서였고, 조선태종 때에는 비(緋)-청(靑)-녹(綠), 영조 때에는 비(緋)-홍(紅)-청(靑)-녹(綠)의 순서였다. 

군졸의 옷 색깔도 어두운 청색

중국 황제의 곤룡포는 현의(玄衣)이고, 황태자도 동일한데 황제의 아들과 형제는 청색(靑色) 곤룡포를 입는다.<세종 27년> 옛 중국의 황후의 대례복은 홍색인데 조선의 왕후가 입는 적의(翟衣)는 대체로 청(靑), 심청(深靑), 천청색(天靑色)과 자적(紫的), 자색(紫色), 흑색(黑色), 홍색(紅色), 대홍색(大紅色)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고려사ㆍ조선왕조실록ㆍ승정원일기> 

◎강주사마(江州司馬: 중국지방 하위관리)는 늙은 기생의 비파소리를 듣고 청삼(靑衫: 하위관리 복색)을 적셨는데 오늘 80세를 바라보는 임금은 홍포(紅袍)가 모두 젖는구나. (......) 아! 어떻게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손자에게 의지하려는 뜻이겠는가! 세손에게 이것을 보게 하는 것은 곧 나라를 위함이다.<영조 45년, 영조생모 사당 거동 때> 

김홍도의 그림이나 조선왕조 의궤를 보면 군졸의 호의(號衣: 더그레) 색도 어두운 청색이다. 청의행주(靑衣行酒)는 청색 옷을 입고 술을 따른다(行酒)는 뜻인데 흉노족이 중국 진나라를 공격하여 황제를 사로잡은 다음 해 잔치 자리에서 황제에게 청의를 입혀 술을 따르게 하는 치욕을 준 다음 살해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청의행주지욕(靑衣行酒之辱)이라고도 말한다. 

청색 옷 입고 술 따른다는 건 치욕

◎상소문을 살펴보니 비감하여 눈물이 절로 흐른다. (......) 비록 다행히 청의지욕(靑衣之辱)은 면했으나 이는 황제의 힘에 의해서였다.<선조 26년 이시언 등의 상소문> 

◎황제께서 나에게 청의(靑衣)와 홍의(紅衣)를 하사하셨다면 내가 청의행주하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 내가 비록 의식절차를 보았다 해도 산만하여 두서를 알 수 없으니 제사를 지내기 전에 찬례인을 보내 나를 가르쳐 달라.<광해 1년/중국사신의 말> 

◎만약 꾸준히 화친만 의논하다가 적이 침입해도 정벌하지 못하고 마침내 청의지욕(靑衣之辱)이 있게 되면 이 일을 어찌 하겠습니까?<인조 14년> 

◎청의지욕(靑衣之辱)을 염려하여 말하기를, “모두 전복을 면치 못할 것인데 차라리 의리를 지키다가 망하겠다”고 하니,<숙종 32년 조부 최명길의 원통함을 해명하는 상소문> 

◎현명한 신하가 있어 휘종을 잘 보도(補導)하였다면 어찌 청의행주(靑衣行酒)의 치욕을 당하였겠는가.<영조 2년> 

삼전도(三田渡)의 치욕 때 인조가 어떤 색의 옷을 입었는지 알 수 없다. 전통색의 측면에서 보아도 중국과 조선은 상하 관계였는데 한국은 유별나게 청색을 숭상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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