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고혈압’…날씨 추워지면 혈관 수축되며 혈압 상승 ‘요주의’
겨울철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고혈압’…날씨 추워지면 혈관 수축되며 혈압 상승 ‘요주의’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2.05 14:22
  • 호수 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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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에는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뇌졸중과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률 역시 증가한다. 특히 노인 고혈압 환자의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철에는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뇌졸중과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률 역시 증가한다. 특히 노인 고혈압 환자의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온 1℃ 떨어지면 혈압 0.6~1.3㎜Hg 상승… 뇌혈관질환 위험 높아져

외출 시 따뜻한 외투·모자 착용… 고혈압 환자, 감기에도 혈전 발생 우려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돌며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건강관리가 특히 중요한 계절로 통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의 근육, 혈관, 등이 수축하고 경직되기 때문이다. 

또한 활동량이 줄고 면역력이 약해져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병이 악화하거나 숨어있던 질병이 발현하기도 한다.

전두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요즘처럼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심한 일교차에 독감이 유행할 때에는 고혈압을 오랫동안 앓은 환자의 경우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며 “실제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은 10월부터 늘기 시작해 12월~2월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뇌혈관질환 절반은 고혈압이 원인

고혈압은 혈관 노화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성인병으로, 성인을 기준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Hg(밀리미터 머큐리)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고혈압은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인 심장, 뇌, 신장, 눈을 손상시킨다. 특히 혈관 노화를 촉진하는 흡연, 과음, 과식, 운동 부족 등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일찍, 더 심하게 발생한다.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악순환을 반복하며 혈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어느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뇌혈관질환, 만성 신부전, 대동맥질환, 안저출혈(망막의 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이 발생하고, 혈압이 높아지면 심장에 부담을 줘 심부전과 같은 심장병이 발생한다.

특히 뇌혈관질환의 절반은 고혈압 때문에 발생한다.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도 고혈압이 원인이다. 실제로 급성심근경색증의 경우, 겨울이 여름보다 약 50% 더 많이 발생하고, 사망률 역시 9%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혈관 벽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오른다. 건강한 사람도 기온이 1℃ 떨어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약 1.3㎜Hg, 이완기 혈압은 약 0.6㎜Hg 올라간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피부 혈관이 수축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상인의 경우, 잠에서 막 깨어난 아침에는 어느 정도 혈압이 상승하지만, 고혈압을 오래 앓은 환자에서는 그 정도가 심할 수 있다.

전두수 교수는 “고혈압을 잘 관리하면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일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 마비, 치매,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 등도 예방할 수 있다”며 “실제로 고혈압을 잘 조절하면 심근경색은 15~20%, 심부전은 50%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 고혈압 환자, 체온 유지 중요

겨울철에는 뇌졸중과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률 역시 증가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환절기 감기 등 다양한 원인이 관여한다.

겨울철 몸 안팎 변화는 아직 동맥경화증이 발생하지 않은 초기 고혈압 환자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동맥경화증이 발생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이 높은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전 교수는 “초기 고혈압 환자는 물이 발목까지 차 있다고 한다면, 노인 고혈압 환자는 물이 이미 목까지 차올라와 있는 상태로 낮은 파도에도 익사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확장기 혈압이 낮고 수축기 혈압만 높은 노인에서 흔히 관찰된다”고 전했다.

고혈압을 오래 앓은 노인이 실내외 온도 차에 의한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 외출할 때 따뜻한 외투는 물론 모자·장갑·목도리를 챙겨야 하는 이유다. 또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날에는 실외운동을 삼가고 실내운동으로 대신해야 한다. 실외운동을 꼭 해야 한다면 이른 아침보다는 기온이 상승한 낮에 해야 혈압 상승을 피할 수 있다.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철은 혈압을 올리는 나쁜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다. 흡연과 음주도 조심해야 한다. 하루 2잔 이하의 음주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긴 하지만, 고혈압 환자는 가능한 금주를 하는 것이 좋다. 

그는 “술을 마시던 사람이 금주를 하면 수축기 혈압은 3~4㎜Hg, 이완기 혈압은 2㎜Hg 정도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심혈관질환 발생은 6%, 뇌졸중 발생은 15% 각각 줄어들 수 있다”며 “반대로 하루 3잔 이상을 습관적으로 마시면 혈압이 상승하고, 심근경색증·뇌졸중·심부전·부정맥 등을 부추겨 결국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고혈압 오래 앓은 환자, 감기도 위험

고혈압 환자는 감기도 조심해야 한다. 고혈압으로 인해 동맥경화증까지 있는 환자는 감기만으로도 혈관에 혈전이 발생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동맥경화증 지병이 있는 노인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률이 높았던 이유다.

감기, 독감 등에 의해 몸에 염증이 발생하면 혈액에서 혈전 발생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는 동맥경화증이 없는 건강한 일반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고혈압을 오래 앓아 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이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뿐만 아니라 독감 예방접종이 꼭 필요하다.

◇금연·금주·체중조절이 근본 치료법

혈압을 측정할 때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혈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흡연, 불안, 운동, 자세, 식사, 온도 등에 영향을 받아서다. 따라서 3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측정하고 최소 30분 전에는 흡연, 커피, 식사, 운동을 금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은 뒤 팔을 책상 위에 놓고 심장 높이에서 측정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가장 편한 상태에서 아침 식전과 취침 전에 각각 2분 간격으로 2번을 측정한다. 한번 측정하기 시작하면 7일 연속으로 측정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측정방법이 상황에 따른 혈압 변화를 최소로 할 수 있다. 

전 교수는 “혈압이 너무 높은 경우에는 혈압조절을 위해 약물은 꼭 필요하지만 고혈압 경계 전후에 있는 경우에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고혈압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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