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사랑, 손주 자랑’ 수기부문 2등 수상작 소개] 외손녀 자랑
[‘손주 사랑, 손주 자랑’ 수기부문 2등 수상작 소개] 외손녀 자랑
  • 복진희 충남 보령시
  • 승인 2022.12.05 14:51
  • 호수 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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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까지 직접 돌본 외손녀… 결혼식 주례 부탁해 놀라

복진희충남 보령시
복진희 충남 보령시

나는 딸만 셋을 둬 친손주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손주 부럽지 않게 누구보다 할아버지를 살뜰히 챙기는 외손녀가 있어 자랑하려고 한다. 20여년 전 사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다. 남편을 대신해 집안을 책임져야 했던 딸을 위해 아내와 나는 외손녀를 돌봐야 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 품에서 외손녀는 무탈하게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다시 엄마와 살게 된 외손녀는 어느덧 성인이 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다 지난해 4월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가정을 꾸린다는 것만으로도 기특한데 나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해 깜짝 놀랐다. 외할아버지가 주례를 보는 사례가 많지 않아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승낙했다. 

막상 주례를 맡고 나니 어떤 말로 주례사를 채워야 할지 고민이 됐다. 몇 날 며칠을 심사숙고했고 결혼식날이 밝아왔다. 내가 가장 바란 것은 외손녀의 행복이었다. 그래서 외손녀에게 전하고 싶은 세 가지 당부를 중심으로 주례사를 진행했다. 첫 번째 당부는 효부(孝婦)가 되라는 것이었다. 시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말씀도 잘 따라 착한 며느리가 되라고 전했다. 또 주변에서 봤을 때 모범이 되는 가정을 꾸리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요즘은 툭하면 이혼하는 시대다. 결혼 생활 중 상대의 흠집이 보이면 참지 않고 갈라선다는 의미다. 이혼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가정의 화목이 따라오게 되는 법이다. 이를 언급하며 “이혼은 양가 부모님 마음에 못을 박는 것”이라고 말하자 식장이 박수갈채로 가득찼다.   

이후 외손녀는 식장에 온 하객들에게서 “외할아버지가 어찌 그리 말씀을 잘하시냐”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제야 외손녀의 결혼에 작게나마 도움을 준 것 같아 안도했다.

외손녀는 지금도 내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고는 한다. 몇 해 전 한 태양광 회사에서 찾아와 내게 태양광 설치를 권유했다. 2900만원을 대출받아 태양광을 설치하면 월 30만원씩 비용을 내야 되지만, 40만원씩 수익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록 돈만 빠져나가고 입금은 되지 않았다. 

전전긍긍하던 중 외손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안심부터 시켜준 외손녀는 복잡한  태양광 문제를 해결해줬다. 출가외인이 됐지만 여전히 외할아버지를 살뜰히 보살피고 있다. 

지난 추석 때도 외손녀 내외가 먼길을 찾아와서 용돈을 주면서 “주례사에서 하신 말씀을 명심하며 잘 살겠다”고 말했다. 참으로 고맙고 늘 즐겁게 해주는 우리 외손녀,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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