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성교제를 하고 싶다”
“우리도 이성교제를 하고 싶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6.04 16:30
  • 호수 1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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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독신노인 위한 대책 마련 절실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사별 또는 황혼이혼 등으로 인해 홀로 쓸쓸히 노후를 보내는 독신노인도 급격히 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의 긴 노후를 홀로 외롭게 보내야 하는 독신노인들을 위해 독신노인 모임 등 건전한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다양한 여가 및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독거노인 10명 중 무려 4명이 고독으로 인한 우울증 등으로 자살을 생각해 본 것으로 나타났고, 홀로된 어르신 상당수가 이성교제를 원하는 것으로 밝혀져 무엇보다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익산노인종합복지관이 6월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익산시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11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2%(482명)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체로 고독과 궁핍 등으로 우울증을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로움을 느끼는 어르신들은 주로 이성교제나 황혼재혼을 원하고 있었다. 지난해 울산노인복지관이 60세 이상 노인복지관 및 경로당 이용 독거노인 600명을 대상으로 이성교제 실태 및 욕구 조사를 벌인 결과 ‘이성교제가 필요하다’는 대답이 35%로 나타났다.

어르신들이 이성교제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구가 필요하다’(63.8%)거나 ‘외롭기 때문’(25.0%)이었다. 이밖에 ‘자녀‧친지 권유’(2.8%), ‘성적(性的) 만족을 위해’(2.8%), ‘재혼을 위해’(2.8%) 등이었다.

황혼재혼을 택하는 경우도 점차 증가해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재혼건수는 2007년 2614건을 기록, 10년 전 1048건에 비해 2.4배나 증가했다.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장은 “어르신들이 이성교제 또는 황혼재혼을 희망하는 이유는 노후를 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이라며 “이는 인생주기 가운데 가장 긴 시기인 노년기를 외롭지 않게 보내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노인성교육상담소를 개설한 인구보건복지협회 고령화대책사업본부 정신숙 팀장은 “성상담 전화 가운데 이성교제 관련 문의가 매일 1~2건씩 잇따르고 있다”며 “이혼 또는 사별 등으로 배우자가 잃은 어르신들의 외로움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독신노인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이 강조되면서 노인회나 복지관, 노인단체, 공공기관 등이 배우자가 없는 남녀 어르신들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서울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1~2회 어르신 미팅행사를 마련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매달 한 차례씩 어르신들의 자발적 모임인 ‘독신자모임’을 추진하고 있다.

독신자모임에 속한 어르신 20여명은 매달 모임을 갖고 식사를 하거나 영화관람, 나들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고 있다. 이 중에는 마음이 맞는 어르신들끼리 개인적인 만남을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독신자모임을 돕고 있는 정희원 사회복지사는 “독신자모임의 경우 일회성에 그치는 미팅보다 더욱 자연스런 만남을 통해 대인관계를 유지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며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은 뒤 커플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주 노인성상담센터도 지난 3월부터 10주 과정으로 독신노인들을 위한 ‘두근두근 독신자클럽’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센터는 20여명의 독신노인을 대상으로 성(性) 특강, 이성교제 대화법과 에티켓, 댄스스포츠, 레크리에이션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이성과 친분을 갖도록 유도했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어르신들이 한 달에 한번 꼴로 자체 모임을 갖고 있다.

어르신들의 만남을 주선한 이성욱 복지팀장은 “아들, 친구들의 권유로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들도 있지만 대다수가 본인이 직접 신청한 경우다”며 “3달간의 교육이 끝나갈 무렵 교육기간이 짧다며 아쉬워하는 어르신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어르신들은 주변의 시선 또는 자녀의 이해부족 등으로 이성교제에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르신들에게 당당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라고 충고한다.

김선주 성교육·상담 전문가는 “많은 어르신들이 이성교제에 대한 욕구가 있음에도 스스로 감정을 억압하거나 폐쇄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당당하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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