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환 대한노인회 경북 문경시지회장 “노인회 활성화 되려면 회장이 보다 더 젊어져야 해”
고정환 대한노인회 경북 문경시지회장 “노인회 활성화 되려면 회장이 보다 더 젊어져야 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12.12 10:22
  • 호수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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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어르신들 작품 판매 수익금으로 연탄 구입, 저소득층에 전달 

사무국장 시절 품은 지회장 꿈, 집념 하나만으로 세 번째 도전 ‘달성’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노인회가 활성화되려면 좀 더 젊어져야 한다는 걸 느꼈다.”

지난 12월 초, 경북 문경시 노인종합복지관 2층 문경시지회에서 만난 고정환(75)문경시지회장의 말이다. 사무국장 출신인 고 지회장에게 “지회를 떠났다가 다시 와보니 어떠신가” 라고 묻는 과정에서 나온 대답이다. 

고 지회장은 취업지원센터장으로 지회와 인연을 맺은 후 사무국장(6년)을 거쳐 3번 도전 끝에 당선돼 2021년 8월, 14대 지회장에 취임했다. 

대한노인회 지회장들 가운데 ‘주위의 권유로 나오게 됐다’고 대답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에 반해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자신이 원해서 지회장에 도전한 경우는 의외로 적다. 고 지회장은 후자에 해당한다. 

고 지회장은 “한 행사장에서 연단에 오르는 노인회장을 보고 (노인회가)젊어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그분은 양쪽에서 두 사람의 부축을 받고 마이크도 입에 갖다 대줘야 할 정도로 연로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회장이라면 당연히 업무도 알아야 하겠지만 활동력도 있어야 하고, (결재서류 등)확인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문경시 인구는 7만1000명, 노인인구는 2만여 명이다. 문경시지회에는 14개 읍면 분회, 388개 경로당, 회원 1만3000여명이 있다. 고 지회장은 대성탄좌 문경광업소 노무담당을 거쳐 국회의원 비서실에 근무했다. 일찍이 노인교육사, 노인심리상담사 등 자격증을 두루 갖춰 ‘준비된 지회장’이란 말을 듣기도 한다.

-지회 사무국장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경북 지역 게이트볼대회가 오늘날과 같은 면모를 갖추기까지 초석을 다지는데 제가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본다. 초창기에는 시·군마다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여기저기 연락하고 뛰어다니며 대진표를 비롯해 일정 등을 기획·수립하며 전반적인 진행을 담당했다. 당시에 제 도움을 받아 게이트볼대회를 치렀고 이후 지회의 게이트볼 역량도 커졌다며 고맙게 여기는 지회장님도 계신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지회장 선거에 도전했다는데.

“사무국장 하면서 느낀 점들이 좀 많았다. 노인회가 젊어져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생각하는 노인회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돈 안 쓰고 발품 팔아 선거도 치렀다. 사무국장 시절 했던 일들을 사진집으로 만들어 (경로당 회장들에게)보여줬더니 깜짝 놀라더라. 집념 하나로 이 자리에 왔다. 게이트볼대회로 인연을 맺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노인회’라면.

“나이 많은 분들에게 우리가 힘이 돼줘야 한다. 지회가 잘 해야 노인복지도 향상되고 노인을 보호할 수 있지 않겠나. 밖으로 돌아다니며 여러 분들을 만나 협조를 부탁하고 해 궤도에 올랐다고 본다.”

고정환 문경시지회장(오른쪽 네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고 지회장 왼편이 임수정 사무국장.
고정환 문경시지회장(오른쪽 네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고 지회장 왼편이 임수정 사무국장.

문경시지회는 지난 1년간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지역에서 화제가 됐다. 그 중 경로당행복도우미종합발표전시회, 저소득층어르신돕기 플리마켓(벼룩시장), 연탄 2000장 전달 등이 눈에 띈다.

-어떻게 연탄을 전달하게 됐는지.

“경북에만 있는 행복도우미들이 경로당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지난 달 지회 3층 강당에서 시의회 의장, 도의회 부의장, 국회의원 그리고 각 기관장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작품발표회를 했다. 율동도 하고 1,2층에서 전시도 했다. 경로당 어르신들과 만든 수세미 등이 현장에서 팔리는 걸 보고 문경사과축제 행사장에 부스를 하나 마련해 관광객을 상대로 판매했다. 여기서 얻은 상당한 수익금으로 연탄을 구입해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 전달했고, 남은 돈은 불우이웃돕기에 썼다. 이처럼 어른들은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문경시지회는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경로당행복도우미사업 시상식에서 23개 시·군 중 최다 수상(프로그램·복지 코디네이터 등 4개 부문)의 영예를 안았다.

-노인대학 수료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수료식에도 문경시장, 시의회 의장, 도의회 부의장 등이 참석해 격려해주셨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시청직원이 ‘노인회 행사에서 배워 가지고 간다’는 말을 했다. 그 정도로 의전 등이 상당한 수준이란 얘기다. 노인회 행사라고 대충 하면 안 된다. 사무국장 시절에 모든 행사의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챙겼다. 그런 것들이 노인회를 바라보는 지역사회 시선에 영향을 미친다.”

-노인대학에서 직접 노래도 부른다고.

“어르신들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거나 공부하러 노인대학에 나오는 것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우리는 강당에 책상도 없이 의자만 있다. 지난달에도 5번을 강의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등 시사 문제를 해설해주거나 노래를 가르쳐드린다. 가사를 외우는 노래가 200곡 가까이 된다. 요즘 웬만한 데는 노래방 시설이 돼 있고 블루투스도 가능하다. 노래방 곡목 번호를 일목요연하게 기록해놓은 ‘가요카드’를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다. 노인들은 흘러간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젊었을 적 추억을 회상하는 순간 엔돌핀도 솟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그게 뇌 활동에 도움이 돼 치매 예방도 되는 것으로 안다. 가사가 외워지지 않으면 단 한 줄이라도 좋으니 청소하면서, 설거지하면서 노래하라고 말씀 드린다. 수업이 끝나면 어르신들이 계단 내려가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에 건의 사항은.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은 지회장이 나서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중앙회장이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서 예산을 편성하고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식으로 이뤄져야할 현안이다. 임기 후반을 맞이한 이 시점까지도 중앙회장께서 대한노인회 법정단체화, 지회장 활동비 지원 등 선거공약 대부분을 실현하지 못한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글자 그대로 ‘빌 공’(空)자가 되지 않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고정환 문경시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경로당 어르신들이 예산 집행 등 지회가 하는 일들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지회에)회비를 내도 안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냐”며 “내년에는 경로당 회장을 대상으로 경로당에서 하는 일 등을 소개하는 순회교육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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