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 장한형 기자
  • 승인 2009.06.08 09:49
  • 호수 1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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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노인 차별·권리침해 철저 감시할 것”

국가인권위원회(humanrights.go.kr)가 5월 7일 전국 어르신 79명을 ‘노인인권지킴이단’으로 위촉하고 발대식을 가졌다. 노인인권지킴이는 앞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노인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노인인권 침해 및 차별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하게 된다. 노인인권지킴이단은 수도권 및 부산, 광주, 대구지역에서 오는 9월까지 매주 1차례씩 지역사회의 독거노인, 치매노인, 조손가정 노인과 시설생활 노인 등을 방문해 필요한 도움을 주는 한편 이들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노인인권 문제와 개선 방안을 발굴, 제안하게 된다. 노인인권지킴이단의 발족으로 ‘노인인권’(老人人權)이 노인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면 부각되고 있다. 기존 노인복지는 주로 노년층의 의식주 해결에 국한됐으나 최근 노인인권이 강조됨에 따라 사회참여, 차별철폐 등 인간적·사회적 권리의 영역까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노인인권이란 화두를 던진 국가인원위원회 안경환 위원장을 만났다.

Q. ‘노인인권’을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A. ‘노인인권’이란 ‘노인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테면 노년이 되면 물리적·사회적 기능이 약해지므로 ‘어느 누구로부터도 학대받지 않을 권리’가 중요하겠고, ‘건강하게 살 권리’ ‘적절한 주거에서 생활할 권리’ ‘생존에 필요한 소득의 권리’ 등을 노인인권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Q. 한국사회에서 ‘인권’의 개념이 생소한데.
A. 세계적으로 ‘인권’은 근대사회와 함께 등장해서 발전해온 개념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UN)을 중심으로 세계인권선언(1948),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협약(1966), 시민적 정치적 권리협약(1966) 등을 통해 구체화됐다. 이후 아동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특정해 국제조약의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노인인권과 관련, 1991년 유엔이 ‘노인을 위한 유엔의 원칙’을 채택했고, 이를 토대로 2002년 ‘마드리드 고령화 국제행동계획’(MIPAA, 이하 국제행동계획)이 만들어졌다.

마침 올해 2월 뉴욕에서 개최된 제47차 유엔 사회개발위원회는 의제의 일부로 고령화 이슈를 다루면서 각 회원국가에게 국제행동계획 발표 이후 10년이 되는 2012년까지 적절한 이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의 역량을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그와 함께 이러한 노력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국제행동계획의 향후 ‘이행전략틀’을 발표 했다. 이러한 국제적 기준을 수용하고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해 ‘노인인권’이 보다 명확하게 정리될 것이다.

‘인권’이란 우선 ‘모든 개인’에게 적용이 되고, 따라서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를 전제로 한다. 노인 문제를 인권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어떠한 복지정책이나 사회?경제정책의 효과가 전달되는 단순한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그러한 정책의 궁극적 목적이자 평가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관점이 전환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국가와 사회가 의무의 주체가 되고, ‘노인인권’의 증진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Q. ‘노인인권지킴이단’을 발족한 배경은.
A. 앞서 언급한 국제적 인권정책의 동향을 보면 항상 당사자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무릇 권리란 권리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요구로 신장되기 마련이다. 노인에 관한 연구자라 할지라도 스스로 노년을 경험해보지 못하면 노인의 문제를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그 동안 대한노인회 등 노인단체들이 많은 역할을 했지만, 노인인권지킴이는 노인의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서 노인의 눈을 통해 노인이 아닌 사람들의 감수성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노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 사례를 발굴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노인친화적이고 노인이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발족했다.

국가인권위는 2002년 4월 출범 이후 2005~2008년 3개년 인권증진행동계획을 수립해 이행했다. 이후 2009~2011년까지 차기 인권증진행동계획을 수립하며 5대 전략과제의 하나로 노인과 아동 인권보호를 설정,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노인인권증진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물론, 이제 걸음마를 내디딘 단계이기 때문에 올해 시범적인 활동을 통해 안정화되면 대한노인회 등 관련단체와도 의미 있는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노인인권과 관련, 구체적 계획은.
A. 올해의 목표는 △노인인권지킴이단 발족 △노인인권 상황 실태조사 △노인인권 정책자문단 구성 등이다.

노인인권지킴이단의 경우 5월 7일 전국적으로 모두 79명의 노인인권지킴이가 일괄 위촉됐고,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대구·광주인권사무소 등 4개 권역별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실태조사와 관련해서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소장 장경섭 사회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기존 노인 관련 연구와 통계를 인권 관점에서 분석하는 한편 계층별로 심층면접을 통해 조사 중이며, 백서 형식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노인인권 정책자문단은 대표인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에코과학부)를 비롯해 한양대의대 신영진 교수(예방의학교실), 서울기독대 우국희 교수(사회복지학), 열린사이버대 박시종 교수(사회복지학) 등으로 구성됐고, 노인복지와 정치학 분야의 학자도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노인인권에 대한 이와 같은 연구 및 조사결과는 사회복지서비스나 제도 위주의 접근이 아니라 대학 학부생이나 연구원 등이 노인인권 연구에 대한 단초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쯤 옴니버스 형식의 도서로 출간할 예정이다.

안경환 위원장은…
1948년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펜실베니아대학교 법과대학원 석사
산타클라라대학교 법과대학원 박사
미국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운영위원장
제8대 한국헌법학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전국법과대학학장연합회 회장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장
교육부 대학자율화 및 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미국 산타클라라대학교 법학대학원 초대교수
아태지역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의장 (2007)
現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부의장
現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Q. ‘노인인권지킴이단’의 기대 역할은.

A. 우선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드리는 봉사활동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 과정을 통해 노인들이 제대로 인권을 보호받고 있는지 살피고, 제도와 정책개선 사항이 없는지 모니터링하게 된다.

또,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관행적으로 익숙하게 생각했던 불합리한 노인차별의 문제들도 노인 당사자의 감수성으로 발굴할 것이다. 얼마 전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사건이 좋은 예다. 한 금융사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신용카드발급을 거부한 사례가 있었다. 해당 노인의 경제상황이나 신용상태와 무관하게 단지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용카드발급을 거부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다행히 인궈위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금융사 스스로 시정을 했지만 이런 일들을 찾아 드러내고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앞으로 노인은 물론 어린이와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신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한다. 어느 한 부문의 인권증진은 다른 부문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게 된다.

Q. 노인인권이 법률로 명문화 될 수 있겠는가.
이미 보건복지가족부가 ‘시설생활노인 인권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능하면 관련 법률에 ‘노인인권’에 관한 규정이 명시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다만, 법률 조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회일반의 인식이므로 한 발짝 한 발짝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제화 노력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전제돼야 법률의 제정 및 개정도 보다 수월해지고, 그런 과정을 거쳐 제·개정된 법률의 취지도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고 본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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