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대한노인회 충북 충주시지회장 “노인은 모든 종류의 물 수용하는 바다와 같은 자세로 살아야”
이상희 대한노인회 충북 충주시지회장 “노인은 모든 종류의 물 수용하는 바다와 같은 자세로 살아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12.19 10:06
  • 호수 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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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노인회 위상 높아져 보람 

지난 7년간 노인전문교육원 건립 사업에 매달려…원점에서 다시 시작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이 사업을 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충주에 대한노인회 회원을 위한 노인전문교육원을 짓기로 한 사업은 어떻게 돼가고 있을까. 지난 12월 13일, 이상희(79) 충북 충주시지회장에게 이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이 지회장은 “지난 7년간 노인전문교육원 건립을 실현하고자 시장, 국회의원 등에게 협조를 구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며 “시청의 과장, 국장들도 서울의 대한노인회 중앙회에 열 번 이상은 올라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회장이 사업을 완성하고자 그간 많은 희생과 수고를 기울였다는 얘기다. 

이 지회장은 대한노인회 지회장 가운데 가장 바쁜 하루를 보내는 이 중 한 명이다. 지회 산하 555개 경로당을 관리할 뿐 아니라 노인종합복지관 2곳을 운영 중이며, 내년에 완공되는 또 다른 복지관(동부)도 맡을 예정이다. 충주시지회는 전국의 지회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많은 복지관을 수탁·운영 중이다.

이 지회장은 “(복지관)법인 대표라 여성단체협의회, 장애인단체 등 시 단위 행사에 꼬박 참석한다”며 “지난 토요일에는 자원봉사자대회에, 오늘은 기아자동차의 소형차 ‘레이’ 기증식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충주시 인구는 21만3400여명, 노인인구는 4만3000여명이다. 충주시지회는 25개 분회, 555개 경로당, 회원 2만3000여명이 있다. 이상희 지회장은 국가공무원으로 32년간 봉직하고 정년퇴임했다. 대한노인회 충주시지회 사무국장, 노인대학장을 거쳐 지난 2016년, 8대 지회장에 추대됐다. 지난 2020년 7월에 치른 9대 지회장 선거에서 압승(투표율 84%)을 거뒀다. 옥조근정훈장(대통령), 내무부·체신부·정보통신부장관상, 모범공무원 표창(총무처장관)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충주의 노인전문교육원 건립을 다들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한노인회가 사용하는 무주의 노인교육원은 위치가 외진데다 규모도 작고, 응급환자 등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처할 수 없는 등 불편한 점이 있다. 그래서 대한노인회 위상에 걸맞고, 전국에서 접근성이 용이한 충주에 교육원을 짓기로 보건복지부와 합의를 봤다. 그게 7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건축비를 지원하겠다는 이중근 전 중앙회장이 물러나고, 새 정권이 들어서고 관계부처 장관도 바뀌고 하면서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셈인지.

“보건복지부가 교육원 건축 및 운영 전반에 따른 타당성을 조사 중이다. 다만 부지는 5년 전 정해진 충주시 안림동의 6400여평 그대로이다. 그 옆에 시 보유의 부지 4000여평을 합쳐 1만여평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이상희 충주시지회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뒤편 오른쪽이 박종수 사무국장.
이상희 충주시지회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뒤편 오른쪽이 박종수 사무국장.

-수탁·운영 중인 노인복지관이 여럿이다. 

“그렇다. 제가 와서 식당도 넓히고 주차장 공간도 확대했지만 직원들도 점심 때 식당을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포화상태가 돼 시장께 건의한 결과 이 복지관보다 더 크고, 멋지게 짓는다.” 

충주시 안림동에 총 사업비 230억원으로 부지 8075㎡, 건축면적 4852㎡의 5층짜리 노인복지관이 들어선다. 그밖에도 충주시는 사업비 200억원을 들여 노인의 접근성이 좋은 곳에 노인건강증진센터를 2026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대한노인회가 노인복지관을 수탁·운영해야 한다는데.

“노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노인이 잘 알지 않나. 복지관을 이용하는 이들이 노인이라는 점에서 노인회가 운영을 맡는 건 자연스런 일이고, 그게 노인회 위상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저를 포함해 직원들에겐 별 도움이 안 된다.”

-복지관 운영이 도움이 안 된다고.

“제가 법인 대표로서 복지관의 대내외 행사에 참석하고 관장 임명서부터 결재에 이르기까지 운영 전반에 관여하지만 그에 대한 수당이 없다. 그렇지만 노인회의 위상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게 확실하다.” 

-회원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서 복지관-경로당-요양원의 순으로 간다는 말이 있듯이 복지관을 이용하는 이들은 이른바 ‘신중년’(60~70대)이다. 그들은 경로당에 잘 가지 않는다. 경로당엔 70대 후반~80대의 노인들이 주로 간다. 나이에 따라 활동 공간이 다르다는 얘기다.”

-지회장에 재선되고 2년차다. 그간 보람을 느낀 일이라면.

“처음 여기 왔을 때 경로당 운영비가 12만원에 불과했다. 매년 조금씩 올려가다가 30만원이 됐다. 우리가 해마다 노인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모범경로당 45곳을 선정해 한 곳 당 연 60만원씩 운영비를 지원한다. 그런 경로당의 경우 살림이 여유롭다고 본다. 그리고 경로당 안전시설에 회원들이 너무나 흡족해 한다. 신발을 신고 벗는 현관과 화장실 변기 옆에 손잡이를 달아 낙상사고를 예방하는 식이다. 그런 일들을 하나씩 이뤄나가면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낀다.”

이 지회장은 “노인의 날 기념식도 남다르게 한다”며 “행사장에 천막 20개를 치고 네일아트, 반려식물 키우기, 효행 글짓기 등 1·2·3 세대가 함께 동참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기념식을 치른 결과 경로효행을 잘 실천했다고 대통령 표창(2019년)을 수상하기도 했다”며 “어느 지역보다도 충주시의 젊은이들은 노인회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주시지회는 충주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경로당 편의시설도 잘 갖췄다. 2018년부터 총 11억여원을 투입해 공기청정기 1,104대, 안마의자 350개, 입식테이블 513개, 한궁 474대 등을 보급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에 건의할 사항은.

“경로당에서 ‘더 이상 원하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복지증진은 해놓았지만 정작 직원들 처우개선을 하지 못했다. 그 점이 가장 안타깝다. 급여 수준이 복지관의 그것보다 낮은데다 예산지원 부처도 천차만별이다. 이유는 지회가 복지여가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대한노인회가 법정단체가 되면 단번에 해결된다. 김호일 중앙회장께서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듯이 하루속히 이 부분을 해결해주기를 당부 드린다.”

이상희 충주시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묻자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말을 인용하며 “혼탁한 물도 가리지 않고 수용하는 바다와 같이 노인은 모든 걸 포용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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