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23] 청청(靑靑)은 짙은 녹색… 변하지 않는 절개 상징
[한국의전통色이야기 23] 청청(靑靑)은 짙은 녹색… 변하지 않는 절개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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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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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청고죽(靑靑孤竹)

오행의 세 번째 색인 동방 청색은 간색인 ‘봄의 색’ 녹색과 함께 모두 푸른색이라고 말한다.

오행대의(五行大義)에 “동이(東夷)의 기운은 명아주와 떡갈나무에서 생기며 색은 푸르게 번져 수풀나무와 같고, (......) 청(靑)은 물총새 깃과 같고, 풀이 자라는 것과 같고, (......) 청색의 기운이 처음 나타날 때에는 보리가 생기는 것과 같고, 무성할 때에는 나뭇잎의 청(靑)색과 같고, 사라질 때에는 물위의 이끼와 같다”라고 대부분 녹색으로 기록한 것은 자연 속에는 파랑(blue)보다 초록(green)이 더 많은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색도 녹색도 모두 푸른색

청청(靑靑)은 청색이 청색을 수식하므로 문자 그대로 짙은 청색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1)‘청청하다’의 어근으로서 싱싱하게 푸르다(우거진 대숲, 보리 싹), (2)맑고 푸르다(강물, 구름) 등을 가리킨다고 씌어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짙은 녹색으로서 두 가지 의미로 기록되어 있다. 

첫째, 밀과 보리, 보리밭, 묘종, 해란, 소나무, 대나무 등의 색명으로 사용되었다. 

◎각 고을의 수령들이 견책을 당할까 두려워 숨기고 보고하지 않고 감사와 경차관(敬差官: 지방파견 임시벼슬)도 검찰하지 않기 때문에 요사이 경차관은 밀과 보리가 청청(靑靑)하면 장차 익는 줄 안다는 말이 사람의 입에 오르고 있사오니 대개 알 수 있는 것입니다.<세종 28년> 

◎가난하고 비천한 백성들이 보통 해에도 삼시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겨울과 봄철에 대비할 수 있는데 날마다 밀과 보리가 익기를 바라고, 심한 자는 보리가 아직 청청(靑靑)한데 이것으로 볶아 떡을 만드니 낫으로 베지도 않았는데 보리는 이미 다 없어지며.<성종 1년> 

‘청청’은 보리, 소나무 등의 색명

◎가뭄을 당해, 밭을 가는 백성이 없고 들판은 청청색(靑靑之色)이 끊어졌으니.<현종 2년> 

◎대체로 서울 근교에 있는 산의 안팎은 십여 년 전에는 아주 청청(靑靑)한 나무가 많았는데 근래 모두 민둥민둥하니 한심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영조 1년> 

◎청청(靑靑)한 계곡의 소나무는 아주 무성하여 늦도록 푸르다.<영조 5년> 

◎대체로 해란(海蘭)은 동남 큰 바다 가운데에 가득 차 있는데 줄기와 잎이 청청(靑靑)하여 겨울을 지나도 죽지 않습니다.<영조 7년> 

◎분종(盆種)한 측백나무도 유월에 비해 색이 더욱 청청(靑靑)합니다.<영조 23년> 

◎묘종의 색이 청청(靑靑)하니 틀림없이 골고루 물에 젖었다. 

◎능(陵) 위의 사초(莎草)에 날마다 물을 뿌리면, 그 사이 하늘에서 비가 내려 사초의 잎이 청청(靑靑)하게 뿌리를 내리게 되는 기쁨이 있을 것입니다.<헌종 10년> 

둘째, 소나무처럼 늘 푸르러 변하지 않음과 푸른 대나무처럼 꼿꼿함을 비유해서 절개를 상징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청청하게 홀로 서 있는 소나무(靑靑獨有松).<세조 3년, 어제시(御製詩)> 

◎세상에서 말하기를 팔송(八松: 윤황)의 절개는 청청(靑靑)고죽(孤竹: 꼿꼿한 대나무)과 같다하네. 삼학사(三學士: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 화의를 반대한 홍익한, 윤집, 오달제)와 마음을 같이 하였고. 만언의 상소로 의리 밝히었네.<정조 22년, 어제시(御製詩)>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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