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미국, ‘꿈의 에너지’ 핵융합 점화 성공 … 상용화까지 아직 멀지만 큰 진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미국, ‘꿈의 에너지’ 핵융합 점화 성공 … 상용화까지 아직 멀지만 큰 진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2.26 09:52
  • 호수 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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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미국이 인류 최초로 핵융합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하면서 무한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인공태양’을 향한 첫 이정표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장관은 지난 12월 13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국립점화시설(NIF)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핵융합 순 에너지를 생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랜홈 장관은 “탄소배출 없이 우리 사회에 전력을 공급해줄 핵융합 발전에 한 단계 더 가까워졌다”며 “이는 21세기의 가장 인상적인 과학 업적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연구팀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2.05MJ(메가줄)의 에너지를 소모한 결과 3.15MJ의 에너지를 얻었다. 투입된 에너지의 약 154%를 산출한 것이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인 핵융합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이 기술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기존 원자력발전소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핵폐기물이나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방사능 유출 위험이 낮아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핵융합이 아닌 핵분열 반응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핵분열은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235’와 같은 무거운 원자가 더 가벼운 원자로 쪼개지는 연쇄반응에서 분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반면, 핵융합은 수소 원자들이 더 무거운 원자로 합쳐지는 연쇄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태양 중심부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원리와 유사해 ‘인공태양’이라고도 불린다.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연구자들은 고출력 레이저 장치 192대를 콩알만한 크기의 표적에 쏘아 순간적으로 1억 도(℃)가 넘는 고온을 만들었다. 이때 표적에 들어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D)와 삼중수소(T)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플라스마 상태로 바뀐 뒤 원자핵 사이에 융합이 일어나 헬륨핵과 중성자로 바뀌며 에너지를 내놓는다. 

이를 통해 들어간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나왔다고는 하나 일회성에 불과하기 때문에 핵융합발전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큰 진전인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로 핵융합 발전을 통해 순 에너지를 생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3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핵융합 연구 개발 프로젝트인 프랑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한국형 핵융합 연구시설인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 등도 아직 전력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순 에너지를 얻지 못했다.

이번 성과가 안정적인 핵융합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NIF가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사용한 레이저 장비는 레이저를 만드는 데 사용한 에너지의 극히 일부만 실제 레이저로 전환하는 등 상업용 발전소에서 이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비싸 비효율적이다. 또한 핵융합 발전을 하려면 처음에 에너지를 공급한 뒤로는 자체적으로 핵융합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현재 NIF 시설은 한 번에 한 건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만 가능한 상태다.

발전소 연속 가동이 가능하려면 레이저빔 발사율이 훨씬 높아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상용화를 위해선 이번 연구에서 기록한 154%의 출력을 최소 300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과 유사한 반응을 지구 위에서 인공적으로 일으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력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다. 이는 오염물질 배출 없이 전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핵융합 발전소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석탄·가스에 대한 의존도 감소는 물론이고 탄소중립 실현이란 세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핵융합 발전을 선도하고 실용화를 앞당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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