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사랑, 손주 자랑 수기부문 3등] 손자 자랑에 살맛 나는 할아버지
[손주 사랑, 손주 자랑 수기부문 3등] 손자 자랑에 살맛 나는 할아버지
  • 신인성 부산 수영구
  • 승인 2022.12.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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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성 부산 수영구
신인성 부산 수영구

초등 수영대회 5관왕, 투포환 선수 등 다재다능한 손자

“할아버지, 백화점에 놀러 가요. 좋은 옷도 구경하고 맛있는 케이크도 사 먹어요.” 

여름철 백화점은 쇼핑 겸 더위를 피하는 손님들로 초만원이었다. 노인 전문 의류매장에는 여성들이 옷을 골라 남편에게 입혀보곤 거울 앞에 세워 잘 어울리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무엇을 살까 망설이는데 손자가 필자의 손을 잡고 캐쥬얼 코너로 가는 것이 아닌가. 흰 바지, 흰 운동화, 무늬가 있는 빨간색 티를 입혀보는데 어색하기만 했다. 집에 와서 입어도 어울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검정색 바지에 흰 난방이 익숙해진 공직생활 40여년을 갑자기 바꾸려니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고정관념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내일 경로당에도 가야하고 기원에도 가고 저녁에는 친구들 모임에도 참석해야 하는데 옷장에 걸어둔 옷을 어떻게 입고 갈까? 만나는 분들마다 한마디씩 하겠지, ‘신세대 멋쟁이 할아버지’라고. 필자가 이렇게 변한 건 모두 손자 덕분이다.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은 방학에 체험학습을 하고 그 내용을 제출하는 숙제를 내준다. 덕분에 필자는 보호자로서 손자의 체험학습에 동행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1950년 6‧25의 참상과 피투성이가 된 민간인과 국군 장병들의 죽음, 북한군 포로병들의 난동 등 잔악한 북한군의 만행을 보고 느끼도록 하는 참교육의 장이었다. 울주군 옹기박물관의 옹기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현장실습을 했고, 울산 장생포고래박물관 수족관에서 묘기를 보이는 돌고래가 던져주는 공을 손자가 받아서 기뻐하기도 했다. 태백의 석탄박물관 지하 갱 붕괴사고 재현 동굴에서 손자는 ‘쾅’ 소리에 놀라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했다. 그때 경험을 이야기하면 수치심에 고개를 숙이는 손자였다.

후포항의 대게박물관은 바다에 설치하는 어망과 대게의 종류, 고기 잡는 어부들의 삶이 담겨 있었다. 어촌의 풍경을 보고 손자는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을까. (중략)

많이 보고 더 많은 것을 체험하면 상상력의 폭이 넓어지고 창의력도 키울 수 있다. 이를 위해 손자와 함께 중국, 베트남, 일본 등도 함께 여행했다. 손자가 캐나다 원어민 선생에게 10여 년간 영어를 공부한 덕에 통역을 부탁하기도 했다. 또래보다 큰 손자의 체격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당시 손자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어른 차비를 내라고 해 기사와 한참을 다투다가 여권을 보여주고 나서야 일단락됐다. 백화점에서 손자를 잃어버리고 구내방송을 한 적도 있었다. 장난감 매장에서 겨우 찾아 부둥켜안고 운 적도 있다.

손주는 듬직한 체격만큼이나 뛰어난 운동신경도 가지고 있다. 초등 2학년 때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수영대회에 참가해 자유형‧배영‧접영‧평영에서 금메달 4개를 흽쓸었고 종합우승까지 차지했다. 아파트 입구에 “축 경북지구 초등학생수영대회 5관왕, 옥계동부초등 2학년 오태건”이란 대형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또 경북체육회의 초등부문 투포환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8m를 던진 것으로  출발해 15.2m까지 기록을 경신해 나갔다. 15.8m만 되면 메달권에 들어간다고 열심히 훈련을 하던 중 코로나로 전국체전이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줄넘기 1급, 태권도 1급, 바둑대회 준우승, 전교생 콩쿠르대회에서 1등, 드럼연주 등 손자는 자랑할 거리가 너무나 많다. 

신형 레고 장난감을 구입해서 밤을 새워 조립해 자동차나 로봇을 만들었을 때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던 일도 기억난다.(중략) 

한 번은 바삐 사는 손자에게 공부는 언제 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손자는 조용한 밤을 이용해 학업에 열중한고 했다. “공부 시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며 유쾌히 웃는 손자의 환한 얼굴에 살아갈 맛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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