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경로당 회장들에게 듣는 대한노인회가 나아갈 길
[신년 특집]경로당 회장들에게 듣는 대한노인회가 나아갈 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1.02 09:08
  • 호수 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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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경로당 목소리에 더 귀를 열라”… “중앙회가 너무 등한시”
새해를 맞아 경로당 회장 20명에게 대한노인회 발전을 위한 의견을 취합한 결과 중앙회가 경로당 목소리에 더 기울여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사진은 충북 청주시의 한 경로당에서 9988행복나누미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다과회를 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새해를 맞아 경로당 회장 20명에게 대한노인회 발전을 위한 의견을 취합한 결과 중앙회가 경로당 목소리에 더 기울여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사진은 충북 청주시의 한 경로당에서 9988행복나누미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다과회를 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코로나 여파로 방문 회원수 감소 등 위기… “보조금 정산 간소화 등 필요”

폐쇄적인 중앙회 운영에 아쉬움 표해… “중요 결정사항도 은밀히 진행”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현재 대한노인회가 경로당을 등한시하고 있는 느낌이다. 경로당은 대한노인회의 뿌리다. 뿌리가 흔들리면 나무가 바로 설 수 없다.”

본지에서 새해를 맞아 전국 20개 경로당 회장들의 목소리를 취합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80대 이상 회원들의 방문이 줄어드는 현상이 생기는 등 새로운 어려움이 닥친 가운데 경로당의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회를 비롯한 대한노인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직후부터 2022년 4월 전격 재개방하기까지 경로당은 2년 넘게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이 반복됐다. 이후 개인방역을 철저히 하고 식사 및 프로그램을 재개하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완전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회원 수 증가가 정체되거나 고령회원들의 방문이 뜸해지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정신종 제주 일도2동 연수경로당 회장은 “연합회와 지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줘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돼가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에 입소하는 고령 어르신들이 많아지면서 상주 인원은 줄었다”고 말했다.

또한 70대 이하 노인들과 80대 이상 노인들 사이에서 디지털 양극화 현상도 생기고 있다. 코로나 이후 스마트폰 사용이 중요해지면서 디지털 교육을 진행했고 60~70대 회원들은 전화‧문자 외에도 기본적인 인터넷과 유튜브 시청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80대 이상 회원들은 대다수가 여전히 전화‧문자 기능만 써 활용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임신웅 충남 서산시 산동1리경로당 회장은 “교육을 한다지만 시간도 횟수도 제한돼 있어 80대 이상 어르신들 대부분이 스마트폰 사용이 서투르다”고 설명했다.   

경로당 회장들은 현재 침체된 경로당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온 ▷보조금 정산 간편화 ▷냉난방비‧운영비 통합 ▷인원 대비 차등 지원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수성 부산 북구 우곡경로당 회장은 “경로당이 활성화되려면 행정적 절차를 간편히 하고 인원 수에 비례해 냉난방비‧운영비를 통합지원하는 등 회원을 많이 유치하는 경로당에 혜택을 더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환경 개선 측면에서 ▷입식 경로당으로의 전환 ▷운동기구 확충 ▷경로당 디지털화 등도 병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어르신 건강을 위해 입식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경로당이 좌식생활을 해 오래 머물지 못하고 불편함도 크다는 지적이다. 또한 운동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경로당을 주로 방문함에도 운동시설이 부족해 ‘슐런’ 등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신종 스포츠 등을 적극 확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권수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아아파트경로당 회장은 “의정부시의 경우 전체 경로당에 노트북을 지급하며 디지털화에 나서자 초창기에는 낯설어했지만 서서히 적응하면서 그 효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면서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노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할 것을 고려해 선제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한노인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도 제시했다. 경로당 회장들은 연합회와 지회 등이 어려운 시기에도 경로당 활성화에 노력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중앙회 차원에서 경로당 회장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지 않는 것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시절 운영됐던 국민청원처럼 중앙회에 경로당 회장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직통창구를 개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경로당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분쟁의 대부분은 지회에서 교통정리를 해주고 있지만 지역 차원에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들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하기 위해 중앙회의 도움이 절실한데 의견 전달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A회장은 “중앙회에 직접 진정서를 내려고 하면 분회, 지회를 거쳐서 이야기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상당히 소요돼 결국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회에서 결정하는 중요 사안의 경우 경로당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결정된 내용 역시 모든 경로당에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앙회가 경로당 관리를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만큼 경로당 일반 회원들도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 개방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전국 경로당에 일일이 전달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하면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전달이 가능하고 홈페이지에 상세히 올리기만 해도 경로당 운영에 참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회장은 “경우회의 경우 지난 2월 정관 개정안을 홈페이지에 고시하며 이메일, 팩스, 우편 등을  통해 한 달여간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반면 중앙회는 소수만 알도록 은밀하게 진행돼 노인 전체를 위한 것인지 일부의 사조직인지 분간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노인지원재단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노인지원재단은 태생부터 전국 300만 경로당 회원들이 십시일반 출자해 탄생한 특수한 재단이기에 공공기관은 아니더라도 단돈 1000원이라도 낸 회원들도 알 수 있도록 기부금 출연 및 지출 상세내역, 이사장 판공비 등의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C회장은 “노인지원재단은 특정인이 아닌 300만 경로당 회원들이 주인인 재단”이라면서 “올해부터 이사장에게 300만원의 판공비를 지급하고 있는 만큼 최소 분기별로 사용내역을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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