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용두사미’로 끝난 ‘국밥집 첫째아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용두사미’로 끝난 ‘국밥집 첫째아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1.02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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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제목을 재벌집 회장님으로 바꿔야 한다.”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18일 방영을 시작한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은 2화부터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이 등장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당초 난공불락인 KBS 주말드라마를 제외하면 올해 최고 시청률 기록은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자리로 보였다. 고만고만한 드라마들 틈에서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키며 무명의 ENA 채널을 단숨에 전국구 방송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특히 2022년에는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월드컵이 11월에 개막하면서 뚜렷한 시청률 경쟁자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등장하면서 전세가 달라졌고 최고 시청률(KBS 주말드라마 제외)의 주인공 역시 바뀌었다. 

돈없는 흙수저가 재벌가문에게 지독하게 이용당하다 토사구팽된 후 자신을 짓밟은 그 집안에 ‘막내아들’로 회귀해 복수한다는 설정은 대중들에게 먹혔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우영우조차 보지 않은 필자의 40대 이상 남성 지인들도 대부분 시청했을 정도이니 그 인기는 표면적인 시청률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재벌 3세로 환생한 주인공이 사실은 꿈을 꾼 것’이라는 용두사미 결말로 시청률은 잡았지만 대중들에 실망을 준 작품으로 기록됐다. 

이 작품은 이성민의 놀라운 연기력과 ‘재벌 아들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하는 서민들의 환상(판타지)을 실현해준 것이 인기 요인이다. 몸을 파는 여자와 백만장자 사업가의 로맨스를 그린 ‘귀여운 여인’(1990)과 재벌 2세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을 담은 ‘파리의 연인’(2004)이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해 성공했듯 말이다. ‘귀여운 여인’은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그리며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로맨스 코미디 명작으로 기억되지만 ‘파리의 연인’은 ‘사실 이 모든 것은 여주인공이 쓴 소설 내용이었다’라는 일명 ‘소설 엔딩’으로 지금까지도 조롱을 받고 있다.

‘중도하차한 사람이 승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소설 엔딩’을 넘어선 ‘꿈 엔딩’의 여파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환상적인 연기력으로 브라운관 앞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이성민을 원망하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동명의 원작이 진도준으로 회귀한 윤현우가 결국 진도준으로서 회장의 자리까지 오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의아함은 더 커지고 있다. 

결말을 결정하는 것은 연출자와 작가의 권한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짊어지는 것도 오롯이 연출자와 작가의 몫이다. 대중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대중을 외면한 그 업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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