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신호”
[백세시대 / 세상읽기]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신호”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1.02 10:03
  • 호수 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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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비정상적인 국가를 사랑하는 눈 먼 국민은 없다. 무능력한 가장을 가족이 존경하지 않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자발적인 애국심의 발로도 온전한 나라에서나 가능할 법한 얘기다. 

최근 국가에 대한 냉소와 멸시가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하다. 윤석열 정부가 ▷시민단체 보조금 대수술 ▷노조회계 투명성 강화 ▷공공기관 정원 감축 등에 시동을 걸어서다. 이것들은 하나하나가 나라와 국민의 몸과 마음을 힘들고 지치게 만든 고질적인 병폐들이다.

시민단체는 국가를 감시하고 공공의 발전에 기여하는 유익한 조직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정상 작동일 때 그렇다는 것이지 반대의 경우엔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통령실이 발표한 ‘비영리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문제 사업 주요사례’를 보면 허탈을 넘어 분노할 정도이다. 

세월호 피해자를 지원하는 4·16재단은 사업계획에 포함된 피해자 활동평가 워크숍을 개최하지 않고 그 예산으로 건강보조식품을 샀다. 또 사전 품의 없이 업무추진비를 주말·심야에 사용했다. 110억원을 지원 받은 세월호피해자지원은 목적 외에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 학습과 김일성항일투쟁사업 세미나 개최와 단체 관계자 가족 펜션여행 등에 썼다.

그밖에 여가부는 공산주의 지향단체(촛불중고생시민연대)에 지원했고, 서울시는 민주노총 사무실 리모델링 비용 등 특정단체에 편중·지원했다.

지난 7년(2016~2022년) 간 각종 시민단체와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등에 지급한 정부보조금은 총 31조4665억원이다. 그 가운데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에 3조5571억원이었다가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5조444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대통령실은 “시민단체의 보조금 사용을 들여다보게 된 계기는 보조금, 기부금 등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정의기억연대 등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시민단체의 공금 유용과 회계 부정을 방지할 수 있는 이른바 '윤미향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가 있다. 정의연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이 정신대 할머니들을 돕겠다며 만든 시민단체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개혁의 하나로 민노총 회계장부도 들여다본다. 노조의 회계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어서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에어포트지부장은 조합비 3억7000만원을 유흥비로 쓴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민노총 소속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에선 노조 집행부인 사무국장 A씨가 노조 돈 7500만원을 빼돌려 도박 자금 등으로 쓴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민노총은 조합비의 사용내역에 국가가 간섭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조합비는 세법상 기부금으로 분류돼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해준다. 그러면 정부가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환불해준다. 민노총이 걷는 연간 조합비는 약1000억원으로 추정된다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200억원을 세금에서 지원해준다는 뜻이다. 

기부금으로 꾸려가는 공익법인은 돈을 어디다 썼는지 매년 공시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노조가 연간 1만 달러 이상을 주는 임직원의 이름, 급여, 직무와 연간 250달러 넘는 지출의 용처를 세세하게 밝히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지자체와 경합하거나 기관 간 유사중복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정원감축을 한다고 했다. 그중 한국도로공사서비스가 1041명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위의 조치들은 방만하고 불합리하게 운영돼온 국가살림의 극히 일부분에 손을 대는 것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한 부조리가 차고도 넘친다.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신호탄이기도 한 이번 조치는 4대강 사업 같은 ‘담대한’(?) 프로젝트보다 나라 발전에 훨씬 효율적이며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도 썩고 곪은 우리 사회를 소독·청소하고 원상회복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잇따른 개혁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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