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전망서들이 바라보는 2023년, ‘자린고비’·‘알뜰소비’를 자랑하는 시대가 온다
트렌드 전망서들이 바라보는 2023년, ‘자린고비’·‘알뜰소비’를 자랑하는 시대가 온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1.02 13:20
  • 호수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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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플렉스’ 등 과시적 소비는 옛말… 불황 심해지며 ‘짠테크’로의 변화 예측

‘트렌드 코리아’, 평균이 무의미한 ‘평균실종’, 양극화 넘어 N극화 전망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2023년은 본격적인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체리슈머’, ‘과시적 비소비’ 등의 단어가 유행할 것이다.” 

매년 10월 전후로 쏟아지는 주요 트렌드 예측서들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달러화 강세 같은 복합요인으로 글로벌 경제·정치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정상궤도로 회복되는 시점이 2024년 이후가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00여종에 달하는 전망서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예측들을 내놨다.

먼저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이 쓴 ‘라이프 트렌드 2023’(부키)은 내년도 소비의 핵심 키워드로 ‘과시적 비소비’를 제시한다. 지난 몇 해간 대중들의 소비는 플렉스(자신들의 부나 성공을 과시한다는 뜻), ‘욜로’, ‘오픈 런’, ‘호캉스’(호텔+바캉스) 등 과시적 소비로 향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금리인상 등으로 돈줄이 마르면서 비소비로 자신을 과시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책은 이 같은 과시적 비소비가 10가지 하위 트렌드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비소비와 무지출’이다. 하루에 만원은커녕 단 1원도 쓰지 않은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하는 ‘무지출 챌린지’, 매년 1월 한 달간 채식을 하는 ‘비건 리셋 챌린지’, 월요일마다 고기를 먹지 않는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 등이 그 사례이다.

또 코로나 시대 급부상 했던 골프보다 비용이 싸면서도 희소성이 있어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테니스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원격근무의 일반화로 여행지나 휴가지에서 근무를 하는 워케이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주4일제 도입, 지방의 빈집을 활용해 여가를 즐기는 세컨드 하우스 수요 증가, 에너지와 자원 소비를 줄이는 클린테크 등도 내년 트렌드로 전망했다.

국내 대표 전망서인 ‘트렌드 코리아 2023’(미래의창) 역시 ‘과시적 비소비’와 상통하는, 알뜰한 소비자란 의미의 ‘체리슈머’가 늘어날 것을 제시한다. 체리슈머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와 컨슈머(소비자)를 합성한 단어다. 체리피커가 케이크에 올려진 체리만 쏙 빼먹듯 혜택만 누리는 얌체 소비자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면, 체리슈머는 남에게 크게 민폐 끼치지 않는 선에서 자원과 정보를 총동원해 알뜰하게 소비한다는 의미이다. 체리슈머의 소비 전략 중 하나가 ‘공동 구매’다. 꼭 사고 싶지만 혼자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는 부담스러울 경우 여러 사람이 함께 사들이는 대신 비용은 나눈다. 넷플릭스 등 최대 4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OTT 계정 공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트렌드 코리아’는 ‘평균 실종’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양극화를 넘어 취향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N극화’가 가속화돼 더는 통상적인 평균 기준이 무의미해진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소비 패턴은 평균인 중앙이 제일 많고 멀어질수록 빈도가 줄어드는 완만한 종 모양이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일부는 이자 소득이 늘고, 일부는 부채가 늘어나는 등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사람들의 취향도 각자 너무 달라져서 이젠 평균을 내는 것 자체가 쉽지도 않고 의미도 없어졌다는 설명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지은 ‘Z세대 트렌드 2023’(위즈덤하우스)에서도 이와 연장 선상의 전망을 내놓았다. 서문에서부터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고 밝히며 계묘년의 키워드로 ‘하이퍼 퍼스낼리티(초개인화)’를 제시한다. ‘대세’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소위 ‘국민 아이템’과 같은 것들이 점점 희소해진다는 주장이다. 

또 코로나 이후 급부상한 MZ세대 대신 ‘알파세대’가 서서히 존재감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는 아직은 나이가 어려 구매력이 작고 인구도 적지만 부모와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등 총 8명이 한 아이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이는 ‘8개의 주머니’를 가진 골드 키즈로 인식된다. 기존 세대와 만능 ‘엄친아’를 부러워하지 않고, 운동, 노래, 게임 등 자기만의 장점을 앞세워 스스로가 ‘셀럽’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어려서부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며 성장한 진정한 의미의 첫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차출퇴근제, 재량근로시간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탄력적으로 일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미국에서 시작한 ‘조용한 사직’ 등으로 산업화 이후 유지된 조직문화의 대변화를 의미하는 ‘오피스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용한 사직’이란 실제 퇴사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일만 하려는 소극적 업무 태도를 뜻한다. 일은 딱 월급받는 만큼만 근무시간에 하고, 나머지 시간과 에너지는 회사와 별도의 자기 삶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승진보다 개인의 삶, 급여보다는 복지, 자발적 사직, 프리랜서 열풍 등 개인 단위의 변화가 조직 문화의 개편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노동 시스템 전반에 대한 사회적 전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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