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에 가보니…전문 요양보호사가 서비스… 1인당 면적도 넓어 쾌적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에 가보니…전문 요양보호사가 서비스… 1인당 면적도 넓어 쾌적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1.02 13:26
  • 호수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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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족욕을 하고 있는 치매전담실 입원 어르신들(왼쪽)과 하얀 면사포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족욕을 하고 있는 치매전담실 입원 어르신들(왼쪽)과 하얀 면사포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입소자 2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 다양한 인지활동, 치료 프로그램 운영

웨딩드레스 입으며 추억 회상도… 운영자 “시설 개선, 인력 채용에 지원을”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이성호 어르신(78세)은 3년 전 우울증을 시작으로 치매 진단까지 받은 아내(74세)를 돌보며 살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이 어르신은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해왔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아내를 보며 막막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시설에서의 돌봄을 제안한 아내 주치의의 권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고, 장기요양 4등급을 받아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에 아내를 입소시켰다.

집에서 온전히 치매 환자를 돌볼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절한 시설을 알아봐야 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치매 시설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치매 환자라도 진행 정도와 신체의 건강상태에 따라 적합한 시설은 다를 수 있다. 

환자에게 맞지 않는 시설을 선택하면 불편함이 크고, 무엇보다 시설에서 환자 관리를 할 수 없다며 퇴소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렇듯 같은 치매 환자라도 치매 상태와 신체 건강상태에 맞는 시설을 잘 선택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치매환자를 위주로 돌보는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기자는 지난 12월 중순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중 한 곳인 인천시 부평구 ‘사랑의 요양원 3호점’을 찾아 치매 어르신들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쾌적한 환경에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사랑의 요양원 3호점은 지난 2019년부터 부평구 최초로 ‘치매전담실’을 운영 중에 있다. 지난11월에는 치매전담실 1실을 추가로 오픈하기도 했다.  

이날 취재를 위해 기자가 치매전담실을 들어선 첫 느낌은 ‘깨끗하다’, ‘요양원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채광과 환기시설이 좋은 구비시설을 마련해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게끔 했으며, 공동거실이 큼지막하게 자리해 있어 집과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또한 전체적으로 수평 바를 설치해 고령인 어르신들의 안전을 우선시했고, 생활실 전체에 문턱을 없애 낙상 위험도 예방했다. 

특히 치매전담실은 오전, 오후 두 번씩 프로그램을 진행해 어르신들의 인지 기능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과거의 아름다웠던 모습과 추억을 돌려주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웨딩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이를 위해 어르신들은 젊었을 적 입어보지 못한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시간과 함께 예쁘게 메이크업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어르신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이내 밝게 웃으며 동료 어르신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평생 입어보지 못한 드레스도 입어보고 호강을 한다”면서 “예쁘게 치장한 내 모습을 보니 참 곱다”고 말했다.

이후 어르신들의 족욕 시간이 이어졌다. 몸에 쌓인 체내 독소를 땀으로 배출시켜 피로를 풀고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기능을 높여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나란히 앉아 족욕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표정에서 상당히 만족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치매전담실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거실에 옹기종기 모인 어르신들은 각자 휠체어와 의자에 낮아 TV 화면에 나오는 ‘이별의 부산정거장’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이 밖에도 △요리활동 △지필활동 △만들기 △피부관리 △네일아트 △영화상영 △건강체조 △옥상산책 △회상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외에도 기본적으로 인지치료, 운동치료, 작업치료 등은 물론이고 주기적으로 어버이날 행사, 옥상힐링캠프, 미니운동회, 다도회 등의 행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신현란 사랑의 요양원 3호점 시설장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할 때 가장 고려하는 점은 어르신들이 평상시 접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네일아트를 통해 손톱에 예쁘게 색을 칠하기도 하고 얼굴에 마스크팩을 얹어 피부관리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어르신들이 김치에 밥만 드실 것 같지만 스파게티, 피자 등도 무척 좋아한다”며 “이에 직접 만들어 먹는 시간도 가지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접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적 지원보다 금전적 지원 필요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의 수는 치매 환자 수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통계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내 치매전담실과 주야간보호 내 치매전담실의 수는 2021년 기준 각각 122개와 128개로 차지하는 데 그쳤다. 치매전담형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겨우 3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관 수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치매전담실의 경우 일반실보다 시설이나 인력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정책적인 지원보다는 시설 개선과 인력 채용 등에 금전적 지원을 하는 정책이 앞으로 치매전담형 요양기관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정석 교수는 “현재 치매전담형 요양기관을 운영하면 더 높은 급여비용과 지원금이 제공되지만 이러한 지원만을 바라고 기존 요양기관들이 치매전담형으로 시설을 개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신 원장도 “치매전담실의 요양보호사 자격 기준이 높다 보니 수급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요양보호사들은 연세가 드신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치매 전문교육 이수에 부담스러워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시설 간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공유를 통해 장기요양기관의 질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 원장은 “요즘엔 한 길 건너마다 있는 게 요양원이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면서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좋아지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각 시설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함께 이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정부에서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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