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우리 몸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품’… 보호하고 지켜야”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우리 몸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품’… 보호하고 지켜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1.09 09:36
  • 호수 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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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죽음에 이르는 길 아닌, 생체가 살아남으려 적응해 가는 과정 

100세 어르신 250명 만나보니… 움직이고, 규칙적이며, 절제하는 생활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박상철(74)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는 국내외에서 알아주는 노화연구의 일인자이다. 우리나라 100세 어르신 250여명을 직접 만나 얻은 결과물을 국제학술지에 기고하고, 국제학계에 보고해 우리나라의 전통식단과 가족제도가 장수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노화를 제어하는 인자를 연구해 노화를 극복할 수 있는 과학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의 업적을 인정받아 권위 있는 국제노년학‧노인의학협회(IAGG) 회장상, 국민훈장모란장, 올해의 과학자상 등을 수상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30여년 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를 지냈다. 

지난해 말 서울대연구공원 내 국제백신연구소에서 박 교수를 만나 노화의 정체와 장수 비결에 대해 들었다. 박 교수는 “제가 만나본 100세 어르신들은 모두 당당한 모습”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움직이고, 규칙적이고 절제 있는 생활을 하고, 쓸데없는 걸 먹지 않고 평소대로 식사하는 특징을 보였다”고 말했다.

-노화의 고정 관념을 깼다.

“과거엔 ‘늙으면 끝났다’, ‘결국 죽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여러 실험을 거치고 실제로 100세 어르신 250여명을 만난 결과 그게 진리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우리가 중요한 실험을 했다. 젊은 쥐와 늙은 쥐의 복강에 화학적 약품을 처리해 간, 신장의 손상을 유도한 결과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당연히 늙은 개체가 손상이 잘 올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젊은 쥐의 간세포는 죽어가는 숫자가 늘어나는데 늙은 쥐의 간세포는 그렇지 않고 외부의 저항에 더 강한 저항력과 생존성을 보여주었다. 노화가 생명체의 생존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 늙는다는 게 죽음에 이르는 길이 아니고 환경적 자극에 의해 살아남기 위해 생체가 적응해가는 과정이다.”

-‘늙으면 아프다’고들 한다.

“늙은 것과 아프다는 것은 다르다. 늙었다고 병이 생기는 건 아니다. 심장질환, 당뇨병이 생기는 원인은 생활이 잘못 돼서다. 제가 만나본 100세 어르신들은 모두 식사도 잘 하고 잘 움직이시고 건강했다.”

-나이가 들면 결국 죽지 않는가.

“나이가 들어 죽는 걸 ‘자연사’라고 한다. 대략 85세부터 자연사가 나타난다. 저녁에 ‘안녕히 주무세요’하고 인사하고 아침에 보니 돌아가신 경우다. 아파서 사망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사의 원인도 여러 방법으로 알아보고 있다.”

-치매에 대해선.

“100세 어르신들이 치매에 걸리지 않은 이가 많다. 치매에 걸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서 그들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는 등 올해부터 연구에 들어가려고 한다.”

-인간 수명 150세도 가능할까.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제가 국제노화학회 회장할 때 그 부분이 논쟁이 된 적이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아니라고 했지만 이제는 일부에서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노화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정설이 바뀌고 있다. 늙은 세포의 핵을 난자에다 넣어주면 늙은 개체가 나오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개체가 나온다는 현상도 보고되고, 줄기세포도 만들어내는 기술도 나오고….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유전자는 장수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

“25% 정도이다.”

-소식이 장수에 좋은가.

“100세 어르신들이 적게 먹느냐, 그렇지 않다. 과식 하지 않고 적절하게 먹는 게 중요하다. 70~80세가 되면 잘 먹어야 한다. 100세인은 가늘고 마른 사람보다는 적당히 볼륨감 있고 혈압과 혈당도 조금씩 높았다.”

-코로나가 노인에게 더 위험한가. 

“80대 노인의 코로나 치사율은 20%인데 100세는 5%도 안 된다. 국제백세심포지엄에서 117세 수녀가 코로나에 걸렸어도 죽지 않았다는 보고가 나온 적이 있다.”

-걷기가 장수에 좋은가.

“노화와 걷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리서부터 노화가 온다’는 말은 다리를 쓰지 않으면 늙는다는 말이다. 저는 하루 1만2000보를 걷는다.” 

-부모님은 장수하셨는지.

“아버지는 92세에 돌아가셨고, 어머니(95세)는 지금도 밭에 나갈 정도로 건강하시다. 우리 외가 쪽이 장수집안으로 어머니가 8남매의 첫째이고 막내이모가 88세로 모두 살아계신다. 장수집안이라면 적어도 위 4대, 아래 4대를 봐야 한다. 즉 태어나서 증조할아버지를 봐야하고, 죽기 전에 증손자를 봐야 한다는 말이다. 조선시대 기로소에 3대가 들어간 집은 세 집뿐으로 우리 외가가 그중 하나였다.”   

-노화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생화학자로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병이 나거나 암이 생기거나 노화가 되면 어떻게 달라지나 그걸 쭉 30년 연구했다. 나이 들수록 인간의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걸 보고 100세면 어떤 상태일까 궁금했다. 말도 안통하고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가장 큰 특징은 마지막 순간까지 움직인다는 것이다. 지게를 진 분, 친구를 만나러 산을 넘는 분, 낮에는 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한학을 공부한 분이 계셨다. 일본의 한 교수는 은퇴한 뒤 한글을 배워 저와 한국말로 대화했고, 90세에 중국말을 배워 중국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100세 어르신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장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자들은 20세 손녀하고 별 얘기 다하지만 남자는 ‘내가 왕년에 어땠는데’ 하면서 버틴다. 그 다음 특징은 머리를 쓴다는 점이다. 우리를 보고 신원파악하고 장비에 대해 묻기도 한다. 머리를 쓰면 평균수명이 10년 차이가 난다. 그분들은 20대, 30대와 다를 바 없는 감성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표현했다. 기뻐하고 화도 잘 냈지만 바로 잊는다. 100년 전 노래가 듣고 싶다고 하면 처음엔 거절하다가 나중에는 메들리로 부른다. 장수하는 부부들은 ‘측은지심’으로 60년, 70년을 같이 살고 있었다.” 

박 교수는 “우리 몸은 정직하다”며 “무엇을 먹고,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건강이 달라지는 우리 몸을 신뢰하고 가꾸어나갈 때 장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몸은 이 세상에 하나 뿐인, 한 번밖에 없는 소중한 진품이라 신뢰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전통식단이 장수식단인가. 

“미국의 100세인 연구를 처음 시작한 미 조지아대학 레너드 품 박사가 우리나라 100세 노인들을 큰며느리가 모시는 가족제도를 보고 감동 받았다고 했다. 전 세계에 그런 나라가 없다. 또 채소 위주의 한국식단에도 놀랐다고 한다. 서양인들과 달리 우리는 채소를 데쳐먹는데 이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채소를 먹는 효과가 있다. 특히 채소에 묻어있는 질산염은 배속에 들어가 아질산염이 돼 발암물질이 될 수 있는데  2~3분 데침으로써 예방의 효과가 있다.”

박 교수는 또 “육류에만 들어있는 비타민12를 먹지 않고도 100세 어르신들이 결핍현상을 보이지 않은 건 된장, 간장, 김치 등 발효식품에 그것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김형석 교수님(103세)이 ‘일간지 두 곳에 칼럼을 쓰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보다 못 쓸 수는 없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며 “내가 좋아하는 걸 ‘하자’, 사회에 봉사하고 ‘나누자’, 새로운 사회와 문화, 과학 등의 지식을 ‘배우자’, 이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노년을 당당하게 살아야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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