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서 ‘60대 이상’ 분리의 문제점 / 최성재
[백세시대 금요칼럼]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서 ‘60대 이상’ 분리의 문제점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1.09 11:09
  • 호수 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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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60대 이상 고령층만 따로 분리해

특별배려 하겠다는 뜻이라 해도

이는 연령차별, 연령주의 시각

60대 이상을 한 묶음으로 보는 건

능력을 낮게 평가하거나 낙인찍기

정부는 작년 말에 제5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평생교육기본계획은 평생교육법에 의해 2002년부터 5년 단위로 세워 실행해 오고 있다. 이번 5차계획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평생학습으로 전환하고, 국민역량의 지속적 향상 및 삶의 질을 제고하며, 국가 재도약을 위한 동력확보와 사회적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의 방향을 요약하면 첫째, 대학의 역할을 전 국민 재교육(re-skilling)과 향상교육(up-skilling)의 상시 플랫폼으로 확대한다. 둘째, 지지체-대학-기업이 함께 지역의 평생학습 진흥에 주력한다. 

셋째, 30대~50대를 생애 도약기로 보고 평생학습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 넷째, 사회부총리가 총괄·조정하는 국가-지자체-민간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아울러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재외동포 등 우리사회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번 제5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의 방향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 특히 보완되어야 할 점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계획의 핵심내용은 30대~50대를 중심으로 평생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령층(계획에서 고령층을 65세 이상이라 하고 있으며, 60~64세는 고령층으로 보는지 아닌지 불분명함)은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30~50대와 별도로 분리하여 고령층 중심의 평생교육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30~50대 중심 평생교육 강화와 비고령층과 분리된 고령층의 특별 배려 평생교육 계획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연령차별이라는 것이다. 연령차별은 교육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나고, 나아가서는 인권 원칙에도 어긋난다. 모든 연령층에게 평생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해야 한다. 실제적 교육 참여(수강)의 기본적 조건은 객관적 방법으로 평가하여 선별할 수는 있지만 나이로 교육 기회를 제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연령주의 시각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연령주의는 연령차별의 가장 근본적 원인이기도 한데 나이를 근거로 그 사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판단)하고, 부정적 편견을 가지고, 또는 차별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연령주의는 거의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고, 과장되거나 일부 사람에게만 한정된 것이다. 연령주의 예는 ‘노인은 생산성이 떨어진다’, ‘나이 들면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나이 들면 지능이 떨어진다’ 등이다. 생산성, 학습 능력, 지능은 개인적 특성이라 개인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나이를 근거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셋째, 60세 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도 고령자를 취약계층 또는 사회적 약자로 낙인찍게 될 수 있다. 고령층 가운데 일하지 않고 노후를 여유 있게 다양한 활동 등으로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고령자들에게 추가적으로 별도의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나이가 60세, 65세 이상이기 때문에 고령층만 분리해서 특별 배려 명목의 평생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것은 모든 고령층을 일괄적으로 낙인찍는 것이 될 수 있다.

넷째, 고령층도 비고령층과 같이 취업(취업 연장, 재취업)과 창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고령층과 같은 내용의 재교육과 향상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이미 법정 정년 60세를 넘어 계속 일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 인구가 1600만명(인구의 31%)을 넘고 있다. 60~70세 인구는 1140만명(22%), 건강하고 교육수준도 높은 베이비부머세 세대를 포함하는 60~69세 인구만 해도 750만명(15%)을 넘고 있다. 

60대~70대 중 경제적 또는 다른 이유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고 있다. 일하고자 하는 고령층도 비고령층과 같은 조건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고, 제대로 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있어야지 60세 넘어서도 제대로 취업하거나 창업하여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계획에서는 고령층이 일하더라도 비고령층과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내용이 크게 다른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고령층은 소위 ‘노인 일자리’ 같은 주로 노동집약적 일자리가 아니라 비고령층과 같은 수준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고령자라고 별도의 상당히 다른 프로그램 내용을 제공하는 것은 고령자의 능력을 하향 평가하고 어떤 면에서 낙인찍는 것이 될 수 있다. 

다섯째, 고령자를 분리한 특별 배려는 오히려 고령자의 사회적 통합을 저해할 수도 있다. 교육과 근로 및 일상생활 현장도 모든 연령층이 같이 어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 통합을 통한 사회적 통합은 21세기의 세계적 고령화에 대해 국제사회가 권장하는 기본적 정책 방향이 되고 있고, 피할 수 없이 다가오는 고령화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조건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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