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암 대한노인회 전남 진도군지회장 “‘존경 받는 노인회’란 지회 운영 목표 달성해 나름 보람 느껴”
이기암 대한노인회 전남 진도군지회장 “‘존경 받는 노인회’란 지회 운영 목표 달성해 나름 보람 느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1.16 09:41
  • 호수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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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치매예방 프로그램, 자서전 쓰기 등 각종 경연대회서 큰상 수상 

진도군수, 어려운 군 재정에도 적극 지원… 지면 빌어 ‘감사의 뜻’ 전해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대한노인회 전남 진도군지회 위상이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한때 위축됐던 노인회가 이제는 지역 기관장이나 젊은 단체장들로부터 존경 받는 어른 단체로서 제 역할과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이기암(79) 진도군지회장은 “취임 직후 우리 노인회 운영 목표가 존경 받는 노인, 헌신하고 봉사하는 노인회로 만들자는 것이었다”며 “직원들이 열심히 잘 도와준 덕분에 대내외 각종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사업에서 만족스런 결실을 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회장실 벽면에 걸려 있는 ‘2022 모범사회단체 선정’ 수치가 그 말을 증명하는 듯 했다. 이는 한 해 동안 진도군민과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진도군민은 3만여명, 노인인구는 1만500여명이다. 1967년 1월에 설립한 진도군지회에는 7개 읍면 분회, 279개 경로당, 회원 8500여명이 있다. 이기암 지회장은 평생을 교육계에 몸 담았다. 진도군평통지회장, 광주·전남 발전협의회 진도책임회원 등 지역발전에도 헌신했다. 대한노인회 진도군지회 노인대학장을 거쳐 지난 2020년 10월에 제12대 진도군지회장에 취임했다. 전남연합회 부회장이다. 녹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진도하면 세월호 사고가 떠오른다. 

“그 일의 충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일부에서 우리 잘못으로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은 인식을 받은 데다, 지역경제도 멈췄고, 제주항을 오가는 여객터미널 건설사업도 늦어지는 바람에 여러모로 군민 피해가 컸다. 사고 발생 당시 저는 민주평통 위원으로 봉사했다. 삼성, 롯데 같은 재벌그룹을 비롯해 전국에서 많은 구호품이 전달됐는데 그걸 받아다 유족들에게 분배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취임 3년차이다.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나.

“우리 사무국장, 경로부장이 어떻게 하면 오고 싶어 하는 경로당으로 만들까 머리를 써 프로그램을 잘 짜서 운영을 잘해 최고상을 너덧 개 받았다. 전남 경로당 치매예방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전남 경로당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 전시회에 출품해 대상을 수상했다. 제9회 전국노인건강대축제 한궁대회에서 남자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자서전 쓰기는 어떤 건가.

“노인대학에 나오는 노인 10명에게 시인, 소설가로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자서전 교육을 받도록 했다. 성장과정, 가족·친지와 나눈 소중한 시간들, 여행담 등을 모아 90쪽 분량의 책으로 펴냈다.”

이기암 진도군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회장실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왼편이 박길수 사무국장.
이기암 진도군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회장실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왼편이 박길수 사무국장.

수상작 중 하나인 ‘내 삶 추억이 되다’(조삼엽)란 자서전에서 ‘진도군노인대학’ 편이 눈길을 끈다. 조 어르신은 “노인대학에 입학했지만 귀도 눈도 어둡고 몸은 천근만근하고 차도 없어 늘 결석을 하게 된다. 못 가게 되면 전화로 숙제를 내주며 밤에는 숙제를 하니 조금은 피곤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들을 손잡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썼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제가 사무국장과 함께 승용차로 관내 경로당을 다 돌았다. 경로당 방문 시 빈손으로 갈 수가 없어 라면, 키친타월, 노인회 정관 등을 들고 가기도 했다. TV·냉장고 등 비품은 물론 안마의자, 한궁 등 체력증진시설을 다 갖춰놓았다. 군수께서 난방비도 인상해주었고, 쌀도 가장 맛있는 걸로 지원해주고 있다.”

-경로당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역시 운영비이다. 취임 이후 큰 변화는 경로당 회장님에 대한 활동비 지원이다. 그분들이 경로당 관리는 물론 홀몸 어르신들 안부도 따로 묻는 등 하는 일이 많다. 조례를 만들어 월 5만원씩, 분회장에겐 15만원씩을 각각 지원해준다. 앞으로 액수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 지회장은 “진도한국병원과 협약을 맺고 경로당 회장과 처지가 어려운 경로당 회원을 대상으로 진료·치료를 무료로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분회 사무실 문제도 해결했다고 밝혔다. “지산면분회 사무실이 타 기관의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관계로 노인들이 편히 앉을 자리조차 없어 도지사에게 요청해 5억원을 받아냈고, 군수가 5억원을 보태 10억원으로 독립건물을 짓는다”고 말했다. 

-진도군청에서 노인회 지원을 잘 해주는 것 같다.

“진도의 경제 자립도가 높지 않는 가운데서도 전임 군수도 그랬지만 현 군수께서도 노인회를 적극 도와주신다. 경로당에서 지회에 납부하는 회비를 따로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된 것도 군수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했다. 군에서 그 부분을 지원해주고 있다. 또 경로당마다 따로 냈던 책임보험을 군에서 일괄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그만큼의 돈을 경로당 운영비로 충당할 수 있으니 운영비가 증액된 셈이다.”

이기암 지회장은 “제주에서 운송업을 하는 진도 출신 사업가들의 도움을 받아 경로당 회장님들이 제주에서 소중한 여행추억도 만들고 또 그걸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며 “경로당 회장님들 대상의 1박2일 정도 선진지 견학을 정례화해 나중에 서울에 올라갔을 때 ‘백세시대’ 편집국도 방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장으로 퇴임했다. 교육자가 된 계기는.

“주위에서 영화·연극 분야 진출을 권했지만 정작 교사가 됐다. 6·25 전쟁 때 공산당이 교육자만은 해치지 않는 걸 지켜본 부모님이 자식이 교육자가 되기를 원하셨다.”

이 지회장은 “과거 잠시 있었던 교감승진시험에 합격해 40대 초반에 교감이 됐다”고 기억했다. 이어 “공공기관 실·국장 대부분이 제자”라며 “그런 점이 노인회 운영에도 도움이 조금은 된다”며 웃었다.

-노인대학을 8년간 맡았다.

“교장 재직 시에 노인대학 수업에 관여하다 퇴직하면서 바로 학장을 맡았다. 노인 대상이라고 해서 몇 시간을 신변잡기 식으로 흘려보낼 수 없어 커리큘럼도 짰다. 시사 문제도 언급하고, 선진지 견학 장소와 관련한 정보도 소개하고, 유능한 강사를 초빙해 강의도 들었다. 마침 많은 수의 노인들과 대면할 장소나 기회가 필요하다는 보건소의 요청을 수용하면서 그에 상응한 예산지원을 받기도 했다. 섬인 조도면 경우는 읍까지 나오기 불편한 점을 고려해 노인대학 분교를 설치해 2000여만원을 들여 빔 프로젝터와 음향시설을 갖춰놓았다. 작년 12월에는 노인대학에 다니는 분 중에서 30여명이 3박4일로 베트남을 다녀오기도 했다. 우리 노인대학이 다른 곳보다는 운영이 잘되는 편이다.”

이기암 진도군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을 묻자 ”분회장, 경로당 회장에 대한 활동비를 3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과 직원 처우개선“이라며 “직원들의 생활이 안정돼야만 어르신복지 향상에 더욱 전념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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