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김성근 감독과 고은 시인의 엇갈리는 등판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김성근 감독과 고은 시인의 엇갈리는 등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1.16 10:33
  • 호수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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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해 10월 16일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당시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 어드바이저(감독 고문)가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사령탑 중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경기(2651경기)에 나서 통산 다승 2위(1388승)를 기록한 명장인 김성근 감독은 2018년부터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일했다. 2018년과 2019년 소프트뱅크 2, 3군을 오가며 코치진과 선수를 가르친 김 감독 고문은 2020년과 2021년에는 1군에서 생활했다. 2022년에는 공식 코치진으로 등록돼 활동 영역이 더 넓어졌다. 유니폼을 입고 선수와 감독, 코치와 함께 생활했고 비록 팀을 우승시키지는 못했지만 80대의 나이를 무색케하는 소정의 성과를 내며 아름다운 퇴장을 했다. 

야구인 김성근과 영원한 이별일 줄 알았지만 불과 한달도 채 안 돼 뜻밖의 소식이 들려온다. 김 감독이 JTBC의 인기 야구 예능프로 ‘최강야구’에 합류, 은퇴 선수들로 구성된 ‘최강 몬스터즈’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최강 몬스터즈를 이끌다 두산 베어스로 부임한 이승엽 감독의 빈자리를 단숨에 메우며 연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기존 촬영분 때문에 김 감독이 지휘하는 최강 몬스터즈의 윤곽은 1월 9일 방송에서야 처음으로 드러났다. 김 감독의 깜짝 등장에 박용택, 정근우, 이대호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은 당혹스런 표정을 보이며 안방극장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특타’와 ‘죽음의 펑고’로 상징되는 김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은퇴선수들이 다시 받는 모습은 신선한 재미를 줬다. 

김 감독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선수를 혹사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혹사 당사자로 지명된 선수들이 여러 인터류를 통해 이에 대해 반박하고 존경심을 표하면서 이러한 부정적 여론은 걷히고 여전히 명장으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 비록 현역에서는 물러났지만 시들해진 야구 인기 부흥을 위해 예능인으로 데뷔한 그에게 많은 이들은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반면에 환영받지 못한 복귀를 한 이도 있다. 1월 9일 새 시집을 발표한 고은 시인이다. 구순에 신작을 발표한 점은 존경받을 만하지만 5년 전 제기된 성추문에 대해 어떠한 변론이나 사과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고 시인은 매년 노벨상 시즌 때마다 집앞에 기자들이 장사진을 칠 만큼 우리나라 문단을 대표하는 문학인이었지만 의혹 제기 이후 단숨에 추락했다. 또 성추문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9년 항소심에서 패소하면서 명예 회복에 실패했다.

고 시인에게 아직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르쇠로 일관하기보다는 진실한 사과와 대응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설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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