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너는 가고 나는 남았다
미움과 미련이 덫을 놓아둔
시간 속으로 다시 가보는 일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사랑이 끝나고 남겨진 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떠나는 사람이야 마음이 식어서 더 이상 미련도 미움도 없을 테지만, 남겨진 자의 슬픔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공허와 미움과 미련이 소용돌이치는 한가운데서 익사하기 직전까지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원망과 절망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경험하면서, 지나간 날들만 존재하고 다가올 날은 없다는 듯 삶을 포기할 때까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이는 사랑이 그리 대단하냐고 묻지만 어떤 이는 사랑에 목숨을 건다는 사실이다. 그런 사람에게 이별은 치유될 수 없는 사망선고이고, 덫에 걸려 발버둥치는 짐승의 울부짖음이다. 어떤 사람에게 사랑은 유희일지 몰라도, 어떤 사람에게 사랑은 치명적이다.
젊은 베르테르가 약혼자가 있는 로테를 사랑하면서부터 그의 삶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한 번의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고, 한 사랑이 가면 다른 사랑이 그 자리로 온다. 그러니 마음껏 사랑하고 이별은 그 다음에 생각하라.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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