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전시 ‘새해, 토끼 왔네!’, 토끼 관련 유물 70여점 선보여
국립민속박물관 전시 ‘새해, 토끼 왔네!’, 토끼 관련 유물 70여점 선보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1.16 14:03
  • 호수 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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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역사 속 토끼의 의미부터 현재 생활 속 토끼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사진은 전시 한 장면.
이번 전시에서는 역사 속 토끼의 의미부터 현재 생활 속 토끼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사진은 전시 한 장면.

불로장생·다산·달 등을 상징하는 토끼는 거북이·호랑이보다 영리… 장수의 상징

‘토끼와 자라 목각인형’ 등 눈길… 생활 속 다양한 토끼 이야기도 재미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토끼는 1000년을 사는데 500년이 되면 털이 희게 변한다고 한다(兔壽千歲 五百歲毛變白).”

조선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 실린 내용이다. 토끼는 당연히 흰색으로 알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다소 의아해 할 내용이다. 하지만 원래 한반도의 토끼인 ‘멧토끼’는 회색·갈색 털이다. 흰 털은 색소결핍증으로 극히 드물게 나타나 조선시대에는 백색 토끼를 장수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옛사람들이 토끼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했는지, 현재 토끼는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를 되돌아보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3월 6일까지 진행되는 ‘새해, 토끼 왔네!’ 전에서는 두 마리 토끼가 정답게 그려진 조선시대 민화 ‘쌍토도’ 등 토끼 관련 유물 70여점을 소개한다.

토끼는 십이지 동물 가운데 네 번째로, 방향은 정동(正東), 시간은 오전 5~7시, 달로는 음력 2월을 지키는 방위신(方位神)이자 시간신(時間神)이다. 양기가 충만한 곳에서 본격적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을 의미하며 계절로는 봄에 해당한다. 

‘효제충신예의염치’의 유교 덕목 여덟 자를 그림으로 표현한 ‘문자도’ 중 마지막 ‘치’(恥).
‘효제충신예의염치’의 유교 덕목 여덟 자를 그림으로 표현한 ‘문자도’ 중 마지막 ‘치’(恥).

또한 강한 번식력으로 다산과 번성을 상징하고 달과 여성, 불로장생을 의미하는 등 우리에게 토끼는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됐다. 토끼의 지능지수는 50으로 호랑이(45)나 거북이(20)에 비해 높다. 일찍 이를 파악한 조상들은 토끼를 꾀 많고 교활한 동물로 인식했다.

전시의 1부 ‘생태만상’에서는 이러한 토끼의 외형과 습성에 옛사람들이 어떤 상징성을 부여했는지를 살핀다. 관람의 재미를 위해 귀가 크고 길고, 눈이 동그랗고, 앞다리는 짧고 뒷다리는 길며 꼬리는 뭉툭한 토끼의 신체 부위별 특성에 따라 이야기를 분류했다.

자라 위에 토끼가 올라타 있는 형태로 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 ‘토끼와 자라 목각인형’도 선보인다. ‘수궁가’에서 자라가 토끼를 유혹해 등에 업고 수궁으로 가는 장면을 표현했는데, 토끼의 몸집이 자라보다 눈에 띄게 큰 것이 인상적이다.

오르막을 빠르게 잘 달리는 특성 때문에 토끼가 꿈에 나오면 길몽으로 해석했고, 눈이 밝은 동물이란 인식은 ‘수궁가’에서 “퇴끼가 눈이 밝아, 별호를 명시(明視)라 하옵기를” 같은 구절로 나타났다. 용왕의 병을 낫게 해 준다는 토끼의 간은 허준(1539~1615)이 ‘동의보감’에서도 “눈을 밝게 하고 어두운 것을 치료한다”고 했을 정도로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취급받았다.

토끼는 장수와 지혜뿐만 아니라 여러 의미를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정한 토끼를 그린 ‘쌍토도’는 특히 부부애와 화목한 가정을 상징한다. 또 화목을 상징하는 그림인 ‘화조영모도’의 10폭 병풍에서도 모란과 함께 토끼를 그려 이를 잘 보여준다.

‘효제충신예의염치’의 유교 덕목 여덟 자를 그림으로 표현한 ‘문자도’ 중 마지막 치(恥)자에는 항상 달 속에서 방아 찧는 토끼가 등장한다. 충절의 상징인 “백이와 숙제가 죽은 뒤 해마다 매화가 피고 달이 밝게 빛났다”는 고사 때문에 ‘치’ 자에는 토끼·달·매화나무가 함께 담긴다.

또 생활 속에 스며든 토끼와 관련된 유물도 선보인다. 광복 이후에 쓴 여성용 방한 모자인 ‘풍차’가 대표적이다. 목 뒤를 덮고 볼을 감쌀 수 있게 해 추위를 막아주는 이 모자의 안쪽에는 토끼털을 덧댄 볼끼(뺨과 턱을 덮기 위한 겨울철 방한구)를 부착했다.

이어지는 2부 ‘변화무쌍’에서는 다양한 상징성을 가졌던 토끼가 오늘날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살펴본다. 현재 토끼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고 ‘피터 래빗’, ‘미피’, ‘몰랑이’ 등 다양한 캐릭터로 제작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전시에서는 토끼를 활용한 각종 어린이용품 및 생활 도구, 그리고 캐릭터 상품 등을 통해 우리 문화 속에서 친숙한 동물 중 하나로 자리잡은 토끼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시장 안쪽에는 달에 사는 토끼를 묘사한 별도의 공간도 마련했다. 달을 상징하는 토끼와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를 함께 장식한 가사(袈裟, 승려들의 법의)부터 동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반달’)에서와 같이 동요와 동화의 소재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는 달 토끼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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