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그 시절 추억 되새겨준 ‘슬램덩크’ 열풍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그 시절 추억 되새겨준 ‘슬램덩크’ 열풍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2.06 11:00
  • 호수 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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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소년 챔프’ 주세요.”

1990년대 초중반,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필자는 매주 화요일마다 두 살 터울의 사촌형과 함께 학교 앞 문방구에 출근해 인기 만화 주간지였던 ‘소년 챔프’를 구매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일본 만화를 번역 출간해 소개하는 만화 주간지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드래곤볼’을 시작으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많은 히트작들이 쏟아졌고 청소년들은 ‘만화는 해롭다’는 어른들의 따가운 시선과 질책을 받으면서도 만화주간지를 구입했다. 그 수많은 만화 중에서도 가장 설레게 했던 작품은 단연 ‘슬램덩크’였고 필자 역시 이 만화를 누구보다 빨리 보기 위해 ‘소년 챔프’를 매주 구매했던 것이다.

‘북산고교’ 남자 농구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지만 매력적인 주인공 덕분에 남녀학생 모두를 사로잡은 작품이었다. 당시 스포츠 만화 대부분은 주인공이 정점을 찍는 스토리로 완결이 됐지만 ‘슬램덩크’는 달랐다. 전국대회 유력 우승팀인 ‘산왕고교’를 제압했지만 주인공인 ‘강백호’가 허리 부상을 당하고 그 여파로 다음 경기에서 패배한 상태로 완결이 된 것이다.

당연히 2부가 나올 줄 알았지만 작가인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고 돌연 일본의 전설적인 검술가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야기를 담은 ‘베가본드’를 연재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슬램덩크의 열광했던 청소년들은 청년이 돼 사회로 나왔고 슬램덩크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지만 열광했던 기억은 서서히 희미해져갔다.

그러던 중 몇 해 전 슬램덩크 극장판이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왜?”였다. 원작자가 2부를 그리지 않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가운데 완결된 지 25년만에 나오는 극장판에 대한 시각은 회의적이었다. 의리로 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겨뒀으면 한다는 여론도 강했다. 게다가 ‘아바타2’와 개봉시기까지 겹치면서 누구도 흥행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1월 4일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공개되자 상황이 달라진다. 입소문을 서서히 타면서 슬램덩크를 보고 자란 3040이 극장으로 모여들었고 결국 한 달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다. 이 기간 원작 만화책이 60만권 이상 팔렸고 주요 쇼핑몰에서 농구 관련 용품 판매량이 몇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슬램덩크 열풍이 재차 불고 있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일 확률이 크다. 그럼에도 척박한 현실을 잠시 잊고, 꿈 많던 시절의 감성을 되살려줬다는 점에 의미 있는 귀환으로 기록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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