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웃음근육을 단련시키자
[기고] 웃음근육을 단련시키자
  • 이예린 동그라미재가노인복지센터 센터장
  • 승인 2023.02.06 11:22
  • 호수 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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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동그라미재가노인복지센터 센터장
이예린 동그라미재가노인복지센터 센터장

노인이 되면 과거에 사회생활을 할 때 곧잘 짓던 억지웃음조차 잘 지어지지 않노라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다. ‘노인들은 잘 웃지 않는다’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니 그럴 만도 하다.

사람의 얼굴에도 근육이 있고, 웃는 데 사용되는 근육이 잘 발달해 있지 않으면 노인이 됐을 때 웃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한다. 박장대소를 유도하는 웃음치료에 참여해 한바탕 웃는 것도 간혹 필요하지만, 의식적으로라도 예쁘게 웃어서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웃음 근육을 단련시키면 어떨까 한다. 

김대식 교수는 ‘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사람부자’로서 인간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웃음이라고 소개했다. 누군가를 만날 때 상대방을 거울이라고 가정하고 ‘거울은 거울을 보는 사람이 먼저 웃지 않으면 절대 웃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자기가 항상 먼저 웃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노력하면 표정이 밝아진다. 손자를 돌본 경험이 많은 노인들일수록 음성톤과 표정이 다양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병원들이 밀집해 있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일이다. 정원을 거의 채운 탓에 많은 사람들이 여유공간 없이 사방으로 붙어서 빽빽하게 서서 10층을 넘게 올라가야 했다. 삭막한 공간에서 유모차에 앉아 있는 두세 살쯤 된 아기는 오아시스 같았다. 모두들 아기 얼굴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있는 듯했다. 그때 아기가 문득 바로 앞에 있던 낯선 70대 노부인을 쳐다보고 싱긋 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보는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싱긋 웃음을 본 노부인의 반응이 놀라웠다. 노부인은 매우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다음 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유모차의 아기와 그 엄마가 내리고 나자 그 노부인은 대뜸 혼잣말처럼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거참 어린 것이 빤히 쳐다보다가 웃네. 내가 좀 이상해 보이나?” 이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기분이 나빠지는 경험을 했다. 

노부인의 평소 성품이나 그 아기의 상황은 그 순간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고 예쁜 아기에게 노부인이 먼저 웃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최소한 그 아기의 웃음에 웃음으로 응답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그 찰나와도 같은 만남에서 좋은 여운이 남아 만원 엘리베이터에 탄 모두가 위로받지 않았을까 한다.[백세시대=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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