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새해 헤어질 결심, 실천할 결심
[백세시대 금요칼럼] 새해 헤어질 결심, 실천할 결심
  • 신은경 전 KBS 아나운서
  • 승인 2023.02.06 11:26
  • 호수 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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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전 KBS 아나운서
신은경 전 KBS 아나운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글 3장 쓰기

하루 마무리하며 묵상하기

이 두 가지를 새해에 시작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하다보니

이후 일어날 변화가 기대돼

아침에 태양이 뜨고 그 해가 지고 밤이 지나면, 또 같은 해가 떠오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이 똑같은 날의 반복일 뿐,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러나 묵은해에 하지 못했던 아쉬운 일들, 떼어버리지 못한 나쁜 습관과는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새해 좋은 일을 실천할 결심(New Year’s Resolution)으로 다시 신발 끈을 묶을 수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지 모른다.

올해는 두 가지 매일 할 일(daily ritual)이 생겼다. 그 중 하나는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노트 3페이지에 무작정 글을 쓰는 과제다. 줄리아 카메론이라는 작가가 쓴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 제안한 것이다. 12주 동안 자기 자신 안에 있는 창조성, 잠재돼 있는 예술가 아티스트를 깨워 내기 위해 실천하는 과정이다.

그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매일 아침 3페이지를 쓰는 모닝 페이지, 또 하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티스트 데이트라고 하여 자신에게 창조성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일을 2시간씩 하는 것이다.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서점 가기, 전시회장 가기, 도서관 가기, 즐거운 요리하기 등도 좋은 데이트 코스다.

이 책은 구입한 지 꽤 되는데, 아침마다 우선순위 1번으로 글을 쓰는 것을 선택할 마음이 최근에야 생겼다. 아마도 지난 1년간 생활이 많이 안정된 덕분이 아닌가 싶다.

12주간 실천할 목표 소제목을 쭈욱 훑어보았다. 동사 부분과 목적어 명사가 눈에 띄었다. 동사는 ‘회복한다. 되찾는다. 되살린다. 힘쓴다’로 정리된다. 무엇을? ‘안정감, 정체성, 힘, 개성, 가능성, 풍요로움, 연대감, 의지, 동정심, 자기보호, 자율성, 신념’ 등이다. 12주 동안 내 안에 이러한 것들을 되찾아내고, 회복한다는 얘기다.

새해 들어 첫날부터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조금 일찍 시작해두면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12월 중순부터 시작했다. 마침 아껴 두었던 좋은 노트가 있어 사용하기로 했다. 종이 질이 아주 좋고 내가 좋아하는 가는 선의 노트다. 한 바닥에 자그마치 29줄이다. 

쓰는 내용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 방금 깨어난 꿈 이야기를 써도 되고, 오늘 나를 지배하는 걱정이나 복잡한 인간관계, 앞으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꿈을 써도 된다. 한 후배는 지난날의 후회와 분노가 많이 표출되었다고 하며 이 노트를 2년여 써가다 보니, 분노의 독소가 다 빠져나가 버린 느낌이었다고 한다. 

내가 무얼 좋아했었는지, 어렸을 땐 뭘 하고 놀았는지, 진짜 지금 무슨 일을 하면 가장 기쁘고 기분 좋을지 그저 펜이 가는 대로 쓰는 것이다. 세 쪽을 쓰고 나면 대략 30분가량 걸린다. 책에서는 20분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쓰며 이제 30일 정도 지났는데, 예정된 12주 이후 나의 변화가 기대된다. 지금 마음 같으면 1년 내내, 그다음 해에도 계속 쓸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새해 계획은 하루를 마무리 하며 저녁묵상을 하는 것이다. 비아토르 출판사에서 만든 365일용 ‘고요한 저녁 묵상’이란 책을 날마다 읽고 묵상하는 것이다. 방학을 맞아 집에 온 딸과 함께 세 식구가 머리를 맞대고, 딸이 읽어주는 묵상집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런 시간을 가지려면 가족끼리 언쟁을 한 후이거나,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방학이 끝나 학교로 돌아간 딸은 날마다 전화로 묵상집을 읽어주고 있고, 시간이 안 맞으면 녹음으로 보내주어 그리운 딸의 목소리를 여러 번 들어볼 수 있는 행운을 선사한다.

사실 저녁에 책 두 페이지를 읽고 묵상하는 것이나, 아침에 일어나 아무 내용이나 세 페이지를 쓰는 것이 그리 부담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대한 일이란 사소한 일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다. 사소한 일을 매일 실천해 그것이 꾸준히 쌓이면 위대해진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건강을 위해 짧은 시간 운동을 한다든가, 좋은 음식을 매일 먹는다든가, 외국어 공부를 조금씩 매일 하는 것도 좋은 데일리 리츄얼(daily ritual)이다. 까치발 50회 하루에 세 번씩 하기,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를 10회씩 해보기, 하루에 한 번 이상 좋은 말로 칭찬하기, 하루에 한 번 이웃에게 친절을 베풀기,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짓기 등도 새해 실천할 좋은 결심들이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덧글을 달자면, 새해가 되면 누구나 신발 끈을 새로 매고 열심히 달릴 준비를 하니 다른 사람들의 결심이 내게 응원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더욱 주눅 들게도 한다는 점이다. 

나 혼자 뒤처지고, 특별한 계획도 없는 것 같고 몸은 아프고 그럴 땐 더욱 우울하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보자. 무한 긍정의 마음으로 실천할 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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