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50주년 맞은 최장수 장학퀴즈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50주년 맞은 최장수 장학퀴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2.13 10:36
  • 호수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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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KBS ‘전국노래자랑’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현존하는 최고(最古) 프로그램은 지난 1973년 2월 18일 첫방송을 시작한 ‘장학퀴즈’다.

장학퀴즈는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의 후원으로 MBC에서 첫 방송을 탄 이후 방송국 사정으로 1996년 10월 잠시 중단됐다가, 방송이 계속 돼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에 따라 1997년 1월 EBS로 자리를 옮겨 지금에 이르렀다. 1993년에는 한국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장학퀴즈는 방송 초기부터 MBC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첫회부터 18년 동안 장학퀴즈를 진행했던 차인태 아나운서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녹화 때마다 수백명씩 몰려드는 학생들 때문에 인근 경찰들이 출동해 정동 MBC 공개홀 앞길을 정리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1990년대 들면서 서서히 인기가 시들해졌고 결국 중단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또 2000년에는 KBS ‘도전 골든벨’이 등장하면서 확고했던 대표 고등학생 퀴즈쇼의 자리를 내줬다. 도전 골든벨이 매주 큰 화제를 모았던 것과 달리 장학퀴즈는 방영 자체를 잘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경쟁자인 ‘도전 골든벨’이 2020년 끝내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장학퀴즈는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도 매주 100여명의 학생들이 출연신청을 해 전화 테스트와 면접을 통해 출연자를 추려낸다고 한다. 

그동안 장학퀴즈가 배출한 인재들도 수두룩하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 방송인이자 ‘난타’ 제작자인 송승환, 가수 김광진‧김동률, 방송인 이택림, 영화감독 이규형, 아나운서 한수진 등도 모두 장학퀴즈가 배출한 인재들이다. 출연자 모임을 통해 ‘장학퀴즈 부부’ 19쌍이 탄생하기도 했다.

EBS는 2월 18일 50주년을 맞은 ‘장학퀴즈’ 특집 방송을 진행한다. ‘인재의 비밀’을 부제로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해 50년 역사를 되짚는다. 생생하게 구현된 과거 ‘장학퀴즈’ 스튜디오에서 당시 출연자와 현재 출연자가 5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세기의 퀴즈대결이 펼쳐진다. 차인태 전 아나운서와 최근 우승자를 비롯해 역대 장원들도 출연한다.

비록 시청률도 낮고 화제성도 예전만 못하지만 고등학생들이 건전하게 지성을 겨루는 ‘장학퀴즈’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앞으로도 지속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역량있는 인재 발굴의 장이 돼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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