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도 대한노인회 경북 칠곡군지회장 “노인은 바뀌어야 해…인사 하나만 잘해도 어른 대접 받아”
임의도 대한노인회 경북 칠곡군지회장 “노인은 바뀌어야 해…인사 하나만 잘해도 어른 대접 받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2.20 09:46
  • 호수 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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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지회장들 단임으로 물러나는 선례 돋보여…새 지도자도 추대로  

지회 단독건물 마련 공약 해결이 최우선…칠곡군수도 적극 지원 약속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대한노인회 경북 칠곡군지회는 배울 점이 많은 노인회이다. 역대 지회장들이 단임으로 물러나는 선례를 보여주고 있고, 새 지도자 선출 역시 갈등과 분열의 여지가 많은 경선이 아닌 추대 형식을 취하는 모양새를 보여줘서다. 

칠곡군지회의 16대 조경환 지회장(2018~2022년)은 일찌감치 재임 시에 단임의 의지를 밝혔고 실제로 그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직전의 15대 지회장도 단임으로 마치고 후임자에게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4월에 취임한 17대 임의도(78) 칠곡군지회장은 단독후보로 등록해 투표 없이 당선돼 지회는 선거 후유증 따위를 겪지 않아도 됐다. 선거 잡음이 심심찮게 따르는 요즘 노인회 선거 풍토에서 신선한 장면인 동시에 칠곡 어르신들의 어른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칠곡 군민은 11만2400여명, 노인인구는 2만여명이다. 칠곡군지회에는 8개 읍면 분회, 264개 경로당, 회원 1만여명이 있다. 임의도 지회장은 국가유공자로서 상이군경회 회장, 칠곡군 새마을회장 등 평생 봉사와 희생의 삶을 살았다. 대한노인회 칠곡군지회 금암3리 경로당 회장, 동명면분회장과 지회 부회장을 지냈다. 자랑스러운 칠곡군민상을 받았다. 

-지회장 취임 1년이 채 안됐다. 

“노력한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보여 보람을 느낀다.”

-어떤 성과인가.

“보다시피 지회가 무척 비좁다. 칠곡군수께서 초도순시 때 가장 먼저 우리 노인회를 방문하셨다. 그날 마침 임원회의가 있어 이사, 감사 등 많은 임원들로 사무실이 붐볐다. 그걸 본 군수께서 바로 협소한 공간 문제를 해결해주셨다.”

칠곡군지회는 ‘어르신의 전당’ 1층 일부를 사용 중인데 같은 층의 공간을 지회장실과 행복도우미 사무실로 쓰도록 한 것이다. 임 지회장은 이와 관련해 “군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칠곡군지회는 새 지도자를 맞이하면서 코로나로 인해 미뤘던 사업을 알차게 진행하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노인대학 정원이 40여명에서 110여명으로 늘었고 그중 70여명이 지난해 11월, 충북 단양으로 문화탐방을 다녀왔다. 같은 달 지회 임원과 읍·면 분회장 등 70여명도 울산 일원을 돌아보았다.

임의도 칠곡군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임 지회장 오른편이 윤연희 사무국장.
임의도 칠곡군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임 지회장 오른편이 윤연희 사무국장.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취임하고 부지런히 경로당을 순회 중이다. 시설은 다 잘 돼 있고 분위기도 좋다. 실제로 제가 경로당 회장, 분회장을 했을 때도 경로당에서 특별히 부족한 걸 느끼지 못했다. 경로당 찾을 때마다 노인에겐 정말 필요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 노인들이 어디 특별히 갈 데가 있나. 이분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휴식을 취하고, 식사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나누는 장소로 경로당만한 데가 없다.”

-경로당 운영비는.

“한 곳 당 양곡비 포함해 연 450여만원 수준이다. 운영비 인상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에 관심이 많다. 

“당연히 합당한 대우를 해드려야 하는데 모든 걸 한꺼번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제가 약속한 지회 단독건물 마련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원래 지회 소유의 단독건물이 있었지만 군에서 그 건물을 유도회에 내주고 지금의 어르신의 전당을 지어 노인회를 입주시켰다.”

-단독회관 신축사업의 진척은.

“군수께서 자신의 임기와 제 임기가 같은 4년이고 같이 시작한 점을 언급하며 두 사람의 임기 동안 단독회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군에서 노인회에 협조적인가.

“군수께서 노인 공경심이 대단하다. 우리 군의 올해 가장 큰 프로젝트가 대구시의 4개 군부대 통합 칠곡 이전 사업이다. 제가 군부대이전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된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노인회를 많이 배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부대가 이전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

“군부대와 함께 군인과 가족들이 들어오면 도시가 젊어지고, 그에 따른 소비의 활성화로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예컨대 군인과 민간인이 같이 이용하는 마켓도 생기고, 목욕탕도 생기면서 노인들의 후생시설도 덩달아 좋아지게 된다.”  

임 지회장은 “칠곡은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할 자격이 충분하다”며 “6·25 때 칠곡이 아니었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이란 존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칠곡이 노인복지 수혜 으뜸 지역이 돼야 한다는 의미는.

“서울에서 내려오는 4번, 5번 국도가 칠곡을 지나간다. 6·25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낙동강·다부동 전투가 이 지역에서 벌어졌다. 부산, 대구를 마지막으로 남겨두고 치러진 이 두 곳의 전투에서 만약 국군이 밀렸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공산화가 됐을 것이다. 학도병 3000명이 죽음으로 지켜낸 아주 중요한 고지이기도 했다.”

-‘칠곡 할매’들의 한글서체가 대통령 연하장에도 쓰였을 정도로 유명하다.

“잘 알려진 얘기다. 그분들이 경로당에서 행복도우미들로부터 한글을 배웠다. 행복도우미들이 직원들을 대신해 경로당을 잘 관리해줘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지회 직원이 3명뿐인데다 총무도 없어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린다. 하루 빨리 충원 되도록 애를 쓰고 있다.”

-국가 유공자라면 베트남 참전용사인가.

“그렇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상이군인이기도 하다.”

-기억에 남는 일은.

“베트남에 1년여 있는 동안 수색대원으로 최전선에서 싸웠다. 대원들보다 20여m 앞장서 나무 위나 평지에 설치한 살상용 장애물을 피해가며 VC(베트콩)를 찾아내는 임무는 보통사람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위에서 시켜서 했지 지금 같으면 못했을 것이다.”

-‘자랑스런 칠곡군민상’도 수상했다.

“새마을운동, 상이군경회 등 여러 사회단체의 리더로서 평생 봉사를 했다. 그런 점을 인정해준 것 같아 어떤 상보다도 개인적으로 영예롭게 생각한다.”

칠곡군지회는 지난해 경북에서 처음으로 파크골프대회를 개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임 지회장은 “개인적으로도 파크골프하면서 매일 1만보 이상 걸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임의도 칠곡군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노인이 바뀌어야 어른 대접을 받는다”며 “대부분의 노인들이 처음 보는 사람에겐 인사를 잘 안하는 특징이 있는데 그런 작은 부분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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