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나의 실버경찰봉사대 일지
[백세시대 / 기고] 나의 실버경찰봉사대 일지
  • 김은순 경기 구리시
  • 승인 2023.02.20 11:06
  • 호수 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은순 경기 구리시
김은순 경기 구리시

늘 한가롭기만 했던 아침 시간이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지난해 9월부터 이른 시간에 아침을 먹고 부지런하게 발걸음을 옮겨 경기 구리시 갈매동 갈매역 사거리에 자리를 잡는다.

눈에 확 들어오는 주황색 조끼를 입은 나는 대한노인회 구리시지회 실버경찰봉사대에서 제공한 노란색 깃발을 들고 신호등의 지시대로 깃발을 앞으로, 옆으로 움직이며 슬금슬금 들어오는 통행 차량을 제지하고 보행인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유도하는 봉사대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엔 너무 어색하기도 했고 이것이 꼭 필요한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머쓱함을 없애기 위해 오가는 시민 모두를 내 지인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르신께는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드려보고 젊은 친구들한테는 가볍게 눈인사나 목례 정도를 했다. 그랬더니 대부분 따뜻한 반응이 돌아왔다.

한 번은 출근하느라 바쁘게 허겁지겁 뛰어나온 듯 배낭이 반이나 열려 있던 사람이 있어 가방 지퍼를 잠가준 적이 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마냥 더디게 걸을 때는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라고 했더니 “고마워요”라는 답해주기도 했다. 힐끔 쳐다보며 “수고하세요!”라고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바쁜 듯한 우회전 차량 운전자를 볼 때면 보행인이 한 사람도 없는데 깃발 펼치고 서 있기가 살짝 미안하기도 해서 서너 걸음 뒤로 물러서 있기도 했다. 이렇게 작은 배려와 소박한 덕담 오고가며 서로의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했다면 그것이 바로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냥 청춘인줄 알았는데 어느 날 보니 대한노인회 소속 실버경찰봉사대가 돼 있었다. 노인혐오 표현이나 노인차별 운운하면 나도 모르게 씩씩거리며 흥분하는 시니어가 된 현재를 나의 3기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에 노인이 없다면 한 사람을 빌려오라는 외국 속담이 있다. 빌려줄 만큼 가치 있는 노인이 되기 위해. 스스로 뿌듯하고 현명한 3기 인생을 지내기 위해 오늘도 작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꼿꼿한 자세로 허리를 세우고 두 발 모으고 뒤에도 옆에도 눈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활동하는 실버경찰봉사대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있는 사거리에서 작은 사고라도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괜히 마구 달려오는 차량을 볼 때면 주변에 사람이 있나 없나 살피게도 되는 자신을 보면서 이런 게 책임감인가 느낄 때도 있다.

봉사는 건강해야 할 수 있고, 규칙적인 생활이 필수다. 올해에도 오가는 사람들의 안전과 인연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최선을 다하려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