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지럼증 심해졌다면 ‘이석증’ 가능성 커
갑자기 어지럼증 심해졌다면 ‘이석증’ 가능성 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2.20 14:45
  • 호수 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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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의 증상과 치료

평형감각 유지하는 이석 떨어져 발생… 폐경기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

심할 경우 균형감각 잃고 쓰러지기도… ‘이석정복술’ 시행하면 좋아져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이정숙(62)씨는 최근 들어 심해진 어지럼증 때문에 고생이 많다. 처음에는 단순한 빈혈로 생각했지만,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어지럼증이 심하고 며칠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서다. 결국 이씨는 큰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아 검사를 진행했고 ‘이석증’이라는 질환을 진단받았다. 

‘귓속의 돌’이라 불리는 이석은 일종의 칼슘 부스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상적으로는 전정기관 중 난형낭이라고 하는 곳에 존재한다. 난형낭에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떨어져 나와 몸의 회전을 느끼는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데, 이를 이석증이라고 한다.

이석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폐경기의 여성은 이석증에 더욱 취약하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석증으로 치료를 받은 37만2654명 중 여성이 26만4539명으로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이는 남성(10만8115명)보다 2.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익성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석증은 대부분 한 쪽으로 누웠을 때 증상이 더 심한 편”이라며 “어지럼을 덜 느끼는 쪽으로 누워있는 것이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병원을 찾아가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증의 원인과 진단

이석은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만큼 나이가 들면서 작고 약해지는 경향이 있어 고령일수록 많이 생긴다. 특히 골다공증이 있거나 비타민D가 부족하면 더욱 잘 생긴다. 

또한 머리를 다친 적이 있거나 전정신경염·메니에르병 등 내이질환이 있었던 경우에도 이석증이 잘 생길 수 있다. 최근 대한평형의학회가 주관한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이석증 환자의 약 15%가 두부외상이나 내이질환이 있었던 경우 이차적으로 이석증이 발생했다.

이익성 교수는 “이석증은 고령일수록 많이 발생하지만, 어지럼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라 20~40대에서도 생길 수 있어 젊다고 방심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석증이 의심돼 이비인후과를 찾으면 의사는 눈의 떨림이나 눈동자가 움직이는 양상 등을 관찰한다. 보통 비정상적으로 눈이 움직이는 ‘안진’ 여부를 검사하는데, 이석증이 있으면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눈의 움직임이 정상일 때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육안으로 확인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정확한 판단을 위해 특수 안경 등을 이용해 검사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특정 자세에서만 안구가 일정한 방향으로 떨리는 체위성 안진의 방향을 파악해 어떤 세반고리관으로 이석이 들어갔는지 파악할 수 있다. 

드물지만, 소뇌에 뇌졸중이 생기는 경우 초기 증상이 이석증과 비슷할 수 있으므로 소뇌 기능 이상이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소견이 없는지 반드시 진찰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석증의 증상

이석증이 발병하면 주로 아침에 일어날 때 갑작스럽게 회전하는 것 같은 어지럼증을 느낀다. 특히 베개를 베거나 목을 구부렸다 위를 쳐다보는 행동을 할 때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1분 이내로 짧고 강렬하게 나타나며, 대개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곧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거의 모든 환자가 어지럼증과 함께 구역과 구토를 느끼며, 경우에 따라 식은땀과 두근거림을 겪기도 한다. 심한 경우 균형 감각을 잃고 쓰러지거나 눈동자 주변이 떨리며 눈앞이 빙빙 돌기도 한다. 

다만 심한 두통, 보행 장애, 시각 이상, 어눌한 말소리, 감각 이상 등 마비 증상이 동반된다면 이석증이 아닌 뇌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이석증의 치료

이석증은 별다른 치료 없이 저절로 호전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이석정복술’이라 불리는 치료를 받는다. 이석정복술은 머리 위치를 변화시키는 등 자세 교정을 통해 떨어진 이석들을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 주는 것이다. 

이석이 어떤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갔는지 정확히 확인한 후 이석정복술을 시행하면 대부분 쉽게 치료가 된다.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되도록 높은 베개를 사용하거나 앉아서 자는 등 불편하더라도 머리 각도를 세워 가능한 눕는 자세를 피하는 것이 좋다. 치료를 통해 원래 자리로 돌아간 이석이 누운 자세에서 다시 떨어져 나와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드물지만 이 같은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이석증은 어지럼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며,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어지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석증 진단을 받았다면 반드시 신경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이석정복술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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